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에 해당되는 글 24건

  1. 2010.09.18 올레 5코스 (남원-쇠소깍) 8
  2. 2010.09.14 올레 4코스 (표선-남원) 8
  3. 2010.09.09 올레 3코스 (온평-표선) 5
  4. 2010.09.02 올레 2코스 (광치기-온평) 6
  5. 2010.08.29 올레 1-1코스 (우도) 2부 8

올레 5코스 (남원-쇠소깍)

올레 5코스, 15km ⓒ제주도청

제주도 6일째 아침, 호텔 부페로 아침을 해결하고 9시에 출발하는 호텔 셔틀버스를 탔다. 올레길 중 가장 긴 3코스와 4코스를 이틀 연속 걸은터라 오늘 걷는 5코스는 약간 쉬어가는 코스가 될 것 같다. 재민이는 전에 5코스를 돌아서 오늘은 7코스를 간다 했던가? 오늘은 전에 둥지에서 만난 현주가 같이 걷자고 해서 시작 지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구름이 멋진 하늘과 시원한 바다, 푸르른 녹음

오늘 걸을 5코스도 전체적으로는 바다를 따라 가는 길이지만 어제 봤던 4코스와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5코스가 조금 더 시골스럽다고 해야 하나? 아스팔트 포장이 된 것은 마찬가지지만 중앙선도 없는 좁은 도로, 그리고 걷기에 좋은 산책로들이 끼어 있다.

 

산책로 중간의 정자에서 잠깐 쉬어도 주고

큰엉 산책로는 7코스에 있는 돔베낭길과 더불어 우리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산책길로 꼽는단다. 엉은 언덕을 뜻하는 제주 말이라고. 그래서 그런지 내려다 보기에 아찔한 절벽도 꽤 있었다.

 

오늘 같이 걸은 현주, 요런 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현주는 조잘조잘 말이 많다. 궁금한 것도 많고. 같이 걸으면 심심하지는 않지만 너무 질문이 많아서 가끔은 성가실 때도. ㅎㅎ

 

구름 정말이지. >ㅅ<

 

쪽빛 바다와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책길

 

큰엉 산책길은 금호 리조트를 지난다.

여기에 작은 갤러리가 있어서 잠시 구경해주고.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금호 리조트를 끼고 돌아 잠시 바다를 떠난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내 대답이 별로 신통치 않았는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건지, 현주는 자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국악을 시작했다는 얘기, 친언니 얘기, 교통 사고 당했던 얘기, 친구 얘기...

 

소담스런 작은 나무 한 그루

이런 저런 얘기를 듣다 보니 다시 바다가 나온다.

 

그리곤 다시 바다를 떠난다.

 

동백나무 군락지, 오른쪽 나무들이 전부 동백나무다.

스무 살도 안된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와서 겨우 얻은 땅을 불어오는 거친 바람으로부터 막기 위해 동백 씨앗을 심어 일군 동백나무 군락지. 한 사람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황무지는 비옥한 땅이 되었다.

 

그림 같이 아름다운 제주의 바다

 

여기가 위미항이었던가?

근처에서 중간 도장을 찍어주고. 잠깐 땀을 식혔다.

 

바다에도 반영이 생기는구나.

 

올레꾼들 보라고 만들어 둔건지?

 

어설프게 뭐라고 할 말이 없는 풍경

 

3층밥(헐?)

 

너무 느낌 좋은 길

 

저기 어디쯤이 공천포인가.

저 근처 어딘가 지나는 길에 남자분들이 홀랑 벗고 목욕을 하는 노천탕이 있던데. 현주 눈이 똥그래지던데? ㅋㅋ

 

수영을 할 줄 알았다 해도... 귀찮음에 뛰어들진 못했을거야.

슬슬 점심먹을 때가 된 것도 같고, 공천포 식당이 유명하길래 가봤더니... 자리가 없다. 여기가 그렇게 맛있나? 기다릴까 하다가 이미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서 아쉽지만 패스~

 

무슨 꽃인지, 무슨 섬인지

 

그리곤 다시 바다를 떠나...

 

어느 쪽으로 건너고 있었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건너고 있었던가?

 

다리를 건너 이어지는 길을 따라

 

쇠소깍, 바닥이 투명한 보트를 타고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

 

사진이 조금 흔들려서 아쉽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전통 뗏목 테우, 노를 젓는 것이 아니라 줄을 잡아당겨서 움직인다.

 

저쪽 끝은 바다로 이어진다.

종점에 도착한 시간은 2시쯤. 재민이가 타고 오는 호텔 셔틀을 타고 같이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기 때문에 4시 정도까지 기다려야 한다. 근처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로.

 

점심으로 먹은 한치물회, 시원하니 먹을만 하더라.

제주도 물회에는 고춧가루는 거의 안들어가는 듯. 된장으로 국물을 내는 것 같은데 시원하니 좋았다. 점심을 먹고도 시간이 남아서 근처 휴게소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재민이가 타고 올 버스를 기다렸다. 셋이서 버스를 타고 호텔에 도착. 현주는 거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우리 방은 보다시피 호텔 옆면이다. 지하 주차장으로 가는 통로 쪽이지만 아쉬운대로 바다도 보인다는.

빨래는 그럭저럭 말라있었다. 샤워를 하고. 내일은 나가야 하니까 짐을 대충 꾸리고. 14만원 무료 이용을 어제 거의 다 썼기 때문에 오늘 저녁은 나가서 먹어야 한다. 둥지에 오랫동안 머물던 동훈씨가 내일 거문오름에 간다고 해서 같이 가자고 문자를 주고 받다가 이리 건너와서 한 잔 하게 되었다. 근처 말고기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방을 나섰다.

 

호텔 내부, 정면에 라이브 무대가 보이고 오른쪽에 부페가 보인다.

 

호텔 밖 전경, 저 뒤에 보이는 것은 해비치 리조트

리조트와 호텔은 같이 붙어 있고, 호텔을 선택하든 리조트를 선택하든 내 맘이지만 혼자라 호텔을 선택했다. 첨엔 혼자 묵을 줄 알고 싱글이든 트윈이든 상관없다 그랬는데 나중에 체크인하려니 퀸사이즈 뿐이란다. ㅡㅅ- 그래서 시커먼 머스마 둘이 한 침대를. 재민이 여자 친구분 미안해요. ㅋㅋㅋㅋㅋㅋㅋ

 

말이 끄는 마차, 말은 어두워서 안나왔다. ㅋ

 

리조트에 좀 더 가까이 가서, 저 앞으로 계속 가면 표선 해수욕장이 나온다.

둘 다 거지꼴을 하고. 우린 이런데 있으면 안될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말고기 육회, 소고기보단 초큼 찰진 듯?

제주도에 왔으면 말고기를 한 번 먹어봐야. 우리가 둥지에서 추천 받은 곳은 사장님이 추천한 청정제주마장하고 고부장님이 추천한 고수목마. 동훈씨가 청정제주마장에서 보자길래 그리로 갔다. 여기가 호텔에서 더 가깝던데? 동훈씨는 아직 도착 안했고, 재민이랑 이것저것 맛보자고 코스 2인분을 주문했다. 여기서부터 살짝 음식테러. ㅋㅋ

 

스테이크, 소스는 약간 싸구려삘이. ㅡㅅ-;

종종 느끼지만 GX-20의 화밸은 상당히 정확한 편인 듯. 이 정도도 나에겐 과분한 카메라다.

 

짤깃짤깃한 갈비찜

시커먼 촌놈 둘이 생전 처음 말고기 먹어보면서 우와우와를 연발. 소주를 들이 붓는 와중에 동훈씨가 도착했다. 말고기 육회 하나 더 시켜주고, 남은 코스 요리를 섭렵. 그닥 아름다운 광경은 아니네. ㅎㅎ 촌놈인데 어쩔 수 있나유?

 

둥지 사장님 이름 팔고 서비스로 받은 내장.

 

구이가 빠지면 섭하징. 츄릅~

 

마무리는 역시 이거 아니겠슈? ㅋ

재민이 술 마시다 말고 문자질하더니 1차 끝날 때 즈음 둥지에서 만났던 부산 교대 아가씨 등장(이름이 생각 안나서 죄송염). 2차는 근처 매운 닭발집으로 ㄱㄱ. 시원한 콩나물국과 매운 닭발에 한라산 소주를 마셨다. 거기서 "노지"라는 걸 알았는데 냉장고에 넣지 않고 상온에 보관한 소주를 "노지"라고 한다고. 찾는 사람은 그것만 찾는단다. 닭발에 소주를 마시면서 내일 거문오름에 갈 계획(?)을 짜고. 오름에 가서 마실 막걸리랑 맥주는 우리가 준비하기로 했다. 도시락은 동훈씨가. 참. 동훈씨는 여자분이다. ㅋ 제주도 놀러 왔다가 제주도가 너무 좋아서 둥지에서 일하면서 오랫동안 머무르는 중. 나도 직장이 없었다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동훈씨가 술을 좀 많이 마신 듯하여 택시를 잡아 보내드리고. 남은 셋이서 캔맥주를 사들고 표선 바닷가에 앉았다.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부산 교대 아가씨도 택시태워 보내드리고. 한 번 누으면 몸이 빨려들어가 일어날 수 없는 폭신한 침대(재민이의 표현에 따르면)에 몸을 눕히고 잠이 들었다.

올레 4코스 (표선-남원)

올레 4코스, 23km ⓒ제주도청

오늘은 올레 코스들 중에서 가장 거리가 긴 4코스다. 아침에 둥지에서 정들었던 사람들과 작별을 하고 재민이와 함께 스타렉스에 올라 해비치 호텔에 도착. 체크인은 2시부터라 짐을 맡겨두고 바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재민이는 4코스를 먼저 걸었는데 역으로 돌다가 길을 헤매서 제대로 못걸었다고 다시 걷는단다.

 

4코스는 지도에서 보듯이 거의 해안을 따라 걸어가는 길이다.

이날도 해는 사정없이 내리쬐고 있었고, 조금 걷다가 이상한 소리가 나서 보니까 등산화 밑창이 입을 벌리기 시작. ㅡㅅ- 나름 4-5년 함께 하면서 지리산, 설악산 등등 수많은 산을 함께 했는데 이젠 때가 됐나보다. 걷기 영 불편해서 밑창을 뜯어 가방에 넣고 조금 걸어보니 그래도 걸을만 하더라. 그냥 걷기 시작.

 

저기 저게 샤인빌 리조트인가효?

근데 4코스는 정말 이렇다할 특징이라든지 볼거리가 없더라. 잘 모르고 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바닷가를 따라서 계속 걷는 내내 생뚱맞은 수산물 가공 공장들만 나오고. ㅡㅅ- 중간중간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과 이쁘장한 펜션들 조금 보고, 대부분은 재민이랑 얘기하면서 걸은 것 같다. 날이 너무 더워서 중간에 가게라도 나오면 맥주나 한 잔 하고 갈까 했지만 가게도 잘 없고. 도중에 마을을 하나 지나면서 민가에서 물을 좀 얻고, 그 앞에 나온 가게에서 쭈쭈바 하나씩 빨고 계속 걸었다.

 

처음 맛보는 제주도 음식? 자리 물회

걷다 보니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어 물회 간판을 보고 들어갔다. 토산 남쪽나라 횟집? 아마 중간 스탬프 찍는 곳이었던 듯. 나는 물회를 먹고 재민이는 뚝배기. 드디어 제주도 음식을 먹는다는 기대를 갖고 먹었지만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지 그렇게 맛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감귤 막걸리도 생각보다 별로였고. 물회는 저렇게 나오면 저기에 밥을 말아서 후룩후룩 먹어주면 된다능.

 

재민이가 시킨 뚝배기. 별로 맛있어 보이진 않지? ㅋ

점심을 먹고 다시 내륙으로 향하기 시작. 망오름의 경치는 어떨까?

 

사실 별로 특이한건 없더라. ㅡㅅ-

이건 흡사 2코스와 3코스의 재방송을 보는 느낌. 데자뷰라는게 이런건가?

 

거슨새미 근처, 저거 정말 자그마하다. 세면대 크기만큼도 안되는 듯.

날이 너무 더웠는데 세수하기 딱 좋은 크기의 샘이 있더라. 잠깐 더위를 식히고. 거슨새미는 거꾸로 흐르는 샘이라는 뜻이란다. 대부분의 물이 한라산에서 바닷가 방향으로 흐르는데 거슨새미는 바닷가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흐른다고. 중국 황실에서 끊어버리려고 했는데 요행히 살아남은 샘들 중 하나란다.

 

태흥리 해변길

올레 패스포트를 사면 주는 이 지도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어차피 대략적인 코스를 표기해 놓은 지도라서 정확한걸 기대하는건 아니지만 지도에 나타난 위치에 상당히 오차가 있는 듯. 3코스 김영갑 갤러리 때도 그랬지만, 거슨새미를 지나서 조금만 가면 영천사가 나올 것 처럼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는 꽤 걸어야 하더라. ㅡㅅ- 어쨌건 또 다시 2코스와 3코스의 데자뷰를 겪으면서 감귤밭을 지나 다시 바다가 보이는 태흥리로 나왔다. 발에 잡힌 물집 때문에 걷기가 꽤 힘들더라는.

 

번호판도 없는 신기한 차가? 제주도에는 경운기를 개조해 만든 이런 차들이 많다.

지겨운 길을 걷고 또 걸어 남원포구에 도착. 가지고 있던 지도에 따르면 4시 45분에 해비치 호텔로 가는 버스가 있다길래 이를 악물고 갔는데... 남원포구로 가는 도중에 해비치 호텔 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근데 시간은 아직 20분도 더 남았는데? 역시나, 호텔에 전화를 해보니 버스 시간이 바뀌었단다. 이 지도 너무 문제가 많은 듯. 지도도 그렇고 제주올레 홈페이지도 그렇고 업데이트가 너무 더딘 것 같다. 18-1하고 17코스가 생겼는데도 대문에 있는 지도는 여전히 16코스까지만 표시되어 있는 것도 그렇고.

어차피 셔틀 버스도 놓쳤고. 남원포구 방파제에 낚시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재민이가 구경이나 하고 가자길래 방파제에 앉았다. 잡아둔 고기는 좀 있던데, 한 30분 지켜보는 사이에 낚는 분은 한 분도 없었다. ㅡㅅ- 결국 그냥 동일주 버스 타는 곳으로.

버스를 타고 표선에 도착해서 한참을 걸어 해비치 호텔에 도착. 거지꼴로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가서 씻고 빨래를 했다. 세탁기는 당연히 없고, 세탁비는 너무 비싸서 손빨래하고 손으로 물을 짜서 베란다 난간에 널었다. 이러면 안되는거지 싶지만 촌놈들은 무서운게 없다. ㅋ

해비치 호텔은 처음인데 시설이 정말 잘되어 있고 직원들도 너무 친절해서 촌놈 둘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감탄했다는. ㅋㅋㅋㅋㅋ 현대중공업에서 가면 14만원까지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길래 우와~ 했더니 저녁 BBQ 뷔페가 한 사람에 6만원(세금 포함)이더라. 둘이 BBQ 뷔페에서 기네스 캔맥 하나씩 시켜 배터지게 먹고 나니 14만원 거의 다 썼다. ㅡㅅ- 그래도 촌놈 둘이 호강했다. 음식도 맛있었고(말고기 육회 첨 먹어봤어), 옆의 무대에서 외쿡인들이 생음악도 연주해주고.

저녁을 먹고 나와서 호텔 앞에 있는 가게에서 캔맥주를 사서 표선 해수욕장 바닷가에 앉았다.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들어와서 TV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올레길 걸으면서 사진을 2,800장 가까이 찍었는데 4코스에서 찍은 사진은 달랑 16장. 4코스가 볼 것이 없는지 내가 너무 준비를 안해와서 그런건지. 어쨌거나 제주도의 5일째 밤이 깊어만 간다.

올레 3코스 (온평-표선)

올레 3코스, 22km ⓒ제주도청

올레 코스들 중에 두번째로 긴 3코스. 중간에 통오름과 김영갑 갤러리를 지나 표선해수욕장에서 끝나는 코스다. 김영갑 갤러리는 사진 찍는 사람이라면 꼭 가보고 싶어하는 곳일 듯. 오늘은 같이 가는 사람이 없어서 하루 종일 혼자 걸어야 할 것 같다.

 

어제와는 달라 보이는 온평포구

어제 일찌감치 들어와서 푹 쉰(?) 때문인지 오늘은 몸이 가볍다. 날씨도 어제보다 좋고. 그런데 살갗이 벌써 벗겨지기 시작한다. V에 나오는 파충류가 된 기분? ㅋ 어제 그제 알로에를 좀 바르긴 했지만 날씨가 이대로라면 고생 좀 할 듯.

 

어제 못 찍은 온평포구 사진도 좀 담아주고

올레길엔 도무지 그늘이 없다. 가끔 깊은 숲이나 곶자왈을 지날 때를 빼고는 항상 햇볕을 쬐며 걸어야 하기 때문에 챙이 넓은 모자, 소매가 긴 옷이나 썬크림은 필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간 나처럼 직접 V에 출연하게 될 수도 있다. ㅡㅅ-

 

아침부터 장난 아니네. ㅡㅅ-

오늘은 하루 종일 혼자 걷게 될 줄 알았는데 일행이 생겼다. 바닷가를 벗어나서 막 마을로 접어들었을 무렵, 먼저 걷고 계시던 남자분을 만났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지나가려는데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물으시길래 "저는 울산요. 어디서 오셨어요?" "저는 청주에서 왔는데 원래 집은 서귀포에요." 알고 보니 청주에서 교사 임용을 준비하는 분이란다. 제주도 출신인데 올레길을 걸어본 적이 없어서 여름에 집에 온 김에 한 번 돌아보시는 중이라고.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같이 걷게 되었다. 이게 올레길의 매력인가? ㅎㅎ

 

돌하르방 군락지 (읭?)

근데 3코스 초반은 진짜 지루하다. 딱히 볼 것도 없고. 혼자 걸었으면 정말 심심했을 듯.

 

전체 코스의 1/3을 걷고서야 뭔가 첨으로 볼만한 곳이 나오네.

가을이면 온통 보랏빛 꽃잎으로 덮인다는 통오름. 지금은 여름. ㅡㅅ-

 

그래도 지금도 충분히 좋다.

 

어느새 해도 구름 뒤로 숨고.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

 

오늘 하루 큰 힘이 되어준 동행

 

중산간의 멋들어진 풍경

 

여긴 가을이 되면 보랏빛 꽃들도 꽃들이지만 노랗게 물든 모습도 멋질 것 같다.

 

멋들어진 이정표

여기서 같은 숙소에 묵고 있던 모녀를 만났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잠깐 동안 같이 걸었다.

 

중산간 도로,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이다.

 

통오름을 내려와 중산간 도로를 건너면 야트막한 산을 하나 지난다.

이곳의 숲은 생각외로 깊은 편이다. 대낮에도 볕이 거의 들지 않아 어둠침침할 정도. 우리가 가진 지도에는 이곳을 지나 조금만 더 가면 김영갑 갤러리가 나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걸어도 걸어도 김영갑 갤러리는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는 우리가 김영갑 갤러리를 못보고 지나친 것이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니까. 영갑이형 우릴 죽일 셈이야?

 

곧게 위로 자란 삼나무길, 김영갑 갤러리는 도대체 어디에?

 

어라? 나무를 베어 태우고 있어?

같이 걷던 동행이 설명을 해준다. 제주도에는 바람이 많아서 바람을 막는 방풍목이 많이 필요했는데 일제시대 땐가 삼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 삼나무는 자라는 속도도 빠를뿐더러 곧게 위로 자라기 때문에 바람을 막는데 딱이었다고. 그런데 삼나무의 꽃가루는 독성이 심해서 봄마다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서(10명에 1명 꼴이란다) 점차적으로 베어내고 다른 나무로 갈아심는 중이란다. 역시 제주도민!

 

트랙터가 지나간 자국인지 소용돌이 모양 자국이 생겼다.

 

김영갑 갤러리는? ㅡㅅ-

오늘 가장 힘든 구간은 여기였을 듯. 가도가도 김영갑 갤러리는 나오지 않고, 감귤밭만 계속. 게다가 날은 다시 개서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갤러리를 지나친 것이 아닌가 불안해 하다가 트럭을 몰고 지나가는 아주머니께 여쭤봤더니 한 30분 남았단다.

 

드디어!

점심먹을만한 곳도 마땅치 않아 쫄쫄 굶으며 걷다가 만난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지도를 어떻게 만든거야!

 

들어가 볼까?

 

오느라 욕보긴 했네유.

 

만사 귀찮은 인형? 정원에는 요런 인형들이 많다.

점심도 못먹었고 날도 더워서 그늘에 앉아 동행이 가져온 초코파이를 맛나게 먹었다.

 

갤러리 뒤에 있는 무인 찻집

물도 떨어지고, 화장실을 가려다 발견한 갤러리 건물 뒤의 무인 찻집.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놨다. 음악도 좋고.

 

네네 명심할께요.

에어컨 바람도 너무 시원하고 정수기도 있어서 생수병에 물도 채웠다.

 

쓰기도 하고, 팔기도 하는 모양

 

차가운 음료가 마시고 싶은데. ㅡㅅ-

 

아직 아무 것도 안먹었다구요. ㅡㅅ-;

 

방명록인가? 폴라로이드 사진들도 있고.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분위기가 좋아요.

 

창문엔 이쁜 그림도

1시가 넘었는데 점심먹으러 간 언니는 돌아오지 않고. 일단 갤러리부터 구경하기로 했다. 입장료는 3천원. 초코파이 얻어먹었으니 동행 입장료는 내가 계산했다. 제주도민이라 할인받아 2천원인데 그렇게 부담스러하실 것 까지는. ㅡㅅ-; 영갑형님이 찍은 사진엽서를 하나씩 준다.

 

사랑은 집요해서 해뜨기 전에 벌써 문앞에 와 있다.

 

더 많은 작품들이 있으니 꼭 직접 보는 것을 추천

작품들을 구경하고 나오는 길에 있는 영상관에서 20분 정도 다큐멘터리를 봤다. 영갑형님의 인터뷰도 있고, 병에 걸려 카메라도 들기 힘들면서도 카메라를 손질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았다.

 

생전에 쓰시던 방

 

오래 기다렸다! 감귤 쥬스!

감귤 쥬스를 마시고 조금 노닥거리다가 다시 출발.

 

시원한 소나기

갤러리를 나서서 길을 따라 조금 걷다보니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를 맞으면서 다시 밭길로.

 

땅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사진에는 안나왔네.

다시 단조로운 길을 한참동안 걸어 일주 도로를 만났다. 레스토랑이 보이길래 늦은 점심을 돈까스로 해결하고. 돈까스가 참 튼실하게 나왔던 기억이. 지금 지도를 보니 나와 있네? 우물안 개구리 레스토랑. 우리가 갖고 있는 지도엔 없었다.

 

길을 따라 걷다 만난 바다목장. 사유지라 철조망이 쳐져 있다.

 

시원한 바다 옆에 넓은 초원이 있다.

 

말과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드넓은 초원

 

파도가 대단했다. 내 마음도 씻어주지 않을래?

 

뭘 그렇게 생각하세요? 같은 숙소에 묵었던 분인데 말이 통 없으셔서.

 

맛있겠다. 소고기... (응?)

 

모자란 사진 내공이 아쉬울 뿐

 

텐트치고 자면 좋을 것 같아. 사유지라 안되겠지만.

 

목장을 지나 계속되는 바닷가, 이 날 파도는 정말 예술이었다.

 

에메랄드 빛 바다

 

바다를 떠난 길은 다시 내륙으로

 

벌써 코스모스가 필 계절이 됐나?

 

다시 마을이 나오고

도로가 공사중이라서 우회해야 된다는 표지판이 나왔다. 3코스를 걸으면서 거의 처음으로 가게가 나온 듯. 쭈쭈바 하나씩 빨아주고, 담배가 떨어져서 담배를 샀다. "담배 피우셨어요? 하루 종일 안 피우시길래 담배 안피우는 분인 줄 알았어요." 저도 하루 종일 어떻게 안피우고 버텼는지 궁금합니다. ㅎ

 

둑방길을 지나

 

배고픈 다리

고픈 배처럼 다리가 쑥 꺼져 있다 해서 배고픈 다리란다. 조수간만에 따라 물에 잠기기도 하는 모양. 근데 배고파. ㅡㅅ-

 

다리 위에서 유유자적 낚시를 하시네. 뭐 좀 잡으셨어요?

 

정낭, 집에 아무도 없단다.

나무가 3개 걸려 있으면 집에 아무도 없고, 2개 걸려 있으면 조금 멀리 간거고, 1개 걸려 있으면 옆집이나 가까운 곳에 갔으니 금방 온다는 표시란다.

 

철근으로 만든 노란 난간이 참 특이하네?

조금 더 걸으니 하천마을에서 만든 쉼터가 나온다. 정자가 있는 공터. 청년회에서 만든거라는데... 제주도 청년회도 나이 많은 중년 아저씨들이 많단다. 제주도 살던 분이랑 같이 걸으니 궁금할 때마다 물어볼 수 있어서 좋다. 정자에서 잠깐 쉬고 다시 출발.

 

표선 바닷가가 보이기 시작, 이제 거의 다 왔나봐.

 

물이 빠지는 중인지 들어오는 중인지

 

아주 작은 해변이 나온다.

 

먼저 지나간 발자국이 많구나. 호젓하니 딱 좋은 느낌.

바위 위에 돗자리를 깔고 시원하게 웃통을 벗으신 아저씨가 계신다. "안녕하세요. 시원하시겠어요." "예. 너무 더워서 나왔어요. 조금만 더 걸으시면 끝이에요." "고맙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도 스스럼 없이 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올레길. 좋구나.

 

물이 빠지면서 생긴 무늬. 구멍도 숭숭 뚫려 있다.

 

표선 해수욕장 무료 야영장

 

바닷가 구경도 좀 해주고

사진을 찍을 땐 몰랐는데 사진을 찍고 바닷가를 둘러보고 있으려니 누군가 반갑게 아는 척을 한다. 어라? 어제 본 그 외쿡 커플아냐? ㅋ (윗 사진 가운데 앉아 있는 커플) "헤이~" 라면서 둘이 나란히 손을 흔든다. "어라? 모구리 야영장에 안갔어?" "갔었는데 우리가 생각했던거랑 조금 달랐어. 그래서 여기로 왔는데 여기가 훨씬 좋네. 우리 텐트는 저쪽에 있어." (무료 야영장을 가리키며) "그렇구나. 그럼 오늘도 여기서 자는거야?" "응. 여기가 너무 좋아서 하루 더 있다 가려고. 오늘 걸으면서 좋은 구경 많이 했어?" "응. 그런대로. 오늘은 22km 걸었어." "와우~" 사람 인연이라는 것이 만나려니 또 이렇게도 만나는거구나. 좋은 시간 보내라고 서로 인사를 하면서 헤어졌다.

조금 더 걸어서 해수욕장이 끝나는 곳에 도장 찍는 곳이 있었다. 도장을 찍고 어디로 가야 버스를 탈 수 있는지 확인을 하고. 오늘 하루 종일 같이 걸으며 동고동락을 한 동행과도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됐네.

 

객주리를 말리고 있다. 쥐치를 제주도에선 객주리라고 한다.

하루 종일 같이 걸어준 동행이 고마워 저녁이라도 같이 하자 하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냥 헤어졌다. 서로 길 반대편에서 버스를 타야 해서 덕분에 즐거웠다며 악수를 하고.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못물어봤는데. 너무 반가웠어요. 고마웠고.

한 20분을 기다려 버스를 타고 온평 초등학교에 도착. 픽업해달라고 전화를 했더니 고부장님이 "못 걸어 오겠니?" 한 4일째 걸은데다 오늘은 22km를 걸었더니 발에 물집이 제대로 잡혔고, 더 걷기도 싫었다. 기다렸다가 스타렉스를 탔는데 픽업갈 사람이 있다고 해서 성산항으로 ㄱㄱ.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엉덩이를 개한테 물린 분을 픽업하고 돌아온 시각은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사장님은 오늘도 나한테 총무를 맡기려고 했는데 내가 늦는 바람에 민수 형님이 총무를 맡았다. ㅋ

씻고 나와서 오늘도 바베큐 파티. 고양에서 가족과 함께 오신 큰 형님이 준비한 카레와 수박으로 저녁을 맛있게 해결했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고, 카레도 잘 먹었습니다. 큰 아드님도 군대 잘 다녀오시고. 옛날 소주의 사카린 맛을 기억하는 당신이 술을 안마셔봤을리 없다고! 부모님 앞이라고 뻥치다가 딱 걸렸어! ㅋㅋ

오늘은 내가 둥지에서 마지막으로 묵는 날이다. 내일부터는 거지 꼴을 하고 해비치 호텔에서 묵어야 할 판. 재민이가 흔쾌히 따라나서기로 해서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다. 민수 형님은 갑자기 회사에 일이 생겨서 돌아가봐야 하신다고. 형님, 며칠 같이 안있었지만 반가웠어요. 잘 올라가시고.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오늘도 제주도의 밤은 깊어만 간다.

올레 2코스 (광치기-온평)

올레 2코스, 17.2km ⓒ제주도청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주연이랑 성아랑 같이 광치기 해변에 도착. 길을 건너서 2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날씨는 so so.

 

내수면, 방조제를 쌓아 만든 거대한 양어장

2코스는 시작 스탬프를 찍는 곳에서 길을 건너 방조제 쪽으로 향한다. 이걸 모르고 그대로 광치기 해변을 따라 걷다가 낭패를 보는 분들이 종종 있다는.

 

우후~ 나 이뽀? 한 장 이쁘게 찍어줘봐~

 

이 포즈는 어때? 호수도 잘 나오게 찍어줘야 해?

 

요 앞에 사진찍기 좋아하는 말 한 마리 못봤어? 지가 무슨 모델인 줄 알아. 근데 이 포즈 어때? 괜찮아? 내가 걔보단 낫지.

사진찍기 좋아하는 말 두 마리를 지나서 방조제에 올라섰다. 양어장은 거의 버려진 상태인 듯.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도 없다.

 

백로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둘이 호젓한 곳에서 남몰래 만나는거야? ㅋ

찍을건 백로들 뿐. 14미리로는 하얀 점으로만 나와서 좀 더 당겨볼거라고 77미리로 바꿨는데 점이 좀 더 커졌다는 것 밖엔. ㅋ

 

방조제를 지나면 짧은 숲이 나온다.

정말 짧은 숲을 지나고 나면 다시 방조제의 끝부분이 등장. 끝에 작은 정자가 있다. 운동다니는 분들이 조금씩 있네?

 

정자 주변엔 꽃들이 많다.

 

호숫가를 따라 식산봉으로

 

식산봉 올라가는 계단

식산봉은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이 똑같다. 이 곳은 고려시대부터 왜구들의 침략이 많았는데, 마을을 지키던 장군(?)이 군사가 많아 보이게 하려고 이 오름을 군량미가 산처럼 쌓인 것 처럼 꾸몄다고 해서 식산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호젓하니 좋다.

 

안개 탓인지 전망이 썩 좋지는 않은 듯? 그래도 바람이 참 시원하다.

 

같은 길인데도 내려갈 때 느낌은 또 다르다.

 

원래 자리로

 

오조리로 건너가는 다리, 다리 이름이 며느리 다리라고?

꾸물꾸물하던 날씨가 개기 시작. 햇볕이 내리쬔다. 이거 대략 좋지 않은데? 어제 태운 곳이 따끔따끔하겠네. ㅡㅅ-

 

근데 이 다리, 그닥 실용적이진 않은 듯? 관광용인가?

 

구불구불 이어진 다리

 

나무 그늘의 벤치가 보이는가?

오늘은 날씨가 이래서 그런지 유난히 초장부터 지친다. 일단 나무 그늘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물 좀 마시고, 담배도 한 대 피우고.

 

바로 앞에 가게가. 간판도 없고 물건도 별로 없지만 가게 맞습니다. 맞구요~

잠깐 앉았다 일어나려는데 안 일어나져. 내가 벤치와 한 몸이 됐나봐. ㅡㅅ- 주연이는 벌써 안보인지 오래됐고, 벤치에 달라붙어 있는 사이에 성아도 휙하니 지나간다. 이래 된거 한 대 더 피우고 가자. ㅋ

 

붕붕붕~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미안. ㅡㅅ-;

나를 놓아줄 수 없다는 벤치와 눈물의 이별을 하고 다시 걷기 시작. 조금 걸으니까 버스가 다니는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제 주연이가 오늘 성산읍내에 오일장이 열린다고 그랬던거 같은데?

 

반찬가게, 밥집은 없나요?

장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어디 국수 파는데 있으면 국수나 한 그릇 하고 갈까 했더니 없나? 어슬렁거리면서 구경을 하다 보니 밀짚모자를 팔고 있다. "얼마에요?" "3천원." "주세요." 이 모자 올레길 끝날 때까지 나와 함께 하셨다. ㅋ

 

여러 가지 과일들이 그득

장을 보고(모자 하나 샀지만 ㅋ) 길을 따라 걷는데 집채만한 배낭을 맨 외쿡 커플이 사전인지 뭔지를 뒤져보면서 머리를 쥐어 뜯고 있다. 뭔가 오묘한 표정인데? 도와줘야 하나? ㅋ

"헤이~ 왔썹맨~" 하기엔 얘들 너무 착해 보인다. 교과서 영어로 가기로 결정. ㅋ "5월에 도와 줄까?" "예쓰! 여기 토일렛이 어디야?" "내가 오던 길 따라 한 200미터 가면 오른편에 성당이 있는데 거기 있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여자분 뛰어가신다. 오묘한 표정은 그것 때문이었나? ㅋ "한국말로 토일렛이 뭐야?" "화장실." "화장시?" "화장실!" "아. 알았어. 화장시." 너 빠다 좀 더 먹어야겠다. 리을 발음이 안되니? ㅡㅅ-

어디서 왔느냐, 뭐해서 먹고 사느냐, 어디 갈거냐 등등 머스마를 데리고 조서를 쓰다보니 시원한 표정의 여자분 등장. ㅋ 지도를 내밀면서 모구리 야영장에 가고 싶단다. 바로 옆 약국에 가서 물어보니, 여기서 버스를 타고 표선에 내려서 거기서 성읍가는 버스를 타고 성읍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야될거라는 복잡한 얘기를 나보고 영어로 어떻게 하라고?! (버럭) 지도와 손짓발짓을 동원해서 어떻게 어떻게 가르쳐는 줬다. ㅡㅅ- 자 이제 "퐐로우 미~" 해서 정류장에 갔더니 마침 버스 도착. 버스에 태우고 여기 외쿡인들 표선에 내려서 성읍 가는 버스 타야 하니 적당한 곳에 내려달라고 부탁. "쌩유쌩유" "그려 잘가." "니도 테이크 케어 하고."

나중에 얘들 또 만난다. ㅋ

 

와~ 여기서 쉬었다 가자~!

근데 뭔가 빼먹은 것 같은데? 중간 도장은 어디서 찍는거야? "썸바디 헬 미~!" ㅡㅅ-;

결국 못 찍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홍마트에서 찍어야 한다는데? 나 거기 지나왔는데 거긴 도장찍는 곳이라고 안써있던데. ㅡㅅ- 패스포트에 전 코스 도장을 다 찍었는데 2코스 중간 도장만 없다. 잊지 않겠다 홍마트. ㅡㅅ-+

 

요 깜찍한 표지판 좀 보게. ㅎ

아 근데 정말 힘들다. 단순히 날씨가 더워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뭐지? 볼게 별로 없어서 그런가? 배가 고픈건가?

 

겨우 요거 올라오는데 왜 이리 힘든 거냐고?

여기도 중간에 갈림길이 있는데 한 쪽은 정상갔다 내려오는 길이고, 다른 한 쪽은 그냥 내려가는 길이다. 힘들어 죽겠지만 그래도 정상은 보고 와야겠기에 정상가는 길로 ㄱㄱ

 

근데 날씨가 왜 이러냐고요. ㅡㅅ-

 

저기가 섭지코지인 듯

 

룰루랄라 공동묘지로~ (읭?)

오늘의 가장 어려웠던 코스. 공동묘지를 지나서 혼인지까지. 오직 밭과 길 뿐이다. 물도 떨어졌는데. ㅡㅅ-

 

날씨는 완전 푹푹. 습도 장난 아님.

 

얼레? 지금 배짼거임?

장난 아닌 습도에 힘들어서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뭔가 툭 떨어진다. 그러더니 후두두둑- 가방 안의 내용물들이 땅바닥에. 이 싸구려 가방 누구한테 얻은거였는데 터져버렸네? 나 이거 다 손에 들고 가야 하는거야? ㅡㅅ-

이 가방은 자크를 써서 가방 크기를 키우거나 줄일 수 있는데 다행히 터진 부분이 그 사이 부분이라 자크를 올려 가방 크기를 줄이는 것으로 마무리. 여기서 가방이 터져서 렌즈니 뭐니 다 손에 들고 가야 했다면 포기했을지도. 그나마 다행이여.

 

그래서 도착한 혼인지, 여기서 소원을 빌면 그 사람과 이루어진다는데 그걸 몰랐네? ㅋ

혼인지가 뭔지도 모르고 막연히 관광지일 것이다 생각하고, 관광지에는 틀림없이 매점이 있을거다 생각하면서 열심히 걸어왔는데 매점이 없다. 발도 아프고 목도 마르고 힘이 쭈욱 빠지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도 없었고, 사방에서 잔디를 깎느라 시끄럽고 먼지만 날리고. 이거 뭐야~ ㅡㅅ-

 

어떻게 이거라도

그늘에서 신발 벗고 좀 쉬다가 다시 정문 쪽으로 가보니 관리사무실이 있다. 사무실에 계신 아주머니께 이 근처 매점 없냐고 여쭤봤더니 한참 가야 한다고 왜 그러냐고 물어보신다. 물이 다 떨어졌다고 하니까 냉장고에서 큰 생수병을 꺼내서는 내 물병에 따라주셨다. 여기서도 물을 사다 드셔야 한다고 하시면서 내가 물을 마시기를 기다렸다가 또 물을 채워주시네. 정말 고마웠어요. ㅎ

 

"엄마 저기 거지가 지나가요." "쉿~ 보면 안돼."

 

사람들이 쌓아둔 돌탑들, 저 멀리 온평 포구가 보인다.

 

포구 도착, 방파제가 특이하네.

겨우겨우 도착. 제주도 습한 날씨 완전 제대로 맛보고. 종점에 있는 슈퍼에 들어갔더니 고부장님하고 주연이가 라면 먹고 있네. ㅋ 성아는 오다가 바로 들어갔다고. 나도 라면 하나 주세요~ 근데 제주도 와서 제주도 음식은 별로 못먹어보는 듯?

일찌감치 들어와서 씻고, 빨래도 하고, 오늘은 내가 바베큐 파티 총무를 맡았다. 사장님은 "총무 니가 사람들한테 이것저것 다 시켜." 라는데 난 남한테 이래라저래라하는거 별로 안좋아해서. ㅎ 오늘은 고부장님이 숭어를 한 마리 잡아오셔서 살짝 맛을 보고, 인천에서 오신 누님이 매운탕을 기가 막히게 끓이셔서 밥을 맛나게 먹었다. 술먹다 회비 빵꾸나고. 그 와중에 거문오름에 가기로 동훈씨랑 의기투합. ㅋ 막판에 비도 시원하게 와주고, 오늘은 낮에 코스 도는 것보다 밤에 노는게 더 재미있었던 듯?

※ 혼인지 관리사무실에 계시던 아주머님이 제주문화관광해설사 한재순님이셨네요. 따뜻한 배려 감사합니다.

올레 1-1코스 (우도) 2부

올레 1-1코스, 16.1km, 2부는 하고수동 해수욕장에서 천진항까지 ⓒ제주도청

 

이런데서 캠핑이라니 좋은뒈?

나도 나중에 차갖고 와서 제주도 여기저기 다니면서 캠핑해야겠다. 여기 말고도 캠핑장이 꽤 있더라구. 예상 외로.

 

튜브도 빌려주고 평상도 있고

 

누구 자전거일까?

찍을 땐 느낌 좋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아닌지도. ㅎ

 

하고수동 해수욕장을 뒤로 하고 비양도로 ㄱㄱ

 

그림이 따로 없구나. ㅎㅎ

 

비양도가 보인다.

제주도에는 비양도가 두 곳이 있다. 우도에 붙어 있는 비양도와 한림 앞바다에 있는 비양도. 우도에 붙어 있는 비양도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왜 비양도가 두 곳인가는 글쎄?

 

저 다리를 건너가면 비양도

 

저 멀리 우도봉이 보인다.

 

물이 정말 깨끗하다.

 

조용한 섬 비양도

우도에 있는 비양도는 정말 작은 섬이다. 한 2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듯.

 

낚시를 하는 분도 있고

 

망대 위에서 바라 본 풍경, 정자와 등대가 보인다.

 

저 멀리 하고수동 해수욕장도 보인다.

 

나를 따라 망대에 올라온 강아지. 어쩌냐? 먹을 것이 없어서?

 

바위섬인데 풀로 뒤덮여 있다.

 

사람들이 쌓아둔 돌탑, 무슨 소원들을 빌었을까?

 

아까 올라갔었던 망대

 

나는 다시 바다로 나가고 싶어.

 

작지만 아름다웠던 비양도를 뒤로 하고

길은 다시 내륙으로 접어든다. 우도엔 그늘이 전혀 없다. 바닷가였는데 바람도 별로 없고. 그나마 바닷가에서는 시원한 바다라도 보는데 내륙으로 들어가면 보이는건 길과 밭 뿐. 바닷가에 있던 정자에 앉아서 땀을 조금 식히고 다시 출발!

 

말 가족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연밭이 있네? ㅎㅎ

 

돌담과 나무와 풀밭이 만드는 풍경도 감상해주고

 

부럽다! 커플이 부러운게 아니라 스쿠터가! (정말이냐? ㅡㅅ-)

 

슬레이트 지붕이 날아가지 않게 올려둔 타이어와 돌들

 

여긴 원래 매표소로 쓰던 곳 같은데 지금은 이런저런 장식이 있다.

 

많은 돌탑들

제주도 곳곳에는 사진 속의 탑들보다 크기가 제법 큰 탑들이 있다. 방사탑이라고 하는데 마을의 액운이나 재앙을 막기 위해 세워둔 탑들이라고. 하고수동 해수욕장 초입에도 하나 있었는데 사진이 없네? ㅎ

 

어느새 성큼 다가온 우도봉, 왼쪽 끝에서부터 구름이 만들어지는 것이 보이삼?

"형님. 우도봉 옆구리에 저거 계단 아니에요? 저리 올라가는건가?" "설마?"

 

파도가 제법

 

파도가 제법?

 

파도가 제법!!!!!

이거 빌린 렌즌데. ㅎㄷㄷ 동철아 미안~ ㅋㅋㅋㅋㅋㅋㅋ

 

검멀레, 모래가 검어서 검멀레라던가?

저 아래로 내려가서 왼쪽으로 가면 우도 팔경 중에 하나인 동안경굴이 있다는데 밀물이라 패스. 다음 기회에. ㅡㅅ-;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

 

여러분은 지금 설마가 사람잡는 장면을 보고 계십니다. ㅋ

 

그래도 경치가 우왕ㅋ굿ㅋ

 

우도봉 등대를 향하는 분위기 좋은 길

아까는 스쿠터가 부러웠지만, 여긴 오직 걸어서만 올 수 있는 곳. 인간의 두 다리는 참 위대하지 않은가?

 

여긴 바람이 정말 시원하다.

 

지금까지 걸어온 코스가 한 눈에, 비양도까지 보인다.

 

검멀레 해변

 

사... 사람 살...

 

그거슨 설정샷. ㅋ

 

마음에 드는 색감

 

오래된 등대와 새 등대

 

바람이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오면서 구름이 만들어진다.

 

수국... 꽃말은 변덕, 진심. 색이 잘 변해서 변덕이라는 꽃말이 붙었는데 진심을 전할 때 쓴단다. 몰랐네?

정상에는 등대 박물관이 있고, 세계 곳곳의 등대 미니어쳐들이 있는데 그닥?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서둘러 까페테리아로 대피. (정확히 말하면 까페테리아 앞의 수돗가 ㅋ) 세수를 하고, 생수병에 물을 받아서 그 자리에서 두 병은 해치운 듯. ㅎㄷㄷ

 

형님! 왠지 귀엽게 나왔어요. ㅋㅋㅋㅋㅋ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근데... 쉬지 않고 뜯어먹는데 풀은 도대체 언제 자라는거야?

 

말타는 사람들도 있고, 조용한 이곳에 비명 소리가. ㅡㅅ-+

 

너무 불쌍해 보인다. 털에 윤기도 없고. 비루먹는다는게 이런건가? ㅡㅅ-

 

주차장을 지나면 다시 숲길이.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정말 끊임없이 먹는다. ㅋ

우도는 나라에서 쓸 말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서 말이나 소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우도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은게 아닌가 했는데, 섬의 모양이 소가 누워있는 모양이랑 비슷해서 그렇단다.

 

숲길을 계속 걷다보면 뜬금없이 다시 바다가 나온다. 이제 거의 끝인 것 같은데?

 

우리나라 모양이라는 바위도 찍어주고

 

근데 정말 덥다. 정자에서 좀 쉬어가요.

 

헐? 이거 뭐야? 왜 위 아래 색이 달라?!

 

천진항 가는 길, 사람들이 쌓아둔 돌탑들

천진항에 도착한 시간은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근데 배타려고 줄선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 ㄷㄷㄷ 다행히 배 두 대가 쉬지 않고 왔다갔다하면서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한 20분 서있다가 배를 타고 다시 성산항으로.

 

지금 보니 표에 이름이 써있네? ㅋ

창완이형님이 집에 갈치를 사가신다고 해서 성산항 바로 옆의 공판장으로. 와 근데 여기 완전 시원해! ㅋ 갈치 구경도 좀 하고. 갈치는 몇 "미"인가로 가격을 결정한다는데 "미" 수가 작을 수록 알이 굵고 비싸단다. 이거 조리거나 구으면 대박일 듯. ㅜㅜ 픽업 온 스타렉스를 타고 창완이 형님은 버스 타는 곳에서 작별.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ㅎㅎ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흔들의자에 앉아서 쉬고 있으려니 탄 곳이 따갑네. ㅡㅅ- 이거 고생 좀 하겠구만 생각하면서 흔들흔들 하고 있으니 저쪽에서 집채만한 배낭을 맨 시커먼 머스마가 등장. 김해에서 온 재민이는 오늘 그 배낭을 메고 1, 2코스를 다 돌았단다. ㅎㄷㄷ 조금 더 있으려니 부천에서 온 민수형님도 등장. 라면 하나 끓여먹고 노닥거리다가 오늘도 어김없이(?) 바베큐 파티에.

깻잎 밭에 가서 깻잎 따오고, 부침개에 삼겹살 구워서 소주 한 잔에 하루의 피로를... 민수형님 완전 동안이시고. 재민이랑 주연이 티격태격하는거 재미나게 구경하면서 이틀째 밤도 마무리.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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