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2코스 (광치기-온평)

올레 2코스, 17.2km ⓒ제주도청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주연이랑 성아랑 같이 광치기 해변에 도착. 길을 건너서 2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날씨는 so so.

 

내수면, 방조제를 쌓아 만든 거대한 양어장

2코스는 시작 스탬프를 찍는 곳에서 길을 건너 방조제 쪽으로 향한다. 이걸 모르고 그대로 광치기 해변을 따라 걷다가 낭패를 보는 분들이 종종 있다는.

 

우후~ 나 이뽀? 한 장 이쁘게 찍어줘봐~

 

이 포즈는 어때? 호수도 잘 나오게 찍어줘야 해?

 

요 앞에 사진찍기 좋아하는 말 한 마리 못봤어? 지가 무슨 모델인 줄 알아. 근데 이 포즈 어때? 괜찮아? 내가 걔보단 낫지.

사진찍기 좋아하는 말 두 마리를 지나서 방조제에 올라섰다. 양어장은 거의 버려진 상태인 듯.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도 없다.

 

백로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둘이 호젓한 곳에서 남몰래 만나는거야? ㅋ

찍을건 백로들 뿐. 14미리로는 하얀 점으로만 나와서 좀 더 당겨볼거라고 77미리로 바꿨는데 점이 좀 더 커졌다는 것 밖엔. ㅋ

 

방조제를 지나면 짧은 숲이 나온다.

정말 짧은 숲을 지나고 나면 다시 방조제의 끝부분이 등장. 끝에 작은 정자가 있다. 운동다니는 분들이 조금씩 있네?

 

정자 주변엔 꽃들이 많다.

 

호숫가를 따라 식산봉으로

 

식산봉 올라가는 계단

식산봉은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이 똑같다. 이 곳은 고려시대부터 왜구들의 침략이 많았는데, 마을을 지키던 장군(?)이 군사가 많아 보이게 하려고 이 오름을 군량미가 산처럼 쌓인 것 처럼 꾸몄다고 해서 식산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호젓하니 좋다.

 

안개 탓인지 전망이 썩 좋지는 않은 듯? 그래도 바람이 참 시원하다.

 

같은 길인데도 내려갈 때 느낌은 또 다르다.

 

원래 자리로

 

오조리로 건너가는 다리, 다리 이름이 며느리 다리라고?

꾸물꾸물하던 날씨가 개기 시작. 햇볕이 내리쬔다. 이거 대략 좋지 않은데? 어제 태운 곳이 따끔따끔하겠네. ㅡㅅ-

 

근데 이 다리, 그닥 실용적이진 않은 듯? 관광용인가?

 

구불구불 이어진 다리

 

나무 그늘의 벤치가 보이는가?

오늘은 날씨가 이래서 그런지 유난히 초장부터 지친다. 일단 나무 그늘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물 좀 마시고, 담배도 한 대 피우고.

 

바로 앞에 가게가. 간판도 없고 물건도 별로 없지만 가게 맞습니다. 맞구요~

잠깐 앉았다 일어나려는데 안 일어나져. 내가 벤치와 한 몸이 됐나봐. ㅡㅅ- 주연이는 벌써 안보인지 오래됐고, 벤치에 달라붙어 있는 사이에 성아도 휙하니 지나간다. 이래 된거 한 대 더 피우고 가자. ㅋ

 

붕붕붕~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미안. ㅡㅅ-;

나를 놓아줄 수 없다는 벤치와 눈물의 이별을 하고 다시 걷기 시작. 조금 걸으니까 버스가 다니는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제 주연이가 오늘 성산읍내에 오일장이 열린다고 그랬던거 같은데?

 

반찬가게, 밥집은 없나요?

장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어디 국수 파는데 있으면 국수나 한 그릇 하고 갈까 했더니 없나? 어슬렁거리면서 구경을 하다 보니 밀짚모자를 팔고 있다. "얼마에요?" "3천원." "주세요." 이 모자 올레길 끝날 때까지 나와 함께 하셨다. ㅋ

 

여러 가지 과일들이 그득

장을 보고(모자 하나 샀지만 ㅋ) 길을 따라 걷는데 집채만한 배낭을 맨 외쿡 커플이 사전인지 뭔지를 뒤져보면서 머리를 쥐어 뜯고 있다. 뭔가 오묘한 표정인데? 도와줘야 하나? ㅋ

"헤이~ 왔썹맨~" 하기엔 얘들 너무 착해 보인다. 교과서 영어로 가기로 결정. ㅋ "5월에 도와 줄까?" "예쓰! 여기 토일렛이 어디야?" "내가 오던 길 따라 한 200미터 가면 오른편에 성당이 있는데 거기 있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여자분 뛰어가신다. 오묘한 표정은 그것 때문이었나? ㅋ "한국말로 토일렛이 뭐야?" "화장실." "화장시?" "화장실!" "아. 알았어. 화장시." 너 빠다 좀 더 먹어야겠다. 리을 발음이 안되니? ㅡㅅ-

어디서 왔느냐, 뭐해서 먹고 사느냐, 어디 갈거냐 등등 머스마를 데리고 조서를 쓰다보니 시원한 표정의 여자분 등장. ㅋ 지도를 내밀면서 모구리 야영장에 가고 싶단다. 바로 옆 약국에 가서 물어보니, 여기서 버스를 타고 표선에 내려서 거기서 성읍가는 버스를 타고 성읍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야될거라는 복잡한 얘기를 나보고 영어로 어떻게 하라고?! (버럭) 지도와 손짓발짓을 동원해서 어떻게 어떻게 가르쳐는 줬다. ㅡㅅ- 자 이제 "퐐로우 미~" 해서 정류장에 갔더니 마침 버스 도착. 버스에 태우고 여기 외쿡인들 표선에 내려서 성읍 가는 버스 타야 하니 적당한 곳에 내려달라고 부탁. "쌩유쌩유" "그려 잘가." "니도 테이크 케어 하고."

나중에 얘들 또 만난다. ㅋ

 

와~ 여기서 쉬었다 가자~!

근데 뭔가 빼먹은 것 같은데? 중간 도장은 어디서 찍는거야? "썸바디 헬 미~!" ㅡㅅ-;

결국 못 찍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홍마트에서 찍어야 한다는데? 나 거기 지나왔는데 거긴 도장찍는 곳이라고 안써있던데. ㅡㅅ- 패스포트에 전 코스 도장을 다 찍었는데 2코스 중간 도장만 없다. 잊지 않겠다 홍마트. ㅡㅅ-+

 

요 깜찍한 표지판 좀 보게. ㅎ

아 근데 정말 힘들다. 단순히 날씨가 더워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뭐지? 볼게 별로 없어서 그런가? 배가 고픈건가?

 

겨우 요거 올라오는데 왜 이리 힘든 거냐고?

여기도 중간에 갈림길이 있는데 한 쪽은 정상갔다 내려오는 길이고, 다른 한 쪽은 그냥 내려가는 길이다. 힘들어 죽겠지만 그래도 정상은 보고 와야겠기에 정상가는 길로 ㄱㄱ

 

근데 날씨가 왜 이러냐고요. ㅡㅅ-

 

저기가 섭지코지인 듯

 

룰루랄라 공동묘지로~ (읭?)

오늘의 가장 어려웠던 코스. 공동묘지를 지나서 혼인지까지. 오직 밭과 길 뿐이다. 물도 떨어졌는데. ㅡㅅ-

 

날씨는 완전 푹푹. 습도 장난 아님.

 

얼레? 지금 배짼거임?

장난 아닌 습도에 힘들어서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뭔가 툭 떨어진다. 그러더니 후두두둑- 가방 안의 내용물들이 땅바닥에. 이 싸구려 가방 누구한테 얻은거였는데 터져버렸네? 나 이거 다 손에 들고 가야 하는거야? ㅡㅅ-

이 가방은 자크를 써서 가방 크기를 키우거나 줄일 수 있는데 다행히 터진 부분이 그 사이 부분이라 자크를 올려 가방 크기를 줄이는 것으로 마무리. 여기서 가방이 터져서 렌즈니 뭐니 다 손에 들고 가야 했다면 포기했을지도. 그나마 다행이여.

 

그래서 도착한 혼인지, 여기서 소원을 빌면 그 사람과 이루어진다는데 그걸 몰랐네? ㅋ

혼인지가 뭔지도 모르고 막연히 관광지일 것이다 생각하고, 관광지에는 틀림없이 매점이 있을거다 생각하면서 열심히 걸어왔는데 매점이 없다. 발도 아프고 목도 마르고 힘이 쭈욱 빠지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도 없었고, 사방에서 잔디를 깎느라 시끄럽고 먼지만 날리고. 이거 뭐야~ ㅡㅅ-

 

어떻게 이거라도

그늘에서 신발 벗고 좀 쉬다가 다시 정문 쪽으로 가보니 관리사무실이 있다. 사무실에 계신 아주머니께 이 근처 매점 없냐고 여쭤봤더니 한참 가야 한다고 왜 그러냐고 물어보신다. 물이 다 떨어졌다고 하니까 냉장고에서 큰 생수병을 꺼내서는 내 물병에 따라주셨다. 여기서도 물을 사다 드셔야 한다고 하시면서 내가 물을 마시기를 기다렸다가 또 물을 채워주시네. 정말 고마웠어요. ㅎ

 

"엄마 저기 거지가 지나가요." "쉿~ 보면 안돼."

 

사람들이 쌓아둔 돌탑들, 저 멀리 온평 포구가 보인다.

 

포구 도착, 방파제가 특이하네.

겨우겨우 도착. 제주도 습한 날씨 완전 제대로 맛보고. 종점에 있는 슈퍼에 들어갔더니 고부장님하고 주연이가 라면 먹고 있네. ㅋ 성아는 오다가 바로 들어갔다고. 나도 라면 하나 주세요~ 근데 제주도 와서 제주도 음식은 별로 못먹어보는 듯?

일찌감치 들어와서 씻고, 빨래도 하고, 오늘은 내가 바베큐 파티 총무를 맡았다. 사장님은 "총무 니가 사람들한테 이것저것 다 시켜." 라는데 난 남한테 이래라저래라하는거 별로 안좋아해서. ㅎ 오늘은 고부장님이 숭어를 한 마리 잡아오셔서 살짝 맛을 보고, 인천에서 오신 누님이 매운탕을 기가 막히게 끓이셔서 밥을 맛나게 먹었다. 술먹다 회비 빵꾸나고. 그 와중에 거문오름에 가기로 동훈씨랑 의기투합. ㅋ 막판에 비도 시원하게 와주고, 오늘은 낮에 코스 도는 것보다 밤에 노는게 더 재미있었던 듯?

※ 혼인지 관리사무실에 계시던 아주머님이 제주문화관광해설사 한재순님이셨네요. 따뜻한 배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