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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09 37만원짜리 500기가 하드
  2. 2011.10.07 Steve Jobs 타계
  3. 2011.05.25 인연설 2
  4. 2011.03.22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Season 2 2
  5. 2011.02.16 봄이 오려나? 2

37만원짜리 500기가 하드

3만 7천원이 아니라 37만원이다. 500기가 삼성 하드가 37만원?!

아마 7월이었지 싶다. 여름 휴가 다녀오기 전이었으니까. 회식을 마치고 돌아와 컴퓨터를 켰는데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났다. 직감적으로 컴퓨터를 껐다. 다음 날 퇴근하고 컴퓨터 뚜껑을 열어 냄새의 원인이 되는 것을 찾았다. 하드 둘 중 하나에서 납땜할 때 나는 냄새가. ㄷㄷㄷ 그 하드를 제거하고 컴퓨터를 켰다. 살아남은 하드는... 영화나 뭐 그런 것들이 담긴... 그렇다는 얘기는 가장 중요한 데이터가 들어있던 하드가 날아갔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DSLR로 찍은 모든 사진이 들어 있는 그 하드 말이지. ㅡㅅ-

내가 갖고 있는 하드는 메인으로 쓰는 인텔 SSD를 제외하면 모두 삼성 하드였다. 성능에 그닥 까다롭지 않았고 A/S가 쉬웠기 때문인데 얼마 전에 하드 하나가 이상을 보여 거기 있는 데이터들을 백업해놓고 그 하드는 빼둔 상태였다(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Season 2). 근데 전혀 징조가 없던 다른 하드가 날아갔다. 3년 3개월되긴 했지만 1년 남짓 쓰다 이상이 있어 새걸로 교환받은 하드라 실제론 2년 남짓. 딱 2년 지나 고장나다니 삼성의 기술력이란. 어떻게 A/S 끝나자마자 날아가는거지?

어쨌거나 꼭 살려야 할 데이터가 있는 하드라 데이터 복구 서비스를 써보기로 했다. 한 20만원 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던터라 9월 초순에 택배로 부쳤다(그 사이 뭘했는가는... 여러 가지로 정신이 없었단 변명을 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요즘 나사가 빠져버린 듯). 15만원을 얘기하길래 고치기로 하고 1주일 있었나? 타버린 부품을 교체했는데 인식이 안된단다. 교체한 부품의 펌웨어 버전과 다른 부품들의 펌웨어 버전이 맞지 않는 듯 하다며 다른 곳에 보내봐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10만원이 더 든단다. 어쩌랴. 중요한 데이터가 인질로 잡혀있는데. 수리를 마치고 다시 받는데 대략 2주 조금 더 걸린 듯. 수리비 25만원에 데이터를 백업할 2테라 하드 8만 3천원, 부가세 10%가 붙어 총 37만원. 속은 좀 쓰리지만 데이터는 살렸으니 다행이다. 당장 2중으로 데이터를 백업해뒀다.

근데 왜 2테라 하드가 하필 웬디 그린이야. 5400RPM. ㅡㅅ-

Steve Jobs 타계

故 Steve Jobs ⓒApple Inc.

수요일에 대학원 졸업 논문 접수를 정신 없이 마치고 아이폰 4S에 대한 기사를 뒤늦게 보았다. 5가 아니고 4S라니 "김태희를 기다렸는데 마누라가 온 격"이라느니, "잡스가 없으니 애플도 끝"이라느니 뭐 그런 시시콜콜한 기사를 읽었다. 애시당초 5가 나온다해도 갈아탈 생각은 없었던터라(5가 나오면 4 가격이 떨어질테니 4로 갈아타볼까 생각은 했지만) 4S에서는 뭐가 달라졌는가를 유심히 봤는데 그닥 내 맘을 끄는 추가 기능이 없어서 나중에 4 가격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나 보기로.

어제 대학원 수업이 9시 30분에 있어 일찌감치 출발하여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컴퓨터를 켰는데... 잡스... 사망? 아이폰 4S를 발표한 다음 날이고, 8월 말에 애플 CEO를 물러난지 한 달 남짓이다. 

 

오늘 세계에서 가장 좋은 대학 중 하나에서 여러분의 졸업식을 함께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지금이 제가 대학 졸업에 가장 가까운 순간입니다. 오늘은 저의 인생에 대해 세 가지를 말하고자 합니다. 그것 뿐입니다. 대단할 것도 없는 세 가지 이야기 입니다.

점들을 연결하는 것이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저는 여섯 달 만에 리드 대학을 중퇴했지만, 정말로 그만 두기 전에 열 여덟 달 정도를 청강을 하며 머물렀습니다. 저는 왜 중퇴를 했을까요?

그것은 제가 태어나기 전에 시작되었습니다. 저의 생모는 젊었고, 결혼을 하지 않은 대학생이었는데 저를 입양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분은 저를 대학을 졸업한 부모에게 꼭 보내야겠다고 생각했고, 제가 태어나면 변호사 집안에 보내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태어나고보니 그 사람들은 딸을 원했던거죠. 그래서 입양을 기다리던 지금의 제 부모님이 한밤중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갑자기 입양을 보내야 할 사내 아이가 생겼는데 어떠세요?" "물론 좋죠." 저의 생모는 나중에서야 저의 어머니는 대학을 나오지 못했고, 아버지는 고등학교도 나오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몇 달 뒤에 부모님이 저를 꼭 대학에 보내겠다고 약속을 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허락을 했습니다.

17년이 지나 저는 대학에 갔습니다. 한데 저는 순진하게도 거의 스탠포드 만큼 비싼 대학을 골랐습니다. 노동자 부모님이 모아둔 적금은 몽땅 제 대학 수업료로 썼습니다. 여섯 달이 지나도 저는 그럴 가치를 못 느꼈습니다.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몰랐고, 대학이 그걸 알게 해줄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부모님이 평생을 걸려 모아둔 돈을 쓰고 있었던거죠. 그래서 저는 모두 잘 될거라 믿고 대학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당시에는 꽤 겁도 났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제가 한 결정들 중에 가장 잘한 것 중 하나였습니다. 대학을 그만 둔 순간, 저는 더 이상 관심도 없는데 들어야 할 수업들을 듣지 않아도 되었으므로 재미있어 보이는 수업들을 청강하기 시작했습니다.

낭만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기숙사 방이 없어 친구들 방 바닥에서 잤고, 먹을 것을 사려고 콜라 병을 주워다 5센트를 받았으며, 일요일 밤마다 한 끼를 얻어 먹으려고 7마일이나 걸어 사원에 갔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내 호기심과 직감을 따라 우연히 끼어들었던 많은 일들이 나중에는 값을 매길 수 없을 경험이 되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죠.

당시 리드 대학에는 국내 최고의 서예 수업이 있었습니다. 캠퍼스 안의 모든 포스터나 서랍마다 아름다운 손글씨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중퇴를 해서 정규 과정을 들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서예를 배워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세리프체와 산세리프체를 배웠고, 서로 다른 글자들 사이의 간격 변화를 배웠으며, 좋은 조판이란 어떤 것인가를 배웠습니다. 그것은 아름다웠고, 역사가 담겨 있었으며, 과학으로 설명하기 힘든 예술적 미묘함이 있었습니다. 대단히 매력적이었죠.

이런걸 배운다고 내 인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10년 뒤에 우리가 처음 맥을 만들 때, 그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맥에 적용했죠. 아름다운 글꼴을 가진 첫 컴퓨터였습니다. 그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맥에는 여러 가지 글꼴도 없었을거고, 글자 사이의 간격도 어색했을 겁니다. 윈도우가 맥을 베꼈으니까 아마 어떤 컴퓨터에도 그런 것은 없었을 겁니다. 제가 자퇴를 하지 않았다면 서예 수업을 듣지 않았을테고 컴퓨터에는 지금과 같은 멋진 글꼴들은 없었을 겁니다. 물론 제가 대학에 다닐 때에는 앞날을 내다보고 점들을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10년 뒤에 뒤를 돌아보니 그것은 매우, 매우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앞날을 내다보며 점들을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뒤를 돌아 봐야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그 점들이 미래에는 어떻게든 연결될 것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배짱, 운명, 인생, 업보, 어떤 것이든 믿어야 합니다. 저는 이런 방법에 실망해본 적이 없으며, 이것을 통해 저의 인생을 남다르게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말씀드릴 것은 사랑과 상실입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일찌감치 하고 싶은 것을 찾았습니다. 스무 살 때, 아버지 차고에서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을 시작했습니다. 우린 열심히 일했고, 둘이서 차고에서 시작한 애플은 10년 만에 4천명의 직원을 거느린 20억 달러의 회사가 되었습니다. 1년 전에 우리의 가장 뛰어난 작품인 맥을 내놓았고, 저는 서른 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해고되었습니다.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해고되다니? 글쎄요. 애플이 커지자 우리는 함께 회사를 꾸려나갈 매우 능력있는 사람을 고용했습니다. 처음 한 두 해는 모든 것이 좋았죠. 하지만 갈수록 우리의 비전은 갈라졌고, 결국에는 헤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 이사회장은 그 사람 편에 섰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른 살에 나왔습니다. 그것도 매우 공개적으로 말이죠. 제 모든 삶의 초점이 사라졌고,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몇 달 동안은 정말로 뭘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제 앞의 벤쳐 사업가들을 실망시켰다고 느꼈습니다. 나에게 건네던 바톤을 떨어뜨린거죠. 데이빗 패커드와 밥 노이스를 만나 망쳐버린 것을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제 안에서 천천히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제가 하는 일을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애플에서 일어난 일은 그것을 조금도 바꿔놓지 못했습니다. 저는 거절당했지만 여전히 사랑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애플에서 해고된 것은 저에게 무엇보다 잘 된 일이었습니다. 계속 성공해야한다는 중압감은 다시 시작한다는 홀가분함으로 바뀌었습니다. 모든 것을 틀림없이 해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제 인생의 가장 창의적인 때가 시작된거죠.

다음 5년 동안 저는 넥스트라는 회사를 만들고, 픽사라는 회사를 만들었으며, 제 아내가 된 멋진 여성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픽사는 세계 최초로 컴퓨터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되었습니다. 이런 멋진 일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애플은 넥스트를 인수했고, 저는 애플로 돌아왔으며, 우리가 넥스트에서 개발한 기술들은 애플 르네상스의 심장부가 되었습니다. 로렌과 저는 멋진 가정을 꾸렸죠.

제가 애플에서 해고되지 않았다면 이런 일들도 없었을거라 확신합니다. 그것은 끔찍한 맛이 나는 약이었지만 환자에게는 필요했던 겁니다. 가끔은 인생이 당신의 뒤통수를 칩니다. 신념을 잃지 마세요. 제가 꾸준히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여러분의 일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채울거고, 정말로 만족할 수 있는 길은 자기가 하는 일이 대단한 일이라고 믿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대단한 일을 하려면 그것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아직 찾지 못했다면 계속 찾아보세요. 안주하지 마세요. 그것을 찾으면 마음이 알게 될 겁니다. 모든 위대한 관계가 그렇듯이, 그것은 해가 지날 수록 더욱 더 좋아집니다. 그러니까 찾을 때까지 계속 찾아보세요. 안주하지 마세요.

세 번째로 말씀드릴 것은 죽음입니다.

열 일곱살 때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매일을 마지막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다." 저는 감명을 받아 그 이후로 33년을 살아오면서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자신에게 묻습니다.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하려고 하는 일을 하고 싶을까?" 아니라는 대답이 며칠 연속으로 나오면, 무언가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인생에서 무언가 큰 결정을 할 때마다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내가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외부의 기대, 자부심, 난처함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마저도 죽음이라는 정말로 중요한 문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무언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의 함정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는 겁니다. 여러분은 이미 벌거벗었습니다. 마음가는대로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1년쯤 전에 저는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침 7시 반에 검사를 받았는데 췌장에 종양이 뚜렷이 보였습니다. 저는 췌장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의사들은 췌장암은 치료가 불가능하고, 세 달에서 여섯 달 정도 밖에 살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집에 가서 주변을 정리하라고 하더군요. 그것은 죽을 준비를 하라는 뜻이었습니다. 집에 가서 아이들한테 10년 동안 할 얘기를 몇 달 안에 모두 하라는 뜻이었습니다. 가족들이 단추만 누르면 되게끔 모든 것을 쉽게 해두라는 뜻이었습니다. 작별을 고하라는 뜻이었습니다.

그 날 종일 진단서를 끼고 살았습니다. 저녁에 생검이 있어 제 목과 위, 장을 통해 내시경을 넣어 바늘로 췌장에서 종양 세포를 채취했습니다. 저는 조용하게 있었는데 그 자리에 있던 부인이 의사들이 현미경을 보면서 나지막히 외치는 것을 들었다더군요. 수술로 제거할 수 있는 아주 드문 경우의 췌장암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술을 받았고, 지금은 괜찮습니다.

이것은 제가 죽음을 직면한 가장 가까운 경험이었고, 앞으로 몇십 년 동안은 그러지 않길 바랍니다. 그 때 살았기 때문에 저는 지금 여러분에게 감정을 배제한 채로 죽음의 유용함에 대해 좀 더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구도 죽기를 바라진 않습니다. 천국에 가고 싶다고, 거기 가려고 죽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죽음은 우리 모두의 종착지입니다. 누구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순리입니다. 죽음이 삶의 가장 유일한 발명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삶을 바꿔줍니다. 오래된 것이 새로운 것을 위한 길을 내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금은 여러분이 새 것이지만 멀지않은 언젠가 여러분은 점점 낡은 것이 되어 사라지게 됩니다. 극적으로 말해 미안하지만 그것이 사실입니다.

시간은 유한합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면서 낭비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한대로 사는 우를 범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의 의견 속에 여러분 내면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하십시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과 직감에 따르는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그것은 당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 모든 것은 부차적인 겁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또래 모두의 바이블이었던 전 지구 편람이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여기 멘로 파크에서 멀지 않은 곳의 스튜어드 브랜드라는 사람이 시적인 표현을 빌어 쓴 책이었습니다. 개인용 컴퓨터와 전자 출판이 있기 전인 60년대 후반이라 타자기와 가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만들었습니다. 구글이 나타나기 35년 전의 문고판 구글 같았다고나 할까요. 그것은 이상주의적이었고, 근사한 도구들과 멋진 생각들로 넘쳤습니다.

스튜어드와 그 팀은 그 전 지구 편람을 몇 차례 더 내놓았고, 나중에 마지막 호가 나왔습니다. 그 때는 70년대 중반이었고, 저는 여러분 나이였습니다. 마지막 호의 뒤 표지에는 꼭 히치하이킹을 해야 할 것 같은 이른 아침의 시골길 사진이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항상 배고파하라. 항상 바보처럼 살아라." 그것은 그들의 작별 인사였습니다. 항상 배고파하라. 항상 바보처럼 살아라. 저는 항상 그러고 싶었습니다. 이제 졸업하고 새로 시작하는 여러분에게 그것을 빌어주고 싶습니다.

항상 배고파하라. 항상 바보처럼 살아라.

대단히 감사합니다.

- 2005년 스탠포드 졸업 축사


세상엔 수 많은 대단한 사람들이 있지만, 잡스의 사망 소식은 왠지 특별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어딘지도 모를 동네의 차고에서 태어난 애플 컴퓨터와 함께 한 어린 시절의 향수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인연설

동철이랑 막걸리 한 잔 하던 4월의 어느 날 선비촌에서

이렇게 내 마음과 꼭 같은 글도 있지만 사람들 마음이 꼭 내 맘 같지는 않다는 것을 아쉬워 하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Season 2

헐? 이게 뭐야?

작년 9월쯤이었나? 절전 모드로 들어갈 때나 나올 때에 하드 디스크에서 딱딱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럴 땐 여지없이 윈도우는 버벅버벅. 이거 하드가 맛가려는건가. ㅡㅅ- HD Tune Pro를 돌려보니 윈도우가 깔려 있는 하드 상태가 노란색으로 경고라고 뜬다. 일단 데이터들은 다른 하드로 다 백업해두고. A/S 기간을 보니 구입한지 2년 하고 조금 더 지났다. A/S 기간 끝나자마자 딱 맛이 가다니. 역시 삼성의 기술력은. ㄷㄷㄷ 이거 새 하드 사서 윈도우 또 깔려면 며칠 걸릴텐데 귀찮네... 귀찮은데... 아...

 

이렇게 6개월이 흘렀다. ㅡㅅ-

바이오스 개조해서 윈도우 인증해둔 것도 언젠가 모르게 풀려버리고, 여전히 하드에선 딸깍딸깍 소리가 나고, 나머지 하드들엔 데이터가 뒤죽박죽 들어가 가득차게 될 무렵... 봄을 맞이 하여 간만에 갈아 엎기로 결정. 일단 하드부터 하나 사야.

 

지름신 접신 중

요즘 하드 싸네. 1테라가 6만원이고 2테라도 9만원. 음. 싸다. 휠을 휘리릭 굴리다가...

 

아. 이게 왜 크게 보이지. 위험한데. ㅡㅅ-

그러고 보니 요즘 SSD가 괜춘하다는 얘길 들은 것도 같...

 

가격은 왜 봐! 가격은!

일반 하드가 그냥 커피라면 SSD는 T... 읍... 속도 빠르고, 전기 덜 먹고, 충격에 강하고, 작고, 소리 안나고, 열 안나고 다 좋은데 용량 대비 가격이 아직까지는 비싼 편이다. 다행히(?) 눈 돌아갈 정도의 가격은 아니라서 포기하고 중고로 사기로 했다. 읭?

어떤걸 살까 알아봤더니 요즘엔 삼성 S470이나 인텔 G2가 대세라는 듯. 성능은 둘 다 도긴개긴인데 삼성은 용량이 64G에 가격이 새 것은 16, 중고는 13 정도, 인텔은 용량이 80G에 가격이 새 것은 20, 중고는 17 정도에 거래가 되더라. 만원당 용량으로 치면 삼성은 4.9G, 인텔은 4.7G 정돈데... 윈도우 7 깔아 쓰려면 아무래도 64G는 좀 모자라지 않을려나?

 

딸랑 이걸 15만원이나 주고 샀다고?

네이버 중고나라에 며칠 매복을 하다가 박스도 없고 씨디도 없고 암 것도 없이 딸랑 알맹이만 있는 것을 15만원에 구했다. 구입한지 3개월 된 놈이니 A/S 기간 3년을 고려하면 새 것이나 다를 바 없고. 다시 팔 것도 아니라 주저없이 구입했다. 만원당 용량으로 치면 5.3G, 이 정도면 잘 구했지? ㅋㅋㅋㅋㅋㅋㅋ

 

정품 확인은 해야지?

가격은 딱 맘에 들지만 혹시 모를 A/S를 생각한다면 정품 확인은 필수. 판매하는 분에게 미리 시리얼 넘버를 알려달라고 해서 정품 확인 페이지에 들어갔다. 처음 들어간 곳은 구글로 검색해 들어간 http://www.realcpu.co.kr, 페이지 왼쪽 아래에 회색 배너가 있길래 클릭했더니 정품 확인 페이지가 떴다. 시리얼 넘버를 입력하고 정품 마크를 누르면 짜자잔!

 

뭐... 뭣이? 이거 정품 아니라고? 님 지금 나한테 사기치는 거임?

판매하는 분에게 정품이 아니라고 한다니 그럴리가 없다며 여기 들어가 확인해 보라고 링크를 문자로 찍어주셨다.

 

http://www.realssd.co.kr, SSD 페이지가 따로 있었네?

다시 시리얼 넘버를 입력하고. 판매하는 분이 박스를 버린터라 본체에 있는 시리얼을 아래 입력란에 입력하고 확인을 눌렀다.

 

휴우. 십년 감수했네.

링크 업뎃 좀 해라 인텔 코리아. 인텔 SSD는 인텍앤컴퍼니와 코잇 두 군데에서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어서 시리얼 넘버에 따라 A/S도 따로 받아야 한다. 내가 구입한 것은 인텍앤컴퍼니에서 수입한 물건. 기억해둬야겠다.

 

이랬던 우리 아이가...

 

이렇게 달라졌어요. Season 2

SSD를 설치하고 USB에 미리 준비해 둔 윈도우 7 SP1을 깔기 시작. 와우~ 10분도 안걸려서 설치가 끝났다. 하드를 쓸 때는 대략 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이거 너무 빨리 끝나니 얼떨떨하다. 드라이버를 깔고 포토샵이니 오피스니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깔고. 드르륵 거리면서 하드 돌아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너무 빠릿빠릿하게 돌아가니 이거 내가 쓰던 컴퓨터 맞나 싶다.

 

이젠 맛이 간 하드를 되살릴 차례

딸깍거리는 소리도 그렇지만 HD Tune Pro 결과를 보고 하드에 배드 섹터가 생겼다는 판단을 내렸다. MBR 영역에 배드가 났다면 포기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배드 섹터들을 마킹해두면 그럭저럭 더 쓸 수 있으니까. HDD Regenerator 2011을 실행.

 

배드 섹터를 발견하고 재생 중. 나 재생 하드 쓰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

실행시키고 스캔하다가 대략 5분쯤 지나니까 하드에서 딸깍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그래. 거기에 배드가 있구나. 프로그램이 재생을 시작하면서 계속 딸깍거리는 소리가 난다. 남은 시간 9시간 17분의 압박. 이제 겨우 첫 배드 섹터라구. ㅡㅅ-

 

작업을 마치고 나니 대략 5시간 정도 걸렸다.

뭐. 멀티 태스킹이 좋다는게 뭔가? 하드 재생하는 동안 나는 다른 하드들에 있는 데이터들을 정리했다. 쓸모 없는 것들은 지우고,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데이터들을 분류해서 차곡차곡 정리하고. 찾아서 마킹한 배드 섹터의 총 개수는 14개.

 

깔끔하게 정리 완료... 라고 하고 싶지만 아직 정리할 게 더 남았다.

재생한 하드를 D 드라이브로 잡아두고 언제 날아가도 상관없을 데이터들을 넣어 놨더니 다른 하드 공간에도 여유가 생겼다. 나는 하드 이름을 구입한 날짜로 해두는 습관이 있는데 가만 보니 맛이 간 그 놈 빼고는 전부 3월에 질렀네. ㄷㄷㄷ

SSD를 사용해보니 컴퓨터의 전체적인 반응속도가 빨라진 것이 눈에 띌 정도로 만족스럽다. 부팅이 바로바로 되는 것도 마음에 들고, 포토샵도 띄우자 마자 바로 뜨고, 쓰던 하드도 재생해서 한동안 잘 쓸 것 같고. 돈이 들긴 했지만 이러면 또 몇 년 쓰는 거니까. 대략 만족이다. 나중에 쓰던 SSD 맛 갈 무렵에는 더 큰 용량을 더 싸게 팔고 있을테니. 좋지 아니한가? ㅎㅎ

봄이 오려나?

내 생각과 딱 맞는 장면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기상관측 이래 최고 적설량이라는 폭설이 내린지 얼마나 됐다고, 점심을 먹고 앉아 있으려니 슬 졸음이 온다. 요 며칠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그런지 은근 몸상태도 좋지 않은 것 같고. 그런게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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