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4.09 나만의 땅콩집을 짓자 10
  2. 2011.03.29 땅콩집? 땅콩파는 집이야? 31

나만의 땅콩집을 짓자

나만의 땅콩집을 위하여 ⓒ이현욱

요즘 내 머릿속은 내 집 마련의 꿈으로 가득하다. 두 남자의 집 짓기 책은 지난 번 글을 쓴 다음 날 도착해서 그 날 바로 다 읽어버렸고, 틈틈이 땅콩집 카페와 부동산 카페, 울산소식을 들락거리며 새로 올라오는 글도 읽고 울산 땅값이 어떻게 되는지도 알아보고 있다. 이쯤에서 뭔가 한 번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 몇 자 적어보기로.

 

누군 10억을 찾아가지도 않는데 말야 ⓒ머니투데이

아무리 계획이 거창해도 일단은 돈이 필요하다. 땅을 살래도 돈이 들고, 집을 지을래도 돈이 든다. 예산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아야 계획도 세울 수 있다. 두 남자의 집 짓기 책을 참고로 필요한 돈이 얼마나 되는지 정리해보았다.


 

공사비용 : 1억 5천 2백만원 (건평 16평 기준, 1층 및 2층은 평당 350만원, 다락방은 평당 250만원)

땅값 : 1억 ~ 1억 3천만원 (최소 40평 이상)

마당 토목 + 조경 : 5백만원 (나무 데크, 나무 기둥벽, 잔디, 유실수, 울타리용 키 작은 나무, 직접 심는 조건)

인입비 : 5백만원

설계 및 감리비 : 2천만원

건물 및 토지 취득세, 등록세 : 9백만원 (땅값 1억 3천만원 기준 4.6%, 공사비 1억 기준 3.16%)

합계 : 2억 8천 6백 ~ 3억 천 6백만원


대략 3억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대출을 거의 1억을 받아야 한다는건데. 로또라도 사야 되나. ㄷㄷㄷ

1억 중 5천만원은 회사에서 이자를 3% 보조해주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원래는 퇴직금 담보 조건이었는데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바뀌었다. 회사 새마을금고에 문의한 결과 무주택자가 주택을 신축하는 경우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가지고 있는 회사 주식은 절반을 2년 반, 나머지 절반을 3년 반이 지나야 처분할 수 있고, 그 때의 가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나머지 5천만원은 토지 담보 대출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집을 지을 시점까지 알뜰살뜰 돈을 모으면 대출 받아야 할 액수는 줄어들 수 있다.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시점이 되면 우선적으로 대출을 갚고, 당분간 받는 성과금도 대출을 갚는데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당연. 아무래도 회사에서 이자를 보조해주는 쪽이 이자가 쌀테니까 토지 담보 대출을 받은 쪽을 먼저 갚아야 할 것 같다. 상환 만기 시점에 대해서 정확히 해둬야 할 듯.

 

문제는 땅.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다른 것은 다 나중에 한다고 쳐도 땅만은 미룰 수 없다. 시간이 갈 수록 오르는 것이 땅값이니까. 1억에서 1억 3천 정도로 40평 이상의 땅을 구할 수 있는 곳은 북구 호계(농소), 중구 동동, 서동, 약사동, 성안동, 울주군 구영리 정도.

북구 호계는 아직 개발이 덜 된 곳이 많지만 오토밸리로가 완공되면 교통이 매우 편리해져 출퇴근에 부담이 덜하다. 근처 매곡이나 농소도 눈여겨 볼만하고. 울산에 차후 개발될만한 곳으로는 거의 마지막 남은 곳이고, 오토밸리로 호재가 있어서 최근 땅값이 많이 올랐다. 한 2, 3년만 빨랐어도 상당히 저렴하게 땅을 구할 수 있었을텐데. ㅡㅅ- 근처에 호수지구가 올해 말 완공이라는데 평당 250만원 정도에 반듯하게 정리된 택지가 매력적이지만, 요즘 한 필지가 최소 60-70평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최소 1억 5천은 필요하고 조합과 갈등이 있어 쉽게 손이 가기는 좀 힘든 듯. 화봉지구는 말할 것도 없이 땅값이 비싸다. 송정지구는 시작도 안했으니 논할 가치도 없고.

중구 동동, 서동, 약사동은 계획지구가 아니라 대지 모양이 삐뚤빼뚤해서 버리는 공간이 많을 듯. 쉽게 말해 오래된 동네라 땅을 사려면 여유있게 넓게 사야 하는데 그런 것 치고는 땅값이 저렴한 편도 아니다. 근교에 우정지구 단독 택지가 있지만 필지 수가 많지 않고 땅값 또한 만만치 않을 듯 하다.

중구 성안동은 비교적 동네가 깨끗하긴 한데 들어오고 나가는 길이 외길이라 교통이 좀 불편할 듯.

울주군 구영리는 비교적 최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왔고 KTX 울산역에서도 멀지 않아 교통이 편리하긴 한데 회사 출퇴근이 너무 멀다. 고속도로나 KTX 역이 가깝다곤 하지만 돌아다닐 일이 많지 않다면 그닥. 최근 나오는 매물들은 구영리에서도 외곽 지역인 것 같고, 좀 괜찮다 싶은 곳은 이미 땅값이 장난이 아니다.

순위를 매기자면 역시 호계쪽이 앞으로의 전망으로보나 땅값으로 보나 현실성이 있을 것 같다. 사실은 화봉지구가 더 좋겠지만 역시 땅값이 비싸다는 것이 문제. 거기에 땅사고 나면 땡전 한 푼 안남는다. ㅡㅅ- 여차하면 땅을 사두고도 24평 아파트 전세 들어갈 돈 정도는 남겨둬야 하기 때문에 위치는 참 좋지만 어쩔 수 없고.

 

요런 식의 집이 되지 않을까? 물론 땅은 저것보다 작게 구입할거고 당연히 집도 저것보다 작게 지을거다. ⓒ아톰월드

목표는 일단 마당이 있는 집이니까 말이지. 주변 풍경은 저거랑 비슷할 것도 같다. 만약 내가 산 땅 앞에 다른 집이 있으면 사진에서 보듯이 그늘도 질테고. 가능하면 그런 상황이 안되면 좋겠지만. 근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주차장으로나 써야지 뭐. ⓒ아톰월드

최근에는 주차장을 확보해야 건축허가가 나는 경우가 많다. 단독주택이 몰려 있는 곳은 대부분의 경우 골목이 좁고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고 예전보다 차량 보유가 늘어나는 추세라 한 집에 차가 두 대씩 있는 경우도 꽤나 많은 편이다. 집이야 작게 짓는다고 쳐도 좁은 땅에 주차장까지 있어야 한다면 그만큼 마당이 좁아지는건데. 차만 세워두긴 왠지 아깝다. 땅값을 생각하면 주차장으로만 천만원 가까이 쓴다는건데 그럼 이게 안아까워? 응? 안아깝냐고?

 

오홋? ⓒ아톰월드

나 말고도 누가 그런 생각을 했나보다. 요고요고 괜찮은 아이디어 같은데? 차가 한 대라면 밑에 넣어버리면 그만이고, 차가 두 대라도 한 대 주차할 공간으로 해결되니까 괜찮은 생각 같다. 밑에 넣어 둔 차는 비도 안맞고, 위에 남는 공간은 온전히 마당으로 쓸 수 있고. 물론 추가로 공사 비용이 들어가긴 하겠지만 당장은 일반 주차장으로 쓰다가 나중에 여유가 생길 때 만들면 그만이다.

 

가구는? ⓒIKEA

내 집을 마련하고 나면 그 다음으로 신경 쓰이는 것은 역시 가전제품이나 가구일 것이다. 공사비용에 기본적인 인테리어나 주방가구, 붙박이장 같은 것들은 포함되지만 책상이라든지 침대, 책장, 의자 같은 것들은 따로 구입해야 한다. 근데 가구값이 만만치 않단 말이지. 한데 내가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스웨덴의 이케아가 올 해 중으로 우리 나라에 진출한단다. ㅋㅋㅋㅋㅋㅋㅋ 들어본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케아는 중저가 가구 브랜드로 유명하고 전세계에 300여 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다. 중저가라고 해서 단순히 값만 싼 것이 아니라 품질도 썩 괜찮다. 괜찮은 품질에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조립을 직접해야 한다는 것과 포장이 매우 간소하다는 정도? 조립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직접 칠하면 그만이다. 그 동안은 수입 대행으로 판매했지만 직접 국내에 진출하면 가격도 더욱 저렴해질 듯.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도 딱 내 스타일.

내 집을 마련하려니 이것저것 생각할 것이 많다. 하지만 꼭 한 번에 완성할 필요는 없잖아? 집부터 지어놓고 천천히 내 취향에 맞게 완성해가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차근차근 나무도 심고, 잔디도 깔고, 가구도 들여놓고. 도중에 인생을 같이 할 짝을 만나면 조금 바뀔 수도 있고, 둘이 일을 해서 같이 벌면 생각보다 빨리 우리 집을 완성할 수도 있을거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당장 혼자 사는데 필요한 것들만 마련하면 되니까. 집 짓는데 필요한 돈은 열심히 일하다보면 시간이 해결해 줄테니 일단 땅부터 보러 다녀야겠다. 나의 소박한 꿈을 위해서.

땅콩집? 땅콩파는 집이야?

땅콩파는 집은 아닌 것 같은데? ⓒ이현욱

나른한 토요일 아침. 같이 일하는 형님과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늦게 잠자리에 들어 일어나니 벌써 해는 중천이다. 월요일까지 해야 하는 대학원 숙제도 있고... 더 자고 싶지만 일어나야지. 일어나서 책상에 앉자마자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켜고 평소 자주 들르던 홈페이지들을 한 바퀴 돌고. 별다른 새로운 건 없구만. 블로그에 들어가 봤지만 역시 새로 달린 댓글은 없다. 엊그제 새로 포스팅한 Nine Park 삼산 글을 보다가 마지막 사진이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아 어디 괜찮은 사진이 없나 네이버에서 단독주택 사진을 뒤지고 있었는데... 땅콩집? 두 남자의 집 짓기?

 

3억 원으로 48평형의 단독주택을 땅에서 인테리어까지 해결한다고?

책 광고라지만 좀 뻥이 센거 아닌가? 아니면 어디 시골 구석에 집을 지었나? 평소에 단독주택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단독주택을 지으려면 평당 건축비가 350만원 정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350만원에 48평이면... 어림 잡아 1억 7천인데 그럼 땅값이 1억 3천? 그걸로 48평짜리 집을 지을 수 있다면 어디 시골이 아니면 좀 힘들 것 같은데... 보통 전원주택도 한 3억이면 그럴 듯 하게 짓던데 이게 뭔 대수로운 일이라고 책까지 내는거야 하면서 스크롤을 좀 더 아래로 내렸다.

블로그 몇 군데를 돌아다녀보니 좀 더 충격적이다. 시골 구석이 아니라 용인에 집을 지었고, 그것도 채 한 달도 안걸렸단다. 헐?

 

밤에 본 전경. 뒤에 있는 아파트가 인상적이다. ⓒ중앙일보

이야기는 이렇다. 아이들이 있는 40대 초반의 두 가장이 있다. 한 명은 16년째 건축가를 하고 있고, 다른 한 명은 16년째 신문사 기자를 하고 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만, 살고 있는 3억짜리 아파트를 팔아봐야 서울 근교에서 땅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60-70평 짜리 택지 하나를 분양받으면 갖고 있는 돈이 다 날아가는데 거기서 텐트치고 살 수는 없는거 아니냐. 그 때 건축가를 하는 친구가 아이디어를 낸다.

 

 둘 다 아파트를 팔면 6억인데 그걸로 땅 하나 사서 거기에 집 두 채 지으면 되겠네. 마당은 같이 쓰면 되고.

 

얼핏 들으면 그럴 듯도 하지만 사실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두 사람은 그걸 바로 실행에 옮겼고, 결국 이런 영화같은 일이 몇 달도 안되어 현실이 되었다.

 

일단 책부터 주문하고 ⓒ도서출판 마티

바로 카페에 가입해서 글을 읽기 시작했다. 이미 대학원 숙제는 뒷전이고 카페에 올라온 글을 모두 읽고 나니 동이 틀 무렵. 카페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면도 많았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두근거려 잠이 안 올 지경이었다.

 

이런 집을 꿈꿔오던 나지만 현실은...

난 원래 인천 사람인데 대학을 마치고 취업을 하면서 울산에 오게 되었다. 지금은 울산 생활 10년차. 처음엔 땡전 한 푼 없이 내려와 회사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일하느라 정신이 없어 집 같은 것은 생각도 못했다. 몇 년이 지나 친구들이 하나 둘 씩 결혼을 하고, 주변 사람들이 아파트를 새로 분양 받았다는 얘기를 할 무렵엔 이미 집 값이 너무나 올라버려서 엄두를 낼 수가 없는 지경. 이게 뭐야? 처음엔 돈이 없어서 집 생각을 못했고, 이젠 내가 돈을 버는 속도보다 집 값 오르는 속도가 빨라서 집 생각을 못해? 뭐 이런 뭣 같은 경우가 있어? 대기업에서 10년이나 일했는데도 집 한 칸 얻으려면 몇 천에서 억 단위로 대출을 받아야 된다고? 그런 얘긴 아무도 안했잖아?

사실은 아무도 안한 건 아니지만 말야. 기억이 잘 안날만큼 어렸을 때 우리집은 서울 개봉동 단독주택에서 월세방을 얻어 살았다. 가진 것 없이 상경하신 우리 부모님은 젊음 하나를 재산 삼아 땀흘려 일해 월세방을 전전하며 사셨다. 이후 아버지 직장이 인천으로 옮겨가면서는 인천 석남동에 있는 단독주택에서 월세방을 살았고, 내가 국민학교 들어갈 무렵 대출을 받아 살던 곳 근처 새로 지어진 연립주택을 얻었다. 언젠가 대출금을 다 갚았다며 기뻐하시던 모습도 생각이 나고. 그리고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지금 살고 계시는 아파트에 들어갔다. 물론 이것도 대출. 두 분이 열심히 일하셔서 지금은 대출금도 다 갚은 우리집이다. 아무도 그런 얘기를 별달리 해준건 아니지만 나도 보는 눈이 있고 직접 경험한 것이 있으니 대충 알고는 있었던거지.

가만히 생각을 해보자. 인천은 수도권이고,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면서 지금의 30평대 아파트를 얻기까지 무려 17년이 걸렸다. 대출을 다 갚기까지는 얼추 20년은 더 걸렸을거다. 거기에 비하면 울산은 수도권도 아니고, 나는 혼자 벌기는 하지만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들어가서 10년을 일했다. 물론 나는 부모님처럼 허리띠를 졸라 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돈을 흥청망청 쓴 것도 아닌데, 여긴 수도권도 아니고 나는 그 때 당시의 부모님 맞벌이를 합한 것보다 많이 벌고 있는데, 이 정도 일했으면 대충 그림은 나와야 하는거 아닌가?

 

나도 이런 마당! ㅜㅜ ⓒ왕규태

땅콩집은 상식으로 지은 집이라는 것이 직접 집을 지어 살고 계시는 이현욱 소장님의 말씀이다.

 

아파트, 주상복합, 빌라, 단독주택에서 가장 집의 상식에 가까운 형태는 단독주택입니다.
단독주택의 상식은 마당이 있는 집입니다.
그리고 단독주택은 따듯해야 합니다. 그게 상식입니다. 세상에, 집이 왜 추워야하나요?
그리고 직장생활 10년 쯤 한 사람이면 누구나 지을 수 있는 금액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상식적이죠.
집을 설계하는 것은 또한 당연히 설계 전문가인 건축가가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이 모든 상식이 거꾸로입니다.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 춥고 불편하고,
단열이 잘 안되니 당연히 유지비도 많이 들고,
어쩌다 단독주택을 짓는 이들도 공사비를 아낀다며 설계를 건축가가 아닌 시공업체에 맡기고,
일생에 한 번 짓는 집 최대한 크게 지어야 하니까 마당을 최소화하고 건물을 최대한 크게 짓습니다.
그러다보면 집 하나 짓는데 10억 정도는 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땅콩집(Duplex home) 3억으로 한 달만에 짓는다
http://cafe.naver.com/duplexhome/701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말씀이다. 대기업을 다니든, 중소기업을 다니든, 10년 일했으면 집 하나 정도는 마련하는 것이 상식에서 어긋난 일인가? 물론 집의 크기야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10년이면 전체 인생에서 그리 작은 기간이 아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의식주라는 말들을 한다. 사람은 입어야 하고, 먹어야 하고, 집이 있어야 한다. 집이란게 뭘까?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인가?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이라면 그게 아파트든 주상복합이든 빌라든 단독주택이든 심지어 천막이든 큰 상관은 없을 것이다. 여관은? 호텔은? 둘 다 먹고 자는 곳인데 그걸 집이라고는 안한다. 과연 그것 뿐인가?

 

1 .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
 
집을 짓다
집을 수리하다
집 한 채를 마련하다

2 .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사람이나 동물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의 수효를 세는 단위.
 
세 집 건너 외가가 있다.
한 집 걸러 하나씩
구호물품은 한 집에 하나씩만 배당되었다.

3 . 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는 집안.
 
객지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집이 그리워진다.
그녀는 가난한 집 딸이었다.
그는 열 일곱에 집을 나와 독립했다.

...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집을 찾아보았다. 내 생각에는 3번이 집을 좀 더 잘 설명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느샌가 집이라 하면 다들 1번을 생각하는 것 같다. 누구네 집이 얼마 올랐다는데 우리집은 오르기는 커녕 떨어졌다던지. 그러라고 만든 집이 아닐텐데?

 

가족이 같이 즐겁게 지내고, 추억을 만드는 곳이 집이 아닌가? ⓒ이현욱

어떻게 보면 마당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이 그런 의미가 아닌가 싶다. 단순히 먹고 자는 것만 생각한다면 마당 같은 것은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내가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어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마당이 있다는 것이니까. 나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아본 기억이 없다. 기억도 안날 무렵 마당이 있던 단독주택에 단칸방을 얻어 살면서 마당에서 찍힌 사진은 있지만 그 이후 살았던 단독주택에는 마당이 없었고, 그것은 그 이후 살았던 연립주택이나 아파트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마당이 없었다고 해도 내가 어렸을 때 살던 연립주택 근처에는 논과 밭이 있었고 여름엔 논에 개구리를 잡으러 다니고, 겨울에 논이 얼면 썰매를 타고, 밭에서 불을 피워 고구마를 구워먹고, 2층짜리 연립주택 앞에 달린 텃밭에 병아리를 닭이 될 때까지 키웠던 추억도 있으니 그게 마당 역할을 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 시골에 살지 않는 다음에야 어딜 봐도 아파트 뿐인걸? 개구리를 잡으러 다니고, 썰매를 타고, 불을 피워 고구마를 구워먹는다고? 요즘 세상에?

 

이거 너무 맘에 든다. 다락방 천장에 달린 유리창. ⓒ이현욱

다락방도 마찬가지. 내 또래 정도라면 다락방이든 어디든 나만의 비밀 기지를 찾아 즐거워했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 살던 연립주택 뒤에 있던 공터에 커다란 개집이 있었다. 개는 없었지만. 공놀이 하다가 남의 집 유리창을 깨고 거기로 달려가서 숨었던 일이 있었다. 결국엔 그 집 주인이 우리집에 찾아오는 바람에 혼은 났지만. 거기 말고도 집 근처에 쌓여 있던 하수관, 방에 있던 책상 밑, 장농 안...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기만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 굳이 다락방이 있으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는 어른들의 말이나 이유랑은 상관없이 다락방이라는 말만 들어도 왠지 설레잖아?

 

1층 평면도 ⓒ광장건축

땅콩집은 왜 땅콩집인가? 땅콩 껍질을 까면 안에 땅콩 두 알이 들어 있다. 필지 하나를 분양 받아서 집을 두 개 지었다고 해서 땅콩집이란다. 보통 주택공사에서 분양하는 단독주택용 필지는 60-70평이다. 평당 400만원만 잡아도 70평이면 2억 8천, 평당 500만원이라면 3억 5천. 이 정도면 3억짜리 아파트를 팔아도 땅사면 땡이다. 그래서 두 집이 돈을 합쳐 한 필지만 사고, 집은 두 채를 짓는다는 기발한 아이디어. 두 집 합쳐 32평이니까 한 집에 16평이고 마당은 20평 남짓? 16평이면 좀 작은게 아니냐 하지만 다락방까지 층이 셋이니까 48평, 33평 아파트 전용면적이 24, 5평이라고 생각하면 거의 두 배 넓이다. 1층에는 남쪽으로 마당이랑 바로 통하는 테라스와 주방, 거실이 있다.

 

이게 좁아? 응? 좁냐구? ⓒ구본준

 

2층 평면도 ⓒ광장건축

2층에는 부부 침실과 옷방, 화장실, 아이들 방(겸 침실)이 있다. 큼지막한 테라스는 기본. 여기에 빨래도 넌다고.

 

층과 층 사이는 요런 계단으로 올라갑니다. ⓒ구본준

 

3층 평면도 ⓒ광장건축

3층에는 다락방이 두 개나! 다락방이 있으면 여름에는 직사광선을 막아주기 때문에 시원하고, 겨울에는 집안의 더운 공기가 모여 따뜻하단다. 다락방에는 바닥에 온돌이 없는데 난방을 하게 되면 등기부 면적에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이란다. 즉 분양받은 필지의 용적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바닥 온돌이 없어도 따뜻한 편이라니 큰 상관은 없을 듯.

 

이렇게 서재로 꾸며도 되고 ⓒ구본준

 

TV와 쇼파를 두어도 좋다. ⓒ이현욱

 

물론 아이들 방도 빠질 수 없다. ⓒBruprin's delicious Life...I (http://bass007.tistory.com)

 

이건 좀...

내가 살고 있는 울산도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1000만원을 넘긴지 이미 오래다. 최소 3억은 들고 있어야 아파트라도 하나 장만할 수 있다는 것. 곰곰 계산을 해보니 그 돈이면 차라리 단독주택에 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다. 이웃이 누군지도 잘 모르는 닭장 같은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 전세난... 같은 돈을 주고 이런 골치 아픈 문제들을 일부러 안고 살 필요가 있을까?

곰곰 따져보니 울산 외곽이면 1억원 안쪽으로 40-50평 정도 구할 수 있을 것 같고, 땅콩집처럼 건평 16평으로 다락방까지 올리면 20평 정도의 마당이 딸린 집을 2억원 안쪽으로 지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회사 출퇴근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장점이 많이 있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도 키울 수 있겠지? ㅎㅎ

 

두 남자의 집짓기 홍보 영상 ⓒ도서출판 마티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

그 동안 막연하게나마 동경해오던 단독주택이었지만 아는 것이 너무도 없어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어느 날 오전의 우연한 만남으로 좀 더 내 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 것 같아 가슴이 벅차 오른다. 구체적인 목표도 생기고. 주문한 책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기회가 된다면 땅콩집에도 직접 가보고. 행복한 꿈을 꾸느라 주말을 그냥 보내고 대학원 숙제를 하느라 3시간 밖에 못잤지만 그래도 좋다. 이런 행복한 꿈을 꾸게 해준다면.

 

내 비밀창고가 생기는 그 날까지 ⓒBruprin's delicious Life...I (http://bass007.tistory.com)

아차. 그 전에 결혼을 먼저 해야 되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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