'3주 동안의 여름 휴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3.08 제주 올레 Epilogue 2
  2. 2010.07.16 D-1 6

제주 올레 Epilogue

돌아오는 비행기는 창가쪽 자리 ㅋㅋㅋㅋㅋㅋㅋ

일찌감치 일어나 씻고 짐을 챙겼다. 재민이랑 같이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택시 기사 아저씨는 올레란 것은 큰 길에서 집까지 들어가는 골목을 말하는건데 '올레'길이란 것은 잘못된 말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선은 제주도의 푸른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3주라는 시간이 정말로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갔구나.

 

안녕을 고하듯

 

저 아래 어딘가를 3주 동안 걸어다녔다니 기분이 묘하다.

 

바이바이-

 

이륙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육지'다.

 

낙동강과 김해 평야가 보인다.

지금 쯤은 그놈의 4대강 때문에 많이 변했을려나?

 

내가 떠나 있던 3주 동안 저 아래의 사람들도 저마다의 일로 바쁘게 보냈을테지?

 

터치 다운!

이렇게 쉽게 오갈 수 있는데 왜 그리 힘들었는지? 일단 저지르면 어떻게든 되는데 우리는 너무 많은 핑계를 대며 산다.

 

이젠 집으로...

재민이랑 버스 타는 곳으로 나와 버스를 기다리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드디어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다시 만날 기약을 하며 버스에 올라 창밖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이제 일상이 다시 시작되겠지.

올레길을 걷는 많은 사람들은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떠나 새로운 곳에서 좋은 경치를 구경하고, 맛있는 것들을 먹으면서 맛볼 수 있는 작은 일탈. 소소한 즐거움. 이런 것들은 상당히 공통적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궁극적인 이유인지 부차적인 어떤 것인지는 각자 다를 것이다.

재민이는 힘이 들어서 왔다고 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 때문에 힘들어 하다가 바람을 쐴 겸 제주도에 와서 나를 만났다. 우리는 같이 길을 걸으면서, 저녁에 술을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왜? 나도 힘이 들었다. 드러 내놓고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같은 이유로 제주도에 왔고 길을 걷다가 만났으며 길을 걸으면서 친해지게 되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 때문에 너무 힘이 들었다.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고 언제 끝난다고 기약이 있는 일도 아니었다. 결과가 보장된 일이 아니었기에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몸은 멀쩡했지만 마음은 공허했고 피폐해져 있었다. 돌아버릴 것 같은 일상으로부터 어떻게든 도망치기 위해 제주도를 택했다. 같이 간다는 사람이 없어도 상관없었다. 그게 더 편했으니까.

3주 동안 때로는 땡볕에서, 때로는 비를 맞으면서 매일 10km가 훌쩍 넘는 거리를 걷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머리를 식히고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택한 방법 치고는 아주 괜찮은 방법이었지만 3주 내내 혼자 걸었다면 아마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만난 사람들이 너무 고맙다. 생전 본적도 없었지만 길을 걷다 만나 같이 걷고, 술마시고, 웃고... 동고동락한 3주 동안의 시간은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 ㅎㅎ

3주의 시간이 흘렀어도 나를 둘러싼 고민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2년 가까이 지나 후기를 마무리하는 지금은? 고민의 원인은 달라졌지만 고민 자체는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땐 왜 그렇게 힘들었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여전히 나를 괴롭히는 다른 고민이 있는 것을 보면 고민이라는 것이, 산다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하는 고민도 먼 훗날 언젠가는 왜 그랬을까 생각하게 되는 날이 오겠지?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고민하며 살자. 그러다 못 견디면 또 어떤 '제주도'를 찾자.

 

To be continued?

D-1

올레길을 걷기 위한 여권?

드디어 하루 남았다. 내일 이 시간이면 제주도 어딘가를 걷고 있겠지?

20박 21일. 3주. 혼자서 낯선 곳을 그렇게 오래 여행하는 것은 서른 다섯 내 인생에 처음이기에 조금 긴장도 되고 그렇다.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처음 2주 정도의 숙소를 잡아둔 것이 내가 준비한 거의 전부. 좀 더 알아보고 준비를 해둘걸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요즘 여러 가지 일이 있기도 했고, 그런 핑계에 기댄 게으름 때문에 생각만큼 준비를 못했다. 생각지도 않은 일이 생기는 것이 여행의 또 다른 묘미라는 허울좋은 핑계라도 대볼까? ㅎㅎ

준비를 못해서 놓치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지만, 3주라는 시간동안 할 수 있는 만큼 많이 걷고,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오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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