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건축'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5.11 건축사무소 계약 26
  2. 2011.05.04 건축사 상담
  3. 2011.04.18 호수지구 16블록 5놋트 6

건축사무소 계약

건축사무소 계약금 영수증

5월 4일 광장건축에 가서 상담을 하고 바로 계약을 했다. 이현욱 소장님의 건축가로서의 철학에 공감을 했고, 내가 가진 돈으로 내가 원하는 집을 충분히 지을 수 있다는데 뭐 망설일 것이 있나? 그 날은 상담만 생각하고 간터라 계약금이나 도장을 따로 준비해 간 것이 없어서 계약서에 서명만 하고 6일에 계약금을 입금했다.

설계비는 2천만원. 두 집이 같이 하면 집당 천만원씩 2천만원이고, 한 집을 해도 2천만원이다. 설계비에는 설계비용만 들어간 것이 아니라 감리하는 비용도 들어가기 때문에 한 집이 하나 두 집이 같이 하나 비용이 똑같은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건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배를 설계하는 것을 10년째 업으로 하고 있다. 선주들이 배를 주문할 때에는 한 척만 주문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척을 동시에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여러 선주가 공동으로 여러 척을 주문하는 경우도 꽤 있다). 그러면 여러 척을 주문하는 경우에는 설계비를 척당 따로 계산하느냐?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내가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지만). 큰 틀은 같아도 배마다 옵션이 다른 경우가 많지만, 큰 틀이 같다면 설계비를 척당 따로 받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설계도 중요하지만 감리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설계를 아무리 잘하더라도 실제 물건이 도면과 다르다고 하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것은 방을 세 개 하기로 했는데 두 개만 있다더라 하는 눈에 빤히 보이는 수준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도면에 A급 자재를 쓰도록 했는데 실제로는 B급을 썼다거나, 구멍을 뚫지 말아야 할 곳인데 겉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구멍을 뚫었다거나 했다면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리 멀쩡해 보이더라도 조만간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데 그런 것은 감리를 제대로 한다면 다 거를 수 있는 문제이다.

예를 들어 어떤 구조물의 하중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부재(집으로 치면 기둥이나 대들보 같은)가 있어서 거기에는 구멍을 뚫어서는 안된다고 치자. 거기에 구멍을 뚫지 않으려면 수도 파이프를 빙 돌려 30미터를 넣어야 하고, 구멍을 하나 뚫는다면 수도 파이프를 10미터만 넣어도 된다고 하자. 감리가 없다면 시공업자는 수도 파이프를 10미터만 넣고 20미터 만큼 이윤을 남기고 싶어 기둥이나 대들보에 구멍을 뚫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구멍이 숭숭 뚫린 기둥을 생각해보자. 집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보통 사람들은 집 값이 1억 8천인데 그 중에 2천만원이 설계비라고 하면 그 돈을 꽤 아깝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설계라는 것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아니다. 그림은 아무나 그릴 수 있다. 1층에 주방과 거실, 2층에 방이 세 개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그림은 아무나 그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만족하면서 집이 무너지지 않아야 하고, 전기와 수도가 거미줄 같이 뻗어서 내가 원하는 곳에서 전기와 물을 쓸 수 있어야 한다. 방음도 잘 되어야 하고 난방도 잘 되어야 한다. 머릿 속에 막연히 갖고 있는 요구 사항을 현실화시키는 것이 설계 작업이다. 선 하나 긋는다는 것이 절대로 쉽지가 않다. 거기에 감리비까지 포함된다면? 집 짓는데 한 달 걸린다면 감리자는 한 달 동안 거기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고 그 동안의 임금도 받아야 한다. 설계를 두 달 한다고 치고, 집 짓는데 한 달 걸린다고 생각해보자. 2천만원이 정말 비싼 돈인가? 난 그 집에서 10년, 20년을 살텐데?

 

땅콩집 친구들이 어느 새 40집이 넘었다. 난 41호다.

설계비 2천만원 중에 계약금은 30%를 하기로 했다. 도면이 완성되어 건축허가가 떨어지면 중도금으로 40%, 집이 완공되어 준공허가가 떨어지면 잔금으로 30%를 지불해야 한다. 예정대로 7월 하순에 공사를 착공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내가 구한 땅에 건축허가도 나야 하고, 그 사이에 도면도 완성되어야 하고, 인테리어, 조경 등등 결정해야 할 것이 많다. 물론 돈도 마련해야 한다. ㅎㅎ 7월 하순까지 남은 시간은 생각외로 짧다. 엮여 있는 사람들이 워낙에 많기 때문에 시간 배분을 잘 해야 한다.

건축사 상담

광장건축 위치 ⓒ광장건축

땅은 마련했으니 이젠 설계를 해야지. 땅 계약을 하고 온 그 날 바로 전화를 걸어 상담 약속을 잡았다. 그 주에는 소장님이 일본 출장이셨고, 그 다음 주에는 예약 만땅이라 그 다음 주 수요일인 5월 4일 1시에 뵙기로 약속을 잡았다. 5월 3일 화요일은 대학원에 가는 날이라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기에 오후에 KTX를 타고 인천 본가에 도착해서 아버지께 간단히 설명을 드렸다.

 

혜화역으로 ㄱㄱ

집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더니 박찬익 이사님이 전화를 주셨다. 상담이 늦게 끝나서 이제 점심식사하러 왔으니 10분만 기다려 달라 하신다. 사실은 저도 집에서 늦게 나와 10분 정도 늦을 것 같은데 잘됐어요. ㅎㅎ

 

지도에서 본대로 2번 출구로 나간다.

 

나가기 전에 지도를 한 번 힐끔 봐주고

 

KFC를 찾으면 거의 다 온거나 마찬가지

지도를 따로 뽑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첨에 지도를 보고 KFC가 있는 것을 봐뒀었다. 2번 출구로 나와 뒤쪽에 KFC가 있는데 그 골목으로 들어가서 끝까지 가면 된다. 혜화동도 간만이네. 젊고 활기찬 분위기 확확 느껴주시고. ㅎㅎ

 

저기가 끝인데...

근데 아무리 봐도 광장건축 간판이 안보인다. 건물 입구에 보면 보통 그 건물 안에 몇 층엔 뭐가 있고 뭐 이런 표지나 입간판이 있는데 건물 몇 군데를 돌아봐도 모르겠다. 박찬익 이사님께 전화를 넣었다.

"아. 카메라 갖고 온 분이죠? 여기서 보이네요. 비어드 파파 왼쪽 입구로 들어가서 쭈욱 올라오시면 돼요. ㅎㅎ"

 

아하. 저 아치 모양 입구가 던전 입구인가? ㅋㅋㅋㅋㅋㅋㅋ

 

아. 저기 광장이라고 써 있네. ㅡㅅ-;

들어서서 계단을 올라갔다.

 

천국 3층으로 가는 계단

입구를 들어서 2층에 들어가 옆으로 새지 말고 올라온 대로 그대로 올라가면 3층으로 가는 계단이 있다. 3층에 가면 4층으로 가는 계단이 보인다. 올라가자.

올라가서 잠깐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박찬익 이사님이 나오셨다. 인상 참 좋으시네. 땅콩집 카페에 글을 종종 썼더니 기억도 해주시고 영광이다. ㅎㅎ 널찍한 테이블에 앉아 타주시는 커피를 받아 들고 있으려니 이현욱 소장님이 나오셨다. 소장님은 책이나 여러 언론 매체에서 몇 번 뵈어서 그런지 처음 뵙는데도 낯설지 않았다. ㅎㅎ

일단 계약서를 보여 드리고, 복덕방에서 얻은 지도랑 계약서에 첨부된 환지계획도를 보여드렸다.

"몇 평인가요?"

"55평입니다."

"1억 2천이면... 평당 얼마 정도죠?"

"2백 5, 6십 정도 됩니다." (나중에 과도 청산할 10평 정도는 빼구요.)

"이 정도면 싼 편인가요? 울산 땅값을 잘 몰라서. 여기(호계 지구)는 얼마 정도죠?"

"3백 5십 정도 하더라구요."

"울산도 땅값이 비싸네요."

그리고는 집 짓는 예산은 얼마 정도 생각하고 있는지, 몇 평으로 몇 층을 지으려고 하는지 그런 얘기들을 했다. 15, 6평 정도로 다락까지 3층으로 짓고 싶다 말씀드렸더니 그 정도면 지금 예산으로 충분히 가능하겠다 하셨다. 다행이네. 1억 넘는 대출은 부담스러워서 대출은 딱 1억까지만 생각했는데 충분하다니 말야. ㅎㅎ

인테리어는 최대한 단순했으면 좋겠고, 화장실은 1층과 2층에 하나씩, 주방과 거실은 볕이 잘 드는 남쪽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공사는 여름 휴가가 있는 7월 중순쯤에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구해놓은 땅이 아직 건축 허가가 안났으니 그 점은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조합에서는 5월 말에 건축 허가가 난다고는 했지만 그건 그 때 가봐야 아는거라.

"결혼은 하셨어요?"

"아뇨. 아직..."

"와. 그럼 결혼 준비하시는 거에요?"

"아니 뭐 그렇다기 보다는 제가 기숙사에 10년째 있다보니..."

"그런데 아이도 없으신 분이 어떻게 이런 마당 있는 집을 지을 생각을 하셨어요?"

"제가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요. 어렸을 때... 중얼중얼... 그랬는데... 사실은 제가 앱니다. ㅋㅋㅋㅋㅋㅋㅋ"

"푸핫. 이 분은 아직 미혼에다 애도 없는데 이런 분은 첨인데? MBC에 취재 좀 하라고 해야 겠어요. ㅎㅎ"

"그, 그건 좀... ㅎㅎ"

 

책에 싸인 받았당. ㅎㅎ

"아. 이거 결혼하세요라고 썼어야 되나요? ㅎㅎ"

20일에 부산에 있는 대학에서 강연을 하고 21일에 부산에 있는 교보문고에서 땅콩집 세미나를 하신단다. 사람이 많이 모일지 걱정하시던데 많이 모일 겁니다. ㅎㅎ 세미나가 끝나면 내려오신 김에 내가 얻어놓은 땅을 보러 오기로 하셨다. 마침 잘 됐다는건 이런걸 두고 말하는건가? 바로 계약서를 쓰고 서명을 했다. 설계비는 2천만원. 계약금으로 30%, 건축 허가가 나면 40%, 준공한 다음에 30%를 드리기로 했음. 그러고보니 입금을 안했네. 내일 바로 입금해야겠다.

외장은 어떻게 마감할까 얘기를 조금 했다. 칼라 징크는 좀 그렇다고 말씀드렸더니 시멘트 사이딩이나 방부목, 혹은 적삼목도 가능하고, 따로 집을 보러 다니면서 이거다 싶은 디자인이 있으면 사진을 보내달라 하셨다.

 

칼라 징크와 시멘트 사이딩 ⓒ왕규태

칼라 징크는 가격도 저렴하고 한 번 시공한 다음에는 그닥 손 댈 일이 없어서 좋기는 한데 어떻게 보면 창고나 공장처럼 보이는 단점이 있다. 알록달록하게 페인트 칠을 해놓은 것이 시멘트 사이딩인데 얼핏 나무를 나란히 대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런 모양으로 만든 시멘트 마감재. 가까이에서 보면 나무결 모양으로 무늬도 들어 있고 원하는 색으로 페인트를 칠하기도 좋다.

 

방부목과 시멘트 사이딩 ⓒ로또민지

사진은 땅콩집 6호 창원 단독. 역시 알록달록 칠해놓은 부분은 시멘트 사이딩. 나머지는 방부목이다. 방부목은 나무가 썩지 않도록 약품 처리를 해둔 것으로 그대로 써도 좋고 나중에 그 위에 원하는 색을 칠해도 된다.

 

적삼목

병충해에 강하고 내후성이 좋아 별도의 방부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고급 목재. 대신 색을 유지하기 위하여 2, 3년 간격으로 오일스테인을 발라줘야 하므로 손이 많이 가고 자재 가격도 방부목보다 비싸다.

가격도 비싸고 2, 3년마다 오일스테인을 발라줘야 하는 적삼목은 일단 패스. 방부목이나 시멘트 사이딩, 칼라 징크 정도 생각해 볼까나? 마감재도 마감재지만 사실 나는 담쟁이를 너무 좋아하는터라 나중에 담쟁이를 심어 담쟁이 벽을 만들어볼까 싶기도 하다. 마감 재질을 어떤 것으로 하든 담쟁이가 잘 타고 올라가기 때문에 별로 상관은 없단다.

 

그 얘기 하고 나오니까 마침 담쟁이 벽이 보이네. ㅎㅎ

요즘 땅콩집 열풍 때문에 두 분 다 엄청 바쁘신 듯. 점심 식사도 늦게 하러 가셨다던데 내가 상담받고 있는 사이에도 몇 분이 더 오셨다. 궁금한 점은 이리저리 여쭤봤고, 기다리는 분도 계시니 그만 일어나기로. 나중에 부산에서 뵈어요. ㅎㅎ

호수지구 16블록 5놋트

계약서에 첨부된 환지계획도

오늘은 계약서를 쓰기로 한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은행 문 열자마자 들어가 잃어버린 도장 대신 새로운 도장으로 통장을 다시 발급 받았다. 오랫동안 온라인 거래만 했던터라 새로 만든 통장이 꽉 차는 바람에 통장을 하나 더 만들었다. 계약금을 찾아 들고 9시 50분쯤 출발했다. 중간에 공사현장에 들러 땅을 한 번 더 보고 중개사무소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50분. 잠깐 앉아 있으려니 땅을 파실 부부가 도착하여 간단히 인사를 하고 중개소장님의 설명을 들었다.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을 보여주시는데 토지구획 전에 원래 갖고 계시던 땅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원래 지번은 890-3전과 890-7전. 둘 다 47.5평 정도의 땅이었는데 구입 일자가 1984년 4월 4일. 등기부등본에는 소유자가 이사한 사실부터 근저당 설정을 했다가 말소된 내용까지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었다. 남편되는 분은 현대자동차에서 35년 근무하시다가 작년에 정년퇴직하셨다는데 이 두 땅은 부부가 처음 구입한 땅이자 처음 파는 땅이라 하신다.

환지계획도를 보면 890-3전, 890-7전, △183.8, +32.1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것은 환지하기 전의 땅이 890-3전과 890-7전이고, 그것을 16블록의 5놋트 땅으로 환지해주겠다는 뜻이다. △183.8은 16블록 5놋트의 땅 넓이가 183.8㎡, 즉 55.7평이라는 뜻이고, +32.1은 그 중에 32.1㎡, 즉 9.7평이 과도환지로 내가 나중에 조합에 비용을 정산해야 할 면적이다. 토지구획정리사업 중인 땅을 살 때에는 환지 전의 원래 땅의 소유주가 본인이 맞는지, 그 땅에 근저당 설정이 된 것은 없는지, 환지계획도와 환지예정지 지정 설명서 상에 원래 땅의 지번이 잘 적혀 있는지, 환지해주겠다는 땅이 내가 본 땅이 맞는지를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이것을 확인한 후에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토지 매매 계약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환지계획도, 환지예정지 지정 설명서, 공제증서를 각 3부 작성하여 도장을 찍고 매도인, 매수인, 공인중개사가 한 부씩 나눠 갖는다. 그것으로 실질적인 계약은 끝.

토지 매매 계약서에는 어떤 부동산을 거래하는지, 매매대금(계약금, 중도금, 잔금)은 얼마이며 언제 지불하는지, 특약사항(내가 사려는 땅이 과도환지이며 과도 부분은 내가 차후에 조합과 정산한다는 내용), 매도인, 매수인, 공인중개사의 주소와 연락처, 등록번호 같은 것들이 들어간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는 땅에 대한 자세한 내역이 들어간다. 소재지, 면적, 지목, 권리관계, 토지이용계획(건폐율, 용적률 등), 환경조건(1km 이내 비선호시설), 입지조건(도로를 접하고 있는지, 주변에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역 같은 것이 있는지), 거래 예정 금액, 취득세 비율, 중개수수료 같은 것들이 들어간다.

환지계획도와 환지예정지 지정 설명서에는 환지 받기 이전의 땅과 환지 받을 땅의 정보가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공제증서는 계약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가 적법한 업체이며 계약상 하자가 있을시 공제금액만큼의 배상을 하겠다는 일종의 보험증서이다.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이 공제증서와 공인중개사의 신분증을 대조하여 본인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법적으로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날인이 끝난 다음 중개수수료를 지급하여야 하지만 이것은 공인중개사와 합의에 따라 매매 잔금을 지불할 때에 지불하여도 된다. 나는 절반을 먼저 주고, 나머지 절반은 잔금 지불할 때 주기로 했다.

주인 아주머니는 남다른 감회를 느끼시는 듯 했다. 가지고 계신 여러 땅들 중에 가장 먼저 사서 가장 오래 갖고 계시던 땅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팔려고 하니 기분이 묘하다 하셨다. 부부는 젊은 사람이 집을 짓겠다고 땅을 산다는 것이 매우 기특한 생각이라며 내 땅을 사가는 사람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아끼지 않으셨다. 사람 좋아 보이는 분들한테 땅을 산 것 같아서 참 기분이 좋았다. 나중에 잔금 지불할 때 뵙기로 하고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다.

 

환지 이전의 땅, 890-3전과 890-7전이 나란히 붙어 있다.

계약이 끝난 후 돌아와서 토지이용계획을 열람해 보았다. 토지구획정리지구 내에 중로2류가 지나가는 것으로 보아 아파트가 서게 될 땅인 듯 싶었다. 공시지가는 각각 51만 천 5백원과 47만 천 9백원(개발 전 890-3전이 도로에 접하고 있으므로 더 비싸다). 2007년 당시 땅 값으로는 4천 7백만원이 조금 안되는 돈이다. 95평의 땅이 환지 후에는 46평이 되는 거니까 약 48% 비율이네. 감보율 52%로 보면 되겠다. 즉, 원래 땅의 52%가 공공용지(도로, 공원 등)로 사용되거나 토지구획 공사비용으로 사용되었다고 보면 된다. 땅 넓이가 52% 줄었으므로 전체적인 땅의 가치가 비슷하려면 환지받은 땅 값은 8천 9백 5십만원 정도 되어야 한다. 여기에 프리미엄 얹어 팔고 양도세 내고 남는 돈이 손에 쥐는 순수익.

물론 그것은 이 땅을 2007년에 구입했을 때의 얘기다. 두 분은 1984년에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셨으니 이익이 훨씬 많을 것이다. 돈이 생길 때마다 틈틈이 땅을 사두셨다니 땅부자라 불러도 되려나? ㅎㅎ

 

호계동 890-7전의 위치, 예상대로다. ㅎㅎ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이제 땅을 샀으니 집을 넓게 지어 2층은 전세를 주면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다고 했지만... 그렇게 크게 지을 돈도 없고 그러려고 산 땅이 아니니까 미련 없이 패스.

계약을 마치고 돌아와 광장건축에 전화를 드려 상담 일정을 예약했다. 요즘 땅콩집 지으려는 분들이 많아 좀 기다려야 할 듯.

담담하게 써내려갔지만 사실 떨린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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