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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08 주왕산 단풍 구경 6
  2. 2010.09.25 거문오름 트레킹 4

주왕산 단풍 구경

절골-대전사 코스 ⓒ주왕산 국립공원

부서 산악회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올해는 유난히 취소된 산행이 많았다. 단풍 구경도 할겸 산에 가본지도 오랜만이라 어느 산을 갈까 생각하던 중 초캠 게시판에서 주왕산 상의야영장 후기를 보고 주왕산에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주왕산은 서너 번 갔었는데 항상 1, 2폭포까지만 가봐서 한 번도 정상에 가본 적이 없었다. 3년 전 절골에 한 번 가보고 호젓한 풍경에 반해 절골에서 시작해서 정상을 밟고 대전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골랐다.

 

가을 아침, 주왕산 상의야영장

금요일 저녁에는 야영장에 빈 곳이 많다하여 대학원 수업을 마치고 바로 출발했다. 도착한 시간은 7시 조금 넘은 시각. 1영지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옆 사이트에 있던 분이 헤드랜턴과 커다란 망치를 빌려주셔서 수월하게 텐트를 치고 보답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맥주 두 캔과 애들 과자 두 봉지를 사다 드렸다. 저녁을 먹고 맥주를 한 잔 하면서 영화를 한 편 보고 잠이 들었다.

 

아침부터 차들이 줄을 길게 서있다.

밤에 도착해서 잘 몰랐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단풍이 한창이다. 이맘때의 주왕산은 찾는 사람들이 엄청나기 때문에 아침부터 차들이 장난아니게 막히기 시작하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일부러 어제 저녁에 도착했는데 그러길 잘한 것 같다. 막히는 차들을 보면서 삼거리가 있는 곳까지 걷기 시작했다.

 

주왕산은 단풍이 한창

절골은 야영장에서 산을 넘어가야 있다. 거리는 약 10km 정도? 차를 가져가면 나중에 다시 가지러 가야 하기 때문에 삼거리에서 버스를 타던지 아니면 히치하이킹을 하려고 맘을 먹었다. 버스는 시간을 몰라서 마냥 기다릴 수 없었고 지나가던 트럭을 세워서 얻어탔다. 트럭은 젊은 아저씨가 운전하고 있었는데 주산지까지 간다니까 사진을 찍으려면 새벽이나 저녁이 좋다고 하시면서 자기는 일 때문에 여기 온지 몇 년 되었는데 아침저녁으로 항상 주산지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 하셨다. 1년 중 사진찍기 좋은 때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차를 얻어타고 가고 있었는데 도중에 길가에 차를 대시더니 길거리 좌판에서 사과 2개를 사서 먹어보라고 주셨다. 차를 얻어타는 것도 고마운데 사과까지. 내가 좀 인복이 많긴 많은가보다. ㅎㅎ 아저씨는 절골 바로 앞까지 차를 태워주고 가셨다.

 

버스 시간표가 요기 잉네?

지도를 하나 얻어 걷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디서 단체로 등산이라도 오셨는지 호젓하던 절골이 시끌시끌하다.

 

3년 만에 다시 찾은 절골

3년 전에는 주산지에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절골 초입에만 잠깐 들렀었다. 그땐 정말 해가 쨍쨍했는데 오늘은 조금 흐려서 걷긴 좋은데 사진 찍기는 그닥. ㅎㅎ

 

타는 것 같은 단풍

 

하늘이 파랬다면 금상첨화였을텐데

뭐. 그래도 이것도 나쁘지 않다. ㅎㅎ

 

물도 깨끗하고 너무 좋다.

 

혼자만 보기는 아까운 절경

 

잠깐만 해가 나도 이 정도

 

공기도 상쾌하고 경치도 좋고

전에 왔을 땐 이 근처까지 왔다가 돌아나갔던 것 같은데.

 

화투장 배경으로 쓰면 대박일 듯 ㅋ

 

하나 뜯어다 책장 사이에 끼워볼까?

 

자알 익었다.

깨끗한 시냇물에 아저씨가 주신 사과를 씻어 한 입 베어물었다. 달콤한 과즙에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사과를 와삭와삭 씹으면서 계속 걷기 시작했다.

 

새빨간 단풍도 이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노란 빛깔이 섞인 것도 보기 좋다.

 

시냇물에 단풍잎 하나

 

어떻게 이런 고운 색이...

절골쪽 코스는 대문다리를 지날때까지는 거의 평지나 다름 없다가 대문다리를 지나고나면 슬슬 급경사가 시작된다.

 

산 전체가 울긋불긋, 가메봉 정상에서

날씨가 좋았으면 더 멋졌겠지만. 정상쪽은 벌써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한 것이 겨울 분위기였다. 용팔이님이 도착했냐는 문자를 보내셔서 산을 타는 중이라 내려가면 뵙겠다고 답장을 드리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도중에 울산에서 오신 부부를 만나 귤 하나를 얻어 먹었다. ㅋ

 

나무가 멋지다.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꽤 급했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내려가기를 한 시간 정도? 후리메기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제2폭포 방향으로 향했다. 조금 더 걷다보니 또 삼거리가 나왔다. 왼쪽으로 가면 제2폭포, 오른쪽으로 가면 제3폭포. 왼쪽방향은 하산하는 방향이라서 잠깐 오른쪽으로 거슬러 올라가 제3폭포를 보러 갔다. 근데 여기서부터 사람이 정말 많았다. 바글바글. ㅋ

 

제3폭포

 

위에 있는 전망대에서 본 제3폭포 상단

 

아래 있는 전망대를 한 컷

 

하늘이 보이지 않아. @ㅅ@

다시 오던 길로 내려가 제2폭포로 가는 갈림길로 들어섰다. 구불구불한 길을 접어들자 자리를 깔고 앉아 준비해 온 음식을 먹으며 단풍구경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제2폭포

요즘 비가 별로 오지 않아서 그런지 폭포라 하기엔 좀 부실했지만. ㅎㅎ

 

제1폭포

 

제1폭포를 보고 나가는 길에

 

제1폭포 하단

 

학소대에 이르러, 단풍이 절경이네.

 

단풍이 하트 모양으로 우훗♡

 

학소대

청학과 백학이 살았다는 학소대. 백학이 사냥꾼에게 잡히자 청학은 슬피 울며 매일 주변을 맴돌았다나 뭐라나?

 

이제 와서 날이 개면 어쩌라는건가효? ㅋ

 

역시 해가 나니까 때깔이 다르구나. ㅋ

 

그리고 드디어 대전사에 도착

으아. 사람 정말 많았다. 밀려서 다닐 정도. 바가지에 물을 받아 시원하게 들이켜주고. 참았던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ㅎㅎ

 

감 따먹으려고? ㅋㅋㅋㅋㅋ

 

역시 산행 후에는 이게 빠지면 섭하지. ㅋ

대전사를 나오면 파전집이 즐비하다. 전을 부치는 기름 냄새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자리에 앉아 동동주와 파전을 시켰다. 동동주를 시원하게 들이켜주고 따끈따끈한 해물파전을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웠다. 그러고보니 점심을 제대로 안먹었구나. ㅎㅎ

 

해도 슬슬 떨어지고...

돌아왔더니 캠핑장에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텐트들이 들어서 있었다. 용팔이님은 잠깐 나가계시다고 하여 돌아오시면 뵙기로 하고 라면을 하나 끓여 먹고 커피를 마시다보니 용팔이님이 전화를 하셨다. 용팔이님 커플 사이트에 놀러가 고기도 굽고 술도 마시고 재미나게 놀았다. 해바라기 버너 뽐뿌도 좀 넣어드리고. ㅋㅋㅋㅋㅋㅋㅋ

아침은 셋이 모여서 어제 먹다남은 오뎅탕을 데우고 3분 카레와 비엔나 소시지로 해결. 두 분은 단풍구경가시고 나는 철수준비를 했다. 텐트랑 타프를 햇볕에 널어 말리고 나머지 짐을 챙겨 싣고 샤워를 했다. 텐트랑 타프까지 다 말려서 차에 싣고 나니 구경가셨던 용팔이님 커플이 돌아오셔서 작별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350년된 느티나무

어제 아침에 절골 입구로 들어가다가 주산지 입구에 단풍이 잘 든 것을 보고 주산지에나 들렀다갈까 했는데 입구부터 차가 밀려 있는 것을 보고는 포기. 네비에는 이쪽으로 그대로 따라가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고 나와 안가본 길로 가볼까 하고 길을 따라 가기 시작했다. 조금 더 달리다가 멋진 나무를 발견하여 차를 세우고 사진을 담았다.

 

단풍도 멋지고 바위도 멋지고

다시 차에 타고 단풍이 우거진 구불구불한 길을 얼마나 갔을까? 단풍이 정말 멋지게 든 곳에 나도 모르게 차를 세웠다. 세우고 보니 휴게소도 있고 그러네?

 

단풍이 정말 멋지게 들었다.

아래로 내려가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올라와보니 저쪽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네? 뭐가 있나?

 

헛? 이거슨?

폭포가 있네? 야영장도 있고? 뭐야 여기? 정체가 뭐야?

 

이거 정말 멋진데? 주왕산 폭포보다 더 멋진 듯?

여기가 어딘가 보니 청송 얼음골 약수터란다. SBS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는지 SBS 차들이 잔뜩 서있고 스탭들도 분주히 왔다갔다 하고 있고. TV를 잘 안보는 나는 그냥 그런갑다 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그러언데~

 

이건 뭥미?

뭔지 물어봤더니 양미리란다. 아하?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양미리? 한 마리에 천원이란다. 막걸리 한 잔 하고 가라는 아저씨 말씀에 지갑을 보니 달랑 4천원뿐. ㅜㅜ

 

먹고 싶은건 먹어줘야 하는검다. ㅋㅋㅋㅋㅋㅋㅋ

동동주 한 잔은 얼마냐고 했더니 아저씨가 "그래도 반말은 먹어야지~" 카드가 되는가 물어봤더니 "뭘 이런걸 카드로 해?"

지갑에 4천원 밖에 없어서 그렇다고 하니 껄껄 웃으신다. 양미리 다섯 마리와 동동주 반말을 받아놓고 흡족-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저 사람은 뭘 저렇게 맛있게 먹고 있나 보면서 양미리 굽는 아저씨한테 이게 뭐냐고 물어보더니 하나씩 맛을 보기 시작. 아저씨 저 덕에 장사 잘된 줄 아세요. ㅋㅋㅋㅋㅋㅋㅋ 양미리는 한 마리에 천원이었는데 나중에 계산하면서 보니 동동주 반말은 3천원인가보다. 8천원의 행복을 맛보고 다시 출발.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나와보니 영덕 삼사해상공원 근처네? 여기부턴 아는 길이라 네비 길안내를 종료하고 여유있게 집으로...

거문오름 트레킹

거문오름, 13km

오늘은 거문오름에 가는 날이다. 사실 준비는 동훈씨가 다했고 재민이랑 나는 얹혀 가는거라 거문오름이 어딘지 어떻게 가야하는지도 모른다는거. ㅡㅅ- 거문오름은 1년에 딱 한 달 동안만 갈 수 있다는 말에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무턱대고 간다고 했으니 그럴 수 밖에. 쩝.

아침을 역시 부페로 해결하고 짐을 챙겨 나왔다. 무료 이용 14만원 중에 4천 얼마 남았길래 호텔방 냉장고에서 생수 2병 꺼내고(작은 생수 두 병에 4천원. ㅡㅅ-) 체크아웃을 했다. 짐이 문젠데... 이걸 다 들고 갈 수는 없고.

그래서 "올레옮김이"에게 짐을 맡기기로 했다. 올레길은 제주도 해안을 따라 이어져 있기 때문에 숙소 한 곳에서 모든 코스를 다 돌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종주를 준비하면서 숙소 한 곳에서 4~5코스 정도를 돌고 다른 숙소로 옮기기로 했다. 거기까진 좋은데... 숙소를 옮기는 날은 짐을 들고 이동해야 하잖아? 그런데 나말고도 그런 고민을 한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숙소에서 숙소로 짐을 옮겨주는 "올레옮김이" 서비스가 있다. 원래 택배하던 분이 부업으로 하시는거라던데 가방 하나에 기본 요금 3천원. 코스 하나를 지날 때마다 천원이 추가되어 최대 8천원까지. 추가 가방은 거리에 상관없이 3천원이다. 올레옮김이 하시는 분에게 전화를 하고 묵던 숙소에 가방과 요금을 맡겨두면 그날 중으로 새 숙소에 가방이 도착한다. 내 가방 맡기면서 재민이 배낭은 추가 가방으로 단돈 3천원에. ㅋ

 

거문오름 가는 버스, 자알 생겼다! (응?)

호텔 앞에 있는 제주 민속촌 입구에서 버스가 출발한다. 버스가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안가니까 꼭 물어보고 탈 것. 맥주 피처 두 개하고 막걸리를 몇 병 샀다. 역시 산에선 막걸리지!

중간에 일주도로 만나는 곳에서 나머지 일행들이 버스를 탔다. 동훈씨랑 부산 교대 언니랑 처음 뵙는 언니 두 분.

 

저 뒤에 저게 거문오름인가?

거문오름 탐방소는 선흘2리에 있다. 타면서 거문오름 간다고 말씀드렸더니 내릴 곳을 알려주신다. 내려서 초큼 걸어야.

 

용암길은 오후 2시부터 통제한다는걸 이 때 유심히 봤어야 하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11시가 좀 안된 시각. 매시 정시에는 해설사분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딱 맞게 도착했네. ㅎ 탐방로는 태극길과 용암길로 이루어져 있는데(처음에 있는 지도에는 A코스, B코스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은 태극길과 용암길이다. ㅡㅅ-) 태극길은 거문오름의 분화구 안쪽을 둘러보고 능선을 타고 한 바퀴 도는 코스고, 용암길은 용암동굴들을 둘러보는 길이다. 태극길은 오후 1시까지만, 용암길은 오후 2시까지만 입장할 수 있으므로 시간 안배를 잘 해야 한다. 거문오름을 가려면 사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용암길은 1년에 딱 한 달 동안만 가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뭐 그리 대단해서 이렇게 보기 힘드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과 용암동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니까 어쩔 수 없잖아?

 

태극길, 분화구 안쪽을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고 능선을 따라 시계 방향으로 돌면 시작점으로 되돌아 온다.

 

해설하시는 분을 따라서 거문오름으로

 

저 길을 따라 거문오름 속으로...

 

날씨 좋아불고~

참. 거문오름은 우천시에도 입장이 안된다. ㅡㅅ-

 

재민이가 들고 있는 건 무엇? 맥주와 막걸리! ㅋ

이 길이 끝나는 곳에 분화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탐방로 시작점이 있다. 그 앞에서 해설사님으로부터 주의사항을 듣고 출발하게 된다. 해설사님은 말씀을 매우 재미나게 하시는 분이지만 주의사항을 전달할 때는 매우 엄하게 말씀하셨다. 우산이나 등산용 지팡이는 절대 들고 들어갈 수 없고, 반드시 등산화를 신어야 하며, 시끄럽게 떠들면 안되고, 당연히 음식 같은건 일절 먹을 수 없다. 아. 네네. 그렇군요. 음식은 일절 먹을 수 없? 에? 우리 맥주랑 막걸리는? 도시락은? 재민이가 힘들게 들고 왔는데... 결국 손에 들고 있던 맥주랑 막걸리는 시작점에 있는 초소에 맡겼다. ㅡㅅ-

 

빽빽한 숲길

 

길은 걷기 좋게 잘 되어 있다.

길이 잘 되어 있음에도 꼭 등산화를 신어야 하는 이유는 구두라든지 슬리퍼 같은 것들은 숲 바닥을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알오름 전망대에서 본 자귀나무

거문오름 분화구 안에는 자그마한 오름이 하나 있는데 그게 알오름이다. 거문오름 능선을 따라 아홉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그것이 아홉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품고 있는 형상이란다. 알오름이 여의주에 해당하는 자리라 완전 명당이라고.

자귀나무에는 이름이 네 가지나 있다고 한다. 밤이 되면 잎이 접힌다고 하여 자귀나무, 소가 좋아한다고 해서 소밥나무, 밤이 되면 모든 잎이 짝을 이뤄 합쳐진다고 부부금실을 상징하는 합환수, 콩깍지 같은 열매가 바람에 흔들려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 때문에 여설수. 마침 꽃이 피었는데 광각으로 담기엔 역시 한계가.

 

일본군 진지

여기까지 기어 들어와서 진지를 만들다니. 독한 것들.

 

풍혈, 저 밑 바위 틈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앞서 길을 걷던 해설사분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면서 말씀하신다. "여러분 덥죠? 조금만 참으세요. 제가 요 앞에 에어콘 틀어두라고 해놨으니까." 뭔소리래. ㅡㅅ- 근데 계단을 내려갈수록 정말 시원해진다. 한발 내딛을 때마다 온도 차이가 나는 것이 느껴질 정도. 맨 아래로 내려갔더니 시원하다 못해 춥게 느껴질 정도. 여기에 바람이 나오는 풍혈이 있단다. 여름에는 찬 바람이,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고. 그 자릴 떠나기가 싫더라능.

 

설명 중이신 해설사

거문오름은 바위산이라 나무가 뿌리를 내리기에 적합하지 않단다. 저기 나와 있는 것들이 다 줄기가 아니라 뿌리. 걸을 때에도 가능하면 뿌리를 밟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다.

 

바위에 박힌 화산탄

 

나뭇잎들이 한들한들

일본군들이 만들어둔 병참도로를 따라 탐방은 계속 된다. 풍혈을 한 번 더 지나고, 수직갱도는 위험해서 막아뒀단다. 높이가 30미터가 넘는다고. ㅎㄷㄷ 여길 지나면 분화구 탐방은 끝이다. 이제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 수도 있고, 용암길로 갈 수도 있다.

우린 여기서 큰 실수를 했는데, 용암길 입장이 3시까지 되는걸로 착각한 것이다. 그래서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고도 용암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참 능선을 따라 돌다가 2시까지라는 것을 알아버렸다는. ㅡㅅ-

 

능선에 있는 봉우리들

봉우리는 모두 아홉 개. 아까 말했듯이 아홉 마리의 용이라 각 봉우리에는 용 이름이 붙어 있다. 시작하는 곳에서 시계 방향으로 돌면 9룡, 8룡, 7룡... 순서로 돌게 된다. 능선에는 해설하시는 분이나 인솔하는 분이 따로 없다. 그거슨! 내 가방 안에 있는 맥주와 막걸리를 마실 수 있다는 것! ㅋㅋㅋㅋㅋ

 

너도 트레킹 중이니? ㅎㅎ

물론 자연보호를 위해서 뭘 먹으면 안된다는 건 잘 알았지만 점심 때가 지나서 배가 고팠다. 더운 날씨라 목도 말랐고. 그래서 흘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도시락을 먹었다. 멸치 볶음밥하고 김치 볶음밥이었던가? 대단한게 들어간 것도 아닌데 너무 맛있더라는. 맥주랑 막걸리도 시원하게 마셔주고, 후식으로 방울 토마토도 먹었다. 쓰레기 잘 챙겨왔으니까 너무 뭐라 하지 말아주세요. ㅡㅅ-;

 

월리 재민이를 찾아라.

 

어차피 늦은거, 멋진 주변 풍경도 감상해주고

 

정말 멋지지 않아?

 

아까 여기서 능선쪽으로 가지 말고 용암길로 갔어야 했는데. ㅡㅅ-

뭐. 그랬다면 능선은 못봤겠지만. 근데 솔직히 능선엔 별달리 특별한 것은 없었다. 어차피 3시라 용암길은 못들어가니 다시 탐방 안내소로 돌아가야 한다. 맡겨둔 맥주와 막걸리를 찾으면서 내년에도 용암길이 개방될까 여쭤봤는데 대답이 애매. "글쎄요.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돌아나오는 길

 

아저씨 어느 이발소 다녀요? ㅋ

 

무슨 꽃인지는 몰라도 이쁘다. 조금 시들긴 했지만 말야.

 

꽃 속에 또 꽃이? 너무 예쁘다. @ㅅ@

화무십일홍이라지만. 어쩌면 제대로 한 번 피워보지도 못하고 이 나이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국민학교 때 생각이 난다. ㅎ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면 뱃지를 준다. 동훈씨는 이게 그렇게 가지고 싶었다나? ㅎ

근데 너무 어정쩡한 시간에 끝났잖아? 아직 4시도 안됐는데. 이대로 들어가기엔 좀. 교대 언니는 오늘 올라가봐야 해서 바로 제주시로 가야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어딜 가볼까 고민하기 시작. 용암동굴 보려다가 못봤으니까 아쉬운대로 미천굴이란 곳에 가보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도착해서 교대 언니랑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바이바이.

 

성읍 민속마을, 전통방식의 지붕도 보인다.

버스를 타고 한 20여분을 달려 성읍 민속마을에 내렸다. 기사님이 친절하게 미천굴 방향을 알려주셨다. 근데 꽤 멀거라고. ㅡㅅ-

우린 겁도 없이 걸어가려 했으나 날이 너무 더웠다. 그리고 눈치밥을 먹어서 그런지 배도 고팠다. 그래서 길가에서 남은 맥주랑 막걸리를 마시고 가기로 했다. 옆에 있는 막걸리집에서 파전만 사다가. ㅋ 근데 파전사러 간 사람들이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염치불구하고 파전만 시켜놓고 컵까지 빌려 우리가 가져간 맥주랑 막걸리를 마셨다. 파전집 아주머니들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이런 날씨에 어떻게 걸어다니냐고. 미천굴까지는 너무 멀어서 걸어가기 힘들단다. 최소 1시간은 걸어야 한다고. ㄷㄷㄷ

 

풍력발전기가 있네?

그래도 일단 걸어보기로...

 

낚싯대가 몇 개야? 아저씨 물가에 저렇게 편하게. 완전 부럽다. ㅜㅜ

근데 인간적으로 너무 덥다. 그늘도 없는데 한 시간이나 걸어야 한다고라고라? 이럴 때 필요한 건 무엇?

 

트럭 짐칸이지용. ㅋㅋㅋㅋㅋ

뒤에서 트럭이 오길래 손을 흔들어 세웠다. "저희 미천굴가는데 중간까지 좀 태워주시면..." "나도 거까정 가는데 얼릉 타."

 

오랜만에 타보는 트럭 짐칸

역시 난 생활력 있어. 하긴 대만에서 꽁술도 얻어마시고 왔는데. ㅋㅋㅋㅋㅋ

 

아. 근데 진짜 멀긴 멀구나. 걸어왔으면 죽을 뻔했네.

 

미천굴 입구 도착

할아버지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미천굴 입구 도착. 여기가 일출랜드란다. 미천굴은 그 안에 있는 모양.

 

야자수와 파란 하늘, 색깔있는 지붕과 문

걸어왔으면 고생은 물론이고 표도 못 끊었을지도. 입장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걸렸다. ㄷㄷ

 

연못 멋지게 꾸며놨네. ㅎ

 

분수도 시원하게 뿌려주고

 

자귀나무

 

굴보러 왔으면 굴을 봐야지? 오늘의 동행들.

 

저기가 입구, 영화의 한 장면 같지 않수?

 

안에 나름 저런 조명이나 분수 같은 것들도 좀 있고

 

원시인이 그린 동굴 벽화(응?)

 

내가 아직도 하르방으로 보이니?

 

저 안쪽에 뭔가 이것저것 더 있다.

동굴 안은 엄청 시원했다. 아까 풍혈이 생각날 정도. 굴은 그리 긴 편은 아니어서 휘휘 둘러보고 나왔다. 알록달록한 조명이야 그렇다고 쳐도 동굴 벽에 용그림 같은거 그려도 되나? 가능하면 꼭 필요한 조명들만 설치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동굴 입구는 이렇게 돌들을 촘촘히 쌓아서 만들었다.

 

더운데 안나가면 안될까?

 

야자수들

 

나가자구요.

일출랜드는 별로 볼 것이 없었다. 사실 대단한걸 기대하고 간건 아니지만. 야자수 정원과 연못이 있다는 정도? 물론 미천굴도. 이제 슬슬 해도 기울고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네. 근데 여기서 어떻게 가지?

매표소에 물어봤더니 버스가 끊겼을 시간이란다. 그럼 엄청 걸어야 한단 소린데. 나오다보니 김영갑 갤러리가 몇 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온다. 아놔 이거 완전 좌절인데? 또 히치하이킹을 해야 하나? ㅋ 근데 지나가는 차들은 전부 "허" 번호판이 붙은 렌트카들. 이런 차들은 손 흔들어봐야 세우지도 않는다. 일단 길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하늘을 보며 멍 때리고 있었는데...

어라? 끊겼다던 버스가 온다? 일단 잽싸게 타고. 동훈씨랑 언니들은 둥지에 가야 하니 먼저 내리고, 재민이랑 나는 일주 도로가 지나는 곳에서 내렸다. 친절한 기사님이 일주 버스 정류장 근처에 세워주셨다. 거긴 그 버스 정류장은 아닌데도.

 

아까 그 버스 못탔으면 ㅎㄷㄷ

오늘부터 5일 동안은 서귀포에 있는 민중각에 묵을 예정이다. 유명한 곳이라 예약은 필수. 재민이는 예약을 안해서 중간 며칠은 다른 곳에 머물러야 할 듯. 일단 오늘은 방이 있다니까 다행이고. 8시 넘어 도착해서 씻고, 빨래를 돌리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길 건너 골목을 따라 들어가다보면 양쪽에 음식점이 많은데 민중각에서 오늘 추천 받은 곳은 생선구이집.

식당에 들어가서 옥돔하고 고등어 구이를 시키고 기다리는데 옆 자리 아저씨가 말을 거신다. 근데 좀? 재민이보고 대뜸 축구선수냐고? 아니라고 하고 소주 한 잔 하고 있으려니 운동하는 애들이 술을 마시면 되냔다. 오호라. 이 아저씨 취하셨구만. ㅡㅅ-

무시하고 있다가 자꾸 시끄럽게 하길래 다른 자리로 옮겼다. 결국 경찰 두 분이 와서 그 아저씨는 끌려갔고. 옥돔 구이는 엄청 짜더라. 여기만 짠 줄 알았는데 나중에 다른 곳에서 먹어봐도 짠 걸 봐서는 원래 맛이 그런 듯? 고등어 구이는 먹을만 했고. 밥 먹으면서 반주로 소주 한 잔 하고는 들어가면서 캔맥주를 좀 사들고 들어갔다. 둘이 맥주 마시면서 얘기하다가 밤 늦게 한 분이 더 들어오셔서 간단히 인사를 하고 취침. 언제 3주가 가나 했는데 벌써 제주도에 온지 일주일이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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