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유감

북두신권보다 무서운 저작권법, 이것도 패러디로 인정이 안되면 불법이다.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http://blog.naver.com/yang456/140072051659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섯 살 된 딸이 손담비의 "미쳤어"를 부르는 것을 동영상으로 찍어 블로그에 올렸는데 저작권법 위반으로 그 글이 차단되었다는 것이다. 글을 쓴 분은 딸이 손담비의 "미쳤어"를 부르는 동영상과 해당 부분의 가사를 올렸는데, 이런 정도의 글이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에 저작권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는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자신의 홈페이지에 손담비의 "미쳤어" 원곡을 올렸다면 그건 마땅히 저작권법 위반이다. (물론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린 음악은 홈피에 들른 사람들에게 들려줄 목적으로 돈을 내고 구입한 것이며, 그런 목적으로 싸이월드에서 제공하고 있는 것이므로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원곡도 아니고 다섯 살 난 딸이 노래 부르는 모습이 귀여워서 그것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올린 것이 불법이라고 하면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그 분이 그것을 블로그에 올려서 금전적으로 이익을 얻는가? 다섯 살 난 아이가 손담비의 "미쳤어"를 부르는 동영상을 사람들이 본다면 아이가 너무 귀엽다는 생각을 할 것이며, 그것이 손담비에게 홍보가 되면 되었지 손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동영상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적발하였다는 사실이 손담비의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생각은 못하는 것일까?

물론 이것을 문제삼은 것은 손담비 본인이나 그 소속사가 아니다. 네이버에서 자체적으로 문제의 글을 차단하였는데 그것은 개정된 저작권법과 관계가 있다. 사실 위의 사례는 이전 저작권법에서도 불법이었다.

그럼 오늘부터 새로 시행되는 저작권법에서는 무엇이 문제인가?

http://notice.tistory.com/1364

① 이용자 계정 정지: 저작권 침해물을 상습적으로 전송하는 이용자에 대해서 3회 이상의 경고후 순차적으로 6개월 이내 계정 정지 명령이 내려지는 제도입니다.


② 게시판 서비스 정지 : 온라인서비스제공자(포털, P2P 등) 가 운영하는 게시판에서 저작권 등의 이용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저작권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해당 게시판 서비스를 6개월 이내 중단할 것을 명령할 수 있는 제도 입니다.

위엔 없지만 권리자가 직접 문제삼지 않아도 제3자가 저작권법 위반을 문제삼을 수 있는 조항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본 소감을 적는다고 하자. 그냥 글만 쓰기 밋밋해서 드라마의 한 장면을 캡쳐해서 넣었다. 인상 깊었던 대사도 적었다. 저작권법 위반이다. 드라마 주제가라도 삽입하는 날에는 완벽하다.

좋아하는 노래를 기타로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혼자 보기 아까워서 동영상으로 찍어서 홈페이지에 올렸다. 저작권법 위반이다.

평소에 싫어하던 사람이 우연히 내 홈피에 들렀다가 저작권법 위반 사실을 보고 신고를 했다. 3번 경고 받으면 홈페이지를 6개월 동안 닫아야 할 수도 있다. 멋지지 않은가? 이제부터 싫어하는 사람들 홈페이지를 눈에 불을 켜고 살펴보자.

대중 문화라는 것이 무엇인가? 대중이 함께 공감하고 즐기는 문화가 대중 문화이다. 대중 문화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은 이러한 대중들의 사랑을 바탕으로 이익을 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작을 한다. 저작권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저작권을 너무 강조하여 대중의 즐길 권리를 제한한다면 그것은 자칫 대중 문화의 뿌리를 쥐고 흔드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그 잣대가 명확하지 않고 두리뭉실하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저작권이 무서워 남들에게 소개도 못하고 혼자만 즐긴다? 그것을 대중 문화라 할 수 있을까?

오늘부터 개정된 저작권법이 시행된다.

팀 MT

배내골, 전날 내리던 비는 흔적도 없고 파란 하늘이 반겨주던 펜션 옆 냇가

겨울에 스키장에 다녀온 뒤로 오랜만에 팀에서 MT를 다녀왔다. 전날 비가 많이 와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파란 하늘과 따끈따끈한 날씨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덤으로 전날 내린 비 때문에 냇가엔 물이 가득했다.

 

숙소 옆 냇가엔 물이 가득, 전날 내린 비로 물이 불어 담그기에 딱 좋았다.

 

새로 들인 SMC F28-80, 저렴하지만 괜찮은 사진을 뽑아준다. 앞으로 즐겨 쓰게 될 듯.

도착하자마자 짐을 방에 던져두고 물에 뛰어 들었다. 물이 얼음장 같았지만 뜨거운 날씨 덕분에 시원하기만 했다. 맥주 한 캔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적당히 몸을 식히고는 내기 족구가 시작되었다. 몸치라서 모두를 웃겼지만... 뭐 나만 몸친가? ㅋㅋ

 

내기에 이겼는데 왜 고기를 굽고 있지? ㅡㅅ-

가져온 고기를 굽고, 소주를 마시고, 새우에 소세지에 고구마까지...

 

마트에서 샀는데 제법 튼실하다.

 

이게 없으면 섭하지, 간이 매크로도 살짝 쓸만한가?

 

평상에 발랑 누워, 펜션의 조명 때문에 색의 대비가 묘하다.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뒤늦게 도착한 과장님이 합류하고, 웃음 꽃과 비어가는 소주병과 함께 밤은 깊어만 간다.

 

간월재, 뜻하지 않게 운해를 만나다.

가장 일찍 잠이 들어서 그런지, 가장 먼저 눈이 떠졌다. 펜션 주변 동네 길을 걸으며 한적한 시골의 아침을 만끽하고, 내기 족구에서 진 사람들을 깨워서 아침 밥을 재촉했다. 역시 내기는 이기고 봐야. ㅋㅋ

 

아름답다.

 

그리고 이런 풍경을 같이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행복하다.

벌써 7월인데 올해 들어 처음으로 밖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물놀이를 하며 놀았구나. 잘 놀고 와서 조금 우울하네.

야간운전

장생포, 500미리 크롭

따르르릉-

시계의 알람이 나를 깨웠다. 오후 5시. 요기를 하고 씻고 일을 하러 나가야 한다. 잠들기 전에 마신 술의 기운이 아직도 머릿속을 맴돈다. 갈증이 난다.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내가 하는 일은 야간 화물차 운전이다. 스물 일곱, 경력 4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서울에 올라와 닥치는 대로 아무런 일이나 하면서 돈을 모았다. 배운 것이 없는 내가 할 것이라곤 막일뿐이었다. 막일로 모은 돈으로 면허를 따고, 택시를 몰았다. 경력이 쌓이자 대형 면허를 딸 수 있었다. 택시를 몰면서 모아둔 돈으로 권리금을 지불하고, 화물차를 몰기 시작했다.

야간 화물차로 싣는 물건은 다양하다. 그것이 채소든, 광물이든, 혹은 시체라 해도 상관은 없다. 일하러 나가서 실려 있는 물건을 확인하고, 지정된 목적지에 지정된 시간까지 도착한 다음, 짐을 내리고 인수증에 도장이나 서명을 받으면 그걸로 끝이다. 요구되는 것은 면허증과 머리 속에 든 지도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정된 장소에 지정된 시간에 도착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환한 대낮을 두고 야간에 애써 화물차를 몰아 화물을 나를 리 없다.

출근을 해서, 사무소에 들렀다. 허름한 간이 컨테이너 창고에는 50이 다 되어 가는 뚱뚱한 몸집의 주임이 앉아 있다.

"왔어? 오늘은 좀 바쁘니까 부지런히 해야겠어."

광태는 뭐하고 있을까.

"광태? 어디 보자. 응. 오늘은 물건 싣고 위에서 내려오게 되어 있구만."

일정을 확인하고 컨테이너를 나섰다. 화공약품이 들어 있는 드럼통을 60개 싣고 청주까지 올라가서 짐을 부리고는, 근처 공장에서 완제품을 하나 가득 실어 서울까지 올라가야 한다. 내일은 서울에서 자겠군.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익숙한 소음 속에서 각종 계기를 확인하고, 기름이 얼마나 남았나 본다. 중간에 경산이나 칠곡 쯤에서 기름을 넣어야 할 듯 싶다. 라이트를 켜고, 기어를 넣고, 핸들을 돌리며, 악셀을 밟자 거대한 화물차는 천천히 앞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일단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시내보다는 한결 여유가 있어졌다. 라디오를 틀었다. 야간 운전은 쓸쓸하다. 차도 별로 없는 뻥 뚫린 길을 말을 건넬 사람도 없이 밤새 운전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주변의 풍경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졸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사는게 이런 것인가 싶다.

광태는 지금쯤 오산이나 안성을 지나고 있겠군. 광태는 나랑 동갑이며, 일도 같이 시작했다. 몸집은 작지만 야무진 녀석이다. 별다른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나와는 달리 고향의 노모에게 송금도 하고 있다. 가끔 운전을 하다가 마주치면 손을 흔들곤 한다. 손을 흔드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사고 없이 무사히 왔다는 반가움과, 수고하라는 격려와, 끝나고 술이나 한 잔 하자는 등의 말로 하자면 길어질 내용들이 단 한 번 손을 흔들면서 전달되는 것이다.

라디오를 틀어 놓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차는 어느 새 영천을 지나 경산으로 가고 있다. 잠깐 기름이라도 넣으면서 담배나 한 대 피워볼까.

차는 저절로 경산 휴게소로 들어가고 있다. 차는 기름을 가득 채우고, 나는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가득 채우고 있다. 오늘은 보름달이 떴다.

다시 시동을 걸고, 차는 낮은 비명을 지르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잠깐의 휴식은 끝나고, 다시 쓸쓸한 길을 떠난다.

 

선암수변공원

"뭐해먹고 살거냐?"

술을 마시다 말고 느닷없이 광태가 묻는다. 글쎄. 별로 생각해 본 것이 없는데.

"늙어서까지 화물차나 몰고 돌아다닐 수는 없는거 아니냐. 고향에 계신 어머니도 사실 날이 얼마 안남은 것 같고. 난 돈 좀 모이면 고향에 가게나 하나 낼까 싶다. 결혼해서 손자도 보여 드려야지. 평생 고생만 하고 사셨는데 가시기 전에 효도라도 좀 해야 하지 않겠냐."

아무 소리 없이 소주를 들이켰다. 광태가 잔을 채워준다.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통 모르겠다. 돈을 모으는 것 같지도 않고. 야간 화물차 운전이면 그래도 꽤 짭짤한 축인데. 너도 마음 잡고 가게나 하나 내보는 건 어때? 어차피 이대로 늙어봐야 버스 운전 밖에 더하겠냐."

이대로 늙는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면서도 돈을 벌어 어쩌겠다라는 생각이 없었다. 그냥 살다보니 여기까지 흘러 왔다고나 할까. 그러나 광태의 말대로 평생 이런 일을 할 수는 없겠지. 나도 뭔가 결정을 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갑자기 차선이 좁아지고 반짝이는 불빛이 보인다. 사고가 났나보다. 경찰의 통제를 받으면서 천천히 사고 현장을 지난다. 맞은 편에서 오던 화물차가 중앙 분리대를 넘어 승용차를 깔아뭉갠 모양이다. 아마도 졸거나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겠지. 그렇지 않았다면 승용차가 갑자기 앞으로 끼어든 것일 수도 있다. 그걸 피하려고 핸들을 꺾다가 중앙 분리대를 넘었을 수도 있다. 무거운 화물차는 쉽게 멈출 수가 없다.

어쩌면 나는 고독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독이 싫다고는 하지만 막상 누군가 옆에 있으면 불편하다. 누군가를 신경써줘야 한다는 것이, 누군가 나에게 신경을 쓴다는 것이 불편하다. 그래서 여태 혼자다. 누군가에게 다가간 적도 없고, 누군가가 다가오면 피했다. 그래서 야간 화물차 운전이 좋다. 밤새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은 난 완전히 혼자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회덕 분기점을 지나 남이 분기점으로 다가가고 있다. 공단으로 들어가려면 서청주 쪽이 빠를 것이다. 나중에 나올 때는 청주 IC를 빠져나와 서울로 올라가면 된다. 그래서 서청주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내고는 좌회전을 해서 국도로 접어들었다. 공단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밤이라 그런지 도로는 한산하다. 짐을 부리는 동안 나는 담배를 한 대 피우고, 구내 식당에서 야참을 먹었다. 인수증에 사인을 받고 인접한 다른 공장으로 향했다. 지게차로 짐을 싣고 출발했다. 서울까지의 시간은 빠듯할 것 같다.

서청주에서 청주까지의 길이 새로 뚫려 운전하기 편하다. 전에는 좁은 길을 지나 갔었다. 청주 IC를 빠져나와 서울 방면으로 접어들었다. 서울까지는 두 시간 남짓 걸린다. 라디오에서 조용한 음악이 나온다. 잠을 깨기 위해 라디오를 끄고 창문을 열었다. 시원한 바람이 상쾌하다.

광태 녀석이랑은 요즘 계속 엇갈려 오르락내리락 하느라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마침 내일이 휴일이니 내일은 얼굴을 볼 수 있겠다 싶다.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할까. 말하자면 광태 놈은 지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비슷한 존재겠지.

시간이라는 것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흐르고 있다. 어느 새 차는 반포와 잠원을 거쳐 서울에 도착했다. 서울 시내를 거쳐 구로 공단에 짐을 내려다 주면 오늘 일은 끝이다.

담배를 피우며 피곤한 얼굴로 짐을 부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오늘도 지정된 장소에 지정된 시간에 도착했다. 이젠 차를 회사 주차장에 가져다 대고 숙소에 들어가 잠을 자면 된다. 동이 트려는지 하늘 한 쪽이 파랗게 밝아온다.

잠이 깼다.

시계는 두 시가 좀 넘었다고 말하고 있다. 오늘은 휴일이다. 광태놈 오늘 올라올 텐데. 전화나 걸어 술이나 먹자고 해야겠다. 수화기를 들어 광태의 핸드폰 번호를 누른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일단은 늦은 점심이나 먹고 다시 걸어봐야겠다. 식당으로 가면서 휴게실을 지나는데 향내가 난다. 휴게실 문을 열고 보니 제단이 하나 차려져 있고 향이 타고 있다. 앞에는 사진이 놓여있다.

순간 잠이 확 깬다. 사진에서 웃고 있는 것은 광태였다. 나는 그렇게 하나뿐인 친구를 잃었다.

 

선암수변공원

"김형 왔어? 오늘은 좀 바쁠 것 같은데. 그건 웬 꽃이야?"

일정을 확인하고, 화물을 확인하고, 시동을 걸어 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다가 황간을 지나 영동에 이르를 무렵에 창 밖으로 꽃을 던졌다. 오늘은 광태가 죽은지 삼 년이 되는 날이다. 나는 아직도 야간 운전을 하고 있다. 무거운 화물차는 쉽게 멈출 수가 없다. 

비 온 뒤 하늘

회의실 베란다에서

숙소 인터넷이 안된다. 요 며칠 국내 주요 사이트들에 DDoS 공격이 들어와 마비되었다더니 그 날부터 안되네. 혹시? ㅋㅋ

비오는 아침

회의실 창가, 어슴푸레한 염포산이 꼭 수묵화 같다. 폰카가 즈질이라 느낌은 잘 안살았지만. ㅡㅅ-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출근 준비를 해야하지만 빗소리를 들으며 조금 더 누워 있었다. 젖어서 축축해도 왠지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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