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그레이드 - 잠들었던 악의 제왕이 깨어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녀석들이 내 방에 ㄷㄷㄷ

예전에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온통 컴퓨터에 쏟아붓던 때가 있었지만, 금 값보다 비싸던 램 값이 똥 값이 되어버린 후에는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깨달아버렸다. 요즘 컴퓨터들이 워낙에 성능이 좋아서 쓰기에 딱히 불편함도 없을 뿐더러, 컴퓨터에 돈을 쳐바르는 원인이 되는 게임을 잘 안하게 되니까 굳이 업글을 해야겠다는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가끔씩 정신이 혼미해졌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카드 영수증과 함께 못보던 물건을 손에 들고 있는 일이 생기긴 한다. ㅡㅅ-

내가 마지막으로 정신을 가다듬고(?) 시스템을 갈아엎었던 것은 아마 2006년에 한창 와우에 빠져있었을 때였던 것 같다. 밥통 2500에 쥐포 네 마리 4200TI를 쓰고 있었는데 프레임이 만족할만큼 나와주지 않아서 불만이었다. 정신줄 한 번 놓고 새로 쥐포 여섯 마리 6800XT로 바꿔봤지만, 여전히 프레임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결국 곤로 6300을 질러버렸다. 옛말에도 있지 않은가? 새 술은 새 부대에 새 쥐포는 새 곤로에~

그 때 일말의 양심(?)은 남아 있어서, 가능하면 돈을 덜 쓰고 시스템을 업글하려고 골랐던 보드가 연구소의 775Dual-VSTA였다. DDR1과 2, AGP와 PCI-E 슬롯이 모두 달려 있어서, 모든 부품을 한번에 바꾸지 않고 차근차근 업글할 수가 있어서 경제적이었다. CPU만 곤로로 바꾸고 기존에 쓰던 DDR1 램과 AGP 쥐포를 그대로 쓸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오래 갈 리가 없지. 결국 차근차근 23인치 와이드 LCD도 지르고, 쥐포 여덟 마리 8800GTS까지 질러버렸다. 와우는 악마의 게임이다. ㅡㅅ-

그 후로 한 동안은 정신을 잃는 일이 없...을 리가 있나. 다만 대상이 카메라와 자동차로 옮겨갔을 뿐이다.

이번에 정신줄을 놓은 계기는 굴러다니던 DDR2 램이었다. 쓰고 있던 DDR1 램 2기가를 DDR2 램 4기가로 바꾼 것 까지는 좋았는데 연구소 보드가 램을 2기가까지 밖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바꾸고 나서야 알았다. 결국 DDR2 램 2기가는 언젠가 깨어나 세계를 정복할 날을 기다리면서 책상 서랍 속에서 잠들어 있게 되었... 글이 자꾸 옆으로 새는 느낌인데?

아무튼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영화에 보면 누군가 잠들어 있던 악의 제왕을 우연히 깨우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가 나잖아? 화창한 여름날 책상 속을 산책하던 용진씨는 우연히 악의 2기가 램을 깨워버리고 말았다. 그리곤 정신을 잃은 채 카드 결제를 마치고 말았다. 과연 세계 정복은 성공할 것인가? 다음에 계속...

주유 카드!

신세계 씨티카드 콰트로(주유)

요즘 기름값이 심상치가 않다. 기름값 오르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작년 초처럼 또 경유값이 휘발유 값을 추월해서 2,000원 가까이 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한 번 오르면 내릴 줄 모르는 기름값이라. 가지고 있는 카드가 SK 주유소 할인되는 카드 뿐인데 꼭 기름이 딸랑딸랑할 때는 SK 주유소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기름을 몇 번 넣다보니 주유용 카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진작부터 했었다. 게으른 성격 탓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요즘 다시 기름값이 꿈틀대는 것을 보고 이리저리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과연 용사는 마왕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응?)

 

1. 어떤 주유소를 택할 것인가?

SK 주유소가 할인되는 카드는 두 장이나 가지고 있으니, 다른 주유소 할인 위주로 알아봐야 겠는데. 근처에 현대 오일뱅크가 많으니 현대로 해야 하나? 카드를 이것저것 만들자니 지갑이 두꺼워져서 이건 안되겠다. 용사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뭣?) 그런데 알아보다 보니까 모든 주유소에 할인이 되는 카드가 있다고?

하나카드 - BIG POT 오일 카드 (리터당 60원 할인, 1일 1회, 월 4회, 1회 주유금액 10만 원까지 적용)
씨티카드 - 신세계 씨티카드 콰트로 (주유금액 4% 할인, 할인 총액 월 1만원까지)
현대카드 - 현대카드 O (리터당 60원 할인, 1일 1회, 월 4회, 1회 주유금액 10만 원까지 적용)
신한카드 - 다음 신한 세이버 카드 (주유금액 4% 할인, 월 20만원 한도, 1회 주유금액 10만 원까지 적용)

 

2. 60원? 4%?

일단 마왕의 성에 들어는 왔는데 60원은 뭐고 4%는 뭐지? 머리가 나쁜 용사는 헷갈리기 시작한다. 숨어있다가 마왕 부하들의 얘기를 듣게 되는데... "1,500원의 4%가 60원이란 말야. 그러니까 휘발유값이 1,500원이 넘으면 4%가 이득이라구!" 오호라? 역시 마왕 부하들이 똑똑한데? 당분간 휘발유값이 1,500원 아래로 갈 것 같지는 않으니까 4% 할인되는 카드가 훨씬 좋겠구나!

씨티카드 - 신세계 씨티카드 콰트로 (주유금액 4% 할인, 할인 총액 월 1만원까지)
신한카드 - 다음 신한 세이버 카드 (주유금액 4% 할인, 월 20만원 한도, 1회 주유금액 10만 원까지 적용)

 

3. 추가 혜택은?

드디어 마왕이 있는 문 앞에 도착한 용사.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무기는 단 한 가지 뿐. (왜?) 기왕이면 추가 혜택이 좋은 무기를 들고 들어가야 하는데(무기야? 카드야?) 어떤 걸 고르지? 용사도 머리가 좋아야 해먹지. ㅋㅋ

씨티카드
이마트 5% 할인 (맥주 살 때 좋겠네. ㅋㅋ)
휴대폰 요금 자동 이체 4% 할인 (아싸~)
G마켓, 옥션, 인터파크 5% 할인, 신세계몰 10% 할인 (우왕ㅋ굳ㅋ)
아웃백, 씨푸드 오션, 피셔스 마켓, 차이나 팩토리, 스타벅스 10% 할인 (이건 갈 일이 없어서 패스~)
CGV, 메가박스 10% 할인 (이건 종종 쓸만하겠네. ㅋㅋ)
병원, 한의원, 약국 5% 할인 (도무지 갈 일이 없어서~)

신한카드
d&shop 5% 할인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아웃백 20% 할인 (이건 갈 일이 없어서 패스~)
영화 1500원 할인 (월 2회/연간 12회 이내라. 흠흠.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라~)
에르고 다음 다이렉트 보험 5% 할인 (다이렉트 보험은 그닥)
다음세이버 여행 할인 (이건 꼭 여기를 통해서 해야 할인인 것 같아서 패스~)

결국 용사는 씨티카드를 선택해서 마왕을 무찔렀다?! 근데 공주는? ㅋㅋ

 

4. 결혼은 현실 (쌩뚱맞게 무슨?)

연회비는 5천원, 4% 할인은 휘발유 공시가격 기준이다. 이를테면 휘발유 공시 가격이 1,600원, 경유 공시 가격이 1,400원이라면 실제 할인되는 비율은 1400/1600*4% = 3.5% 할인. 나 처럼 경유차를 운전하는 사람에겐 3.5% 밖에 할인이 되지 않는 셈. 이건 60원 할인되는 카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경유차의 경우엔 리터 당 52.5원 할인). 할인 총액이 월 1만원까지이므로 그 이후에 넣는 것은 할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경유값 1,500원에 3.5% 할인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한 달에 190리터 정도까지만 할인이 된다. 근데 이렇게나 탈 일은 잘 없으니. ㅎㅎ

추가 혜택들의 할인 금액 합산도 월 1만원까지이다. 평균 5% 할인을 생각하면 월 20만원까지의 지출만 할인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근데 이것도 그렇게까지 쓸 일은 잘 없어서. 일단 휴대폰 요금 자동 이체는 신청해뒀다. ㅎㅎ

이런 혜택들은 전월 이용 실적이 30만원이 넘어야 한다. 물론 주유비는 제외한 금액인데 이 카드를 주로 사용하면 그것도 그리 어렵진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용사는 공주랑 결혼했냐고? 얼굴 이쁘고 몸매 좋은데 성격이 꽝이라나? 역시 성격이 맞아야 되는거다. ㅋㅋㅋㅋㅋ

신촌 서서갈비와 Woodstock

신촌 서서갈비, 두툼한 소갈비살을 석쇠에 올려 양념장에 찍어 먹는 그 맛은 정말이지... 또 침이 고인다. ㅎㅎ

휴가를 맞아 오랜만에 올라가서 친구들을 만났다. 나는 사람을 넓고 얕게 사귀기 보다는 깊고 좁게 사귀는 편이라(사실은 사교성이 부족하고 성격이 더럽다. ㅡㅅ-) 친구가 많지 않다. 그나마 일년에 몇 번 안 올라가기 때문에, 올라갈 일이 있으면 꼭 친구들을 만나고 온다. 마지막으로 올라갔던 것이 설 연휴였으니까 거의 반 년 만에 친구들을 만나는 셈인데, 그래도 올라갈 때 쯤 되면 꼭 먼저 전화를 걸어 얼굴이나 보자고 하는 친구들이 고맙기만 하다.

전에는 그래도 비교적 가까이 살았는데 몇 년 사이 친구들이 이사를 가서 이제는 각자 집에 들어갈 시간을 걱정해야 하다보니 자연스레 중간 쯤에서 보게 된다. 그곳이 신촌이다. 나의 젊은 시절을 수놓았던 신촌. 지난 번 설에는 문을 열지 않아 가지 못했던 서서갈비에 가보기로 한다. 친구들은 거기가 처음이고, 나도 너무 오랜만에 가는 곳이라 그 때 그 맛이 여전할까 조금 걱정했는데 인테리어는 바뀌었지만 맛은 여전하다. 친구들도 감탄 연발. ㅎㅎ 원래는 의자가 없이 서서 먹는 곳이라 서서갈비였는데, 철근으로 만든 오래된 석쇠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깔끔한 테이블에 의자까지 놓여있는 모습이 좀 낯설기는 했지만. 맛이 여전하니까. ㅎㅎ

기분 좋게 술을 한 잔 걸치고, 연세대 쪽으로 발길을 옮기며 2차를 어딜 갈까 하다가 경오가 추천한 Woodstock에 가보기로. 지나치면서 몇 번 본 기억은 있는 것 같은데 들어가 보기는 처음이다.

 

신촌 Woodstock, 푸근해 보이는 주인 아저씨 뒤에 레코드판과 CD가 빼곡히 꽂혀 있다.

어라? 이거 멋지잖아? ㅎㅎ 적당히 어두운 조명에, 나무로 된 탁자. 오래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에 락 음악이 흘러나온다. 요즘 락이 아니라서 그리 시끄럽지도 않고, 기타 선율이 감미롭기만 하다. 이런 분위기 너무 좋아라 하는데 거기에 시원한 맥주까지! 신청곡을 종이에 적어 주인 아저씨에게 드리면 신청한 순서대로 신청곡이 나온다. 분위기에 취해 맥주가 계속 들어간다. ㅎㅎ

 

먹었으면 빼야지, 남자 화장실 표시인데 밑에 글귀가. ㅋㅋㅋ

Woodstock은 미국 뉴욕 시티 교외에 있는 곳으로 1969년 8월 이곳에서 락 페스티벌이 열리기 시작했단다. 락에 문외한인 나도 우드스탁 락 페스티벌은 들어본 적이 있으니 어지간히 유명하려고?

 

저질 폰카로 찍어 노이즈가 자글자글하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좋네. ㅎㅎ

이런저런 밀린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 새 가야 할 시간이다. 다음엔 추석 때나 볼 것 같은데. 아쉬운 작별을 하고. 음악에 취해 술에 취해... 버스를 타고 오다가 잠이 들었다. 종점에서 허겁지겁 내리느라 휴대폰을 놓고 내려서 차고지까지 달려가느라 생쇼를 했지만, 그래도 좋다. 오랜만에 즐거웠어. 추석 때 또 보자구. 친구들.

설악산에 다녀왔어유 - 둘째날 & 셋째날

중청대피소, 어느새 깔려있던 구름이 걷히고 속초 시내가 보인다.

출발하기 전 날 세 시간 밖에 못자고 종일 운전에 산을 탔더니 피곤했던 모양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를 한 잔 하고 8시 좀 넘어 잠깐 누운 것 같은데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주변에 코 고는 사람도 많고 부부가 싸움하는 통에 다들 잠을 설쳤다는데 난 한 번도 안깨고 4시 좀 넘어서 일어났으니. ㅋㅋ 밑에 깔려있던 구름이 걷히고 속초 시내가 보이는 걸 보니 오늘 일출을 볼 수 있으려나?

 

여명이 밝아온다. 빛이 정말 환상적인 듯.

 

멀리 울산 바위가 보인다.

밑에 깔린 구름은 걷혔는데 위에는 여전히 구름이 덮여있다. 일출을 볼 수 있을까 없을까? 발걸음도 가볍게 대청봉으로 향한다.

 

어라? 저게 뭐지? ㅋㅋ

사람들의 탄성과 함께 해가 구름 사이로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위에 깔린 구름이 멋지게 물들었다.

작년에 지리산 종주할 때도 일출을 봤는데 그 땐 문제가 있었다. 짐이 무거울 것 같아서 렌즈를 40리밋만 들고 간데다 충전한 줄 알았던 카메라 배터리가 방전되는 바람에 사진도 제대로 못 건지고 카메라를 껐다 켰다 하면서 힘들게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ㅋㅋ 그래서 이번에는 10-20과 18-200을 챙겼다. 뭐 40리밋 하나 들고 갈 때랑 별 차이 안나네? ㅎㅎ

 

그래서 초큼 땡겨봤다. ㅎㅎ

 

아마 대포항일 듯, 땡겨보고 밀어보고~ ㅎㅎ

 

해가 구름에 걸렸다. 그래도 좋기만 하구만.

 

뭐가 부끄러운지 구름 속으로 숨는다. 새색시... 라기엔 해는 주로 남성으로 묘사되지 않나? 그럼 새신랑~ ㅋㅋㅋㅋㅋ

 

그리곤 완전 숨어버렸다. 구름이 참 멋지게 물들었구나.

 

제대로 된 노출에선 이렇게 보인다는거. ㅋㅋㅋ

해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제정신이 돌아왔다. 보름달이 뜨면 미치는 사람들이 많다던데 해가 떠도 그런거야? ㅎㅎ 어쨌든 정신 차리고 단체로 기념 사진도 찍고 그제서야 주변도 둘러보고. 물론 정상주가 빠질 수 없지. ㅋㅋ

 

운해도 멋지고~

 

빛내림은 더 멋지고~

 

산에 오면 이런 멋진 장면도 볼 수 있어요~

다시 중청대피소로 내려와서 라면과 햇반으로 아침을 해결하고(햇반 만세~ 지어먹는 밥도 물론 맛있지만 산에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설익기도 쉽다),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코스는 올라가는 코스랑 좀 다르게. 봉정암까지는 같지만 수렴동으로 가지 않고 오세암을 들렀다가 영시암을 거쳐서 가기로 했다. 거리는 비슷비슷한가? 조금 더 먼가?

 

어젠 운해에 묻혀서 보이지 않던 풍경이 오늘은 멋지게 잘 보인다.

 

구름 사이로 보는 봉우리들이 멋지구나.

 

다시 찾은 소청산장, 저런 사진들을 찍으려면 여기서 살아야 할텐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래보고 싶다.

 

그리고 다시 봉정암, 어제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래도 역시 안개가 낀 편이 좋아.

 

봉정암에서, 아침 공양하고 남은 것을 다람쥐 먹으라고 놔둔 것 같다. 주변에 다람쥐 서너 마리가 분주하게 아침 공양 중이다.

 

맛있어? 떨어질 줄을 모르네. 귀여워라~ ㅎㅎ

봉정암에서 어제와 다른 갈림길을 택해서 오세암으로 향했다. 어제 봉정암까지의 길이 대체로 평탄했다면 오늘은 경사도 가파르고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이라 어제보다 체력소모가 심하다. 게다가 내리쬐는 햇살까지. 형님은 죽을 맛이다. 형~ 우리 저녁에 대포항에서 회떠다가 쐬주 한 잔 하기로 했잖아~ ㅋㅋㅋ

 

뻔뻔한 다람쥐, 그래도 귀엽다. ㅎㅎ

바위 길을 오르락내리락하다보니 발바닥에 불이 난 것 같다. 중간에 발을 담글만한 계곡만 보이면 어김없이 발을 담근다. 얼음장 같은 물에 발을 담그고 천연 냉찜질을 하면 다음 계곡까지 문제 없다. 발에 물을 담그고 먹는 삶은 감자도 진미~ 감자 냄새를 맡았는지 다람쥐 너댓마리가 주위를 맴돈다. 근데 어쩌냐. 감자 다 먹었는데. ㅋㅋㅋㅋㅋ

다시 등산 양말을 신고 등산화를 신을 때까지 녀석들이 계속 주위를 맴돈다. 도망도 안가고 발 밑에서 나를 쳐다보는 표정이 꼭...

"야! 너 일루와봐! 그래 너! 너말야~ 거기 뒤돌아보는 너~ 와보라고 짜샤~ 치사하게 냄새만 풍기고 그냥 가냐? 뭐 좀 있으면 내놔 봐. 엉아가 널 삥뜯는게 아니고 빌리는 거야. 빌리는 거~"

무서워라. 저기 이거라도 드세요~ 초코파이를 하나 뜯어놓자마자 바로 달려든다. 자기들끼리 서로 장난치면서 초코파이 쟁탈전을. ㅋㅋ 근데 진작 이렇게 했으면 사진찍기 편했을텐데. 나 바보 아냐? ㅡㅅ-

 

드디어 봉정암 도착, 사람들이 뭔가를 기다리는 것 같은데? 뭐지?

 

아하~ 밥! ㅋㅋㅋ

중간에 버너를 켜서 밥을 먹을만한 곳이 없었고, 앞으로 내려가는 길에도 그럴만한 곳이 없어서 점심은 공양을 하기로 했다. 처음 먹어보는 절 밥! 미역국에 고사리 나물, 오이 김치가 전부였지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시주는 부장님이. ㅋㅋㅋㅋㅋ

 

오세암에서

 

점심도 해결했겠다. 그대로 내려가도 되지만 중간에 갈림길로 접어들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부장님 말씀에 잠깐 들러보기로 한다. 형님은 여전히 죽을 맛. 형~ 우리 저녁에 대포항에서 회떠다가 쐬주 한 잔 하기로 했잖아~ 새우튀김도 먹자며~ ㅋㅋㅋ

 

어느새 오세암이 저 멀리 보인다. 형 결국 올거면서. ㅋㅋㅋ

영시암에서 봉정암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 길인데(어제 올라간 길과 오늘 내려가는 길), 그 사이에 용아장성이 버티고 있다. 만경대에 올라가면 그걸 볼 수 있다는데... 근데 만경대는 북한에 있는거 아냐? ㅎㄷㄷ 나중에 알고보니 만경대가 아니라 망경대라고. 월북할뻔했네. ㅡㅅ-

 

망경대에서, 멋지긴 하구만. 오른편에 보이는 것이 용아장성. 이제 온 길로 다시 내려가야. ㅡㅅ-

 

백담사 입구, 물가에 사람들이 돌 탑을 쌓고 있다. 뭘 빌고 있을까?

영시암에서 백담사 입구로 돌아오는 길은 어제 왔던 길이라 그런지 별 감흥이 없다. 얼른 가서 씻고 쐬주나 한 잔 했으면. ㅋㅋㅋ

 

백담사에서

 

백담사에서

 

백담사에서

백담사는 전대갈이 다녀간 이후로 유명해졌다. 그 전까지는 절까지 가는 냇가를 건너기 위해서 부실한 나무 다리를 건너야 했고, 비가 많이 오면 쓸려가기 일쑤였다는데, 지금은 널찍한 돌 다리가 있고 절도 많이 커진 것 같다. 전대갈이 머물렀던 방은 아예 비워두고 일반 개방하고 있었는데 별로 보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패스~ 만해 한용운 기념관도 있었는데 빨리 씻고 쉬고 싶은 마음에 패스~ 난 큰 절은 절 같지 않아서 싫더라. 그래서 절 구경은 안하고 꽃 사진만 몇 장 찍었다. 이제 대포항으로 궈궈~

대포항은 그냥 일반적인 포구랑 다르지 않았다. 흥정을 해서 회를 좀 사고, 새우 튀김과 오징어 순대를 사서 미리 예약해둔 콘도로 향했다. 시원한 물에 씻으니 살 것 같구나. 산에서는 자연 보호를 위해 세제나 비누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고,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샤워는 꿈도 꿀 수 없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내내 땀은 비오듯하지만 간간이 만나는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세수를 하는 것이 전부다. 그래도 나는 산이 좋다. 산에서 해먹는 밥 맛도 좋고, 산에서만 볼 수 있는 경치들도 너무 좋다.

장만해온 안주들을 놓고 뒷풀이로 쏘주가 빠질 수 없다. 매운탕에 밥을 먹고, 라면에 쏘주를 곁들여 오늘 밤도 깊어만 간다.

사온 술을 적당히 마시고, 밖으로 맥주를 한 잔 더하러 가자고 사람들이 꼬셨지만.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사실은 산에서 내려와서 부고를 들었다. 같이 설악산에 오기로 한 차장님이 아버님이 위독하시다는 연락에 대구에 가셨는데 결국 돌아가셨단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문상을 가려면 안전운전을 위해 일찍 자야지.

 

숙소에서 바라본 설악산, 카메라를 가지러 간 사이에 울산바위에 구름이 걸렸네. ㅡㅅ-

 

숙소 뒤편은 골프장이다. 아침부터 라운딩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나마 구름이 좀 걷힌 울산바위. 울산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니가 고생이 많다~ ㅋㅋ

 

구름이 이쪽을 향해 오는 것을 보니 걷힐 것 같지는 않네. 울산바위야 잘 있어~

 

즐거웠던 설악산 산행은 이걸로 끝. 내년 여름엔 어디로 갈까?

설악산에 다녀왔어유 - 첫째날

백담사를 지나 영시암 가는 길에, 비가 옵니다.

작년에 여름 휴가를 맞아 회사 사람들과 지리산을 2박 3일간 종주하고 왔다. 올해도 여름 휴가를 맞아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이번엔 1박 2일이다. 우리도 찍어보자 1박~ 2일~! ㅋㅋㅋ

 

우리를 반겨 준 다람쥐, 처음엔 너무 신기했지만...

새벽에 울산을 떠나 설악산 주차장에 도착하니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더덕 막걸리를 시산주 삼아 황태 해장국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백담사로 가는 버스를 탔다. 구불구불한 길을 거침없이 달리는 버스의 맨 뒤자리에 앉아 있자니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백담사는 내려오면서 보기로 하고 바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늘의 목표는 중청대피소. 10km가 훌쩍 넘는 거리다.

 

비가 그린 그림

백담사에서 영시암으로 가는 길은 거의 평지나 다름 없었다. 초입에 비가 오기 시작해서 1회용 우의를 뒤집어 쓰고 걷기 시작했다. 비로 인해 불어난 계곡물소리가 너무 시원했다. 비가 좀 오긴 했지만 카메라가 방진 방습이라 그냥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영시암, 마음을 씻으라는 글귀. 천원 짜리는 누구의 센스지? ㅋㅋ

영시암에 도착해서 물을 마시며 잠깐 쉬었다. 비가 그쳐서 우의를 털어서 가방 뒤에 매달고 기념 사진 몇 장 찍어주고. 건물을 신축중인지 포크레인과 트럭이 왔다갔다하는데 안그래도 절이 커서 절 같지 않았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실망.

 

영시암을 지나서 봉정암으로 궈궈~

설악산은 바위산이라 길이 다 돌로 되어 있다. 비가 와도 진흙이 질척거리지 않아서 좋긴 한데 비에 젖은 돌은 은근 미끄럽기 때문에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다. 조심 또 조심! 봉정암까지는 이런 식의 평지나 다름 없는 길이 이어진다.

 

꺄아- 다람쥐닷! +ㅅ+

설악산엔 다람쥐가 엄청 많다. 뭔가 부스럭거린다 싶으면 틀림없이 다람쥐가 쪼르르 달려가고 있다. 덩치도 작고 어찌나 빠른지 사진 찍기가 쉽지가 않다. 날도 흐린데다가 망원으로 잡으려면 ISO를 높여도 흔들리기 십상. 사람들이 괴롭히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을 봐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어찌나 귀여운지~ 아무리 봐도 귀엽다. ㅋㅋ

 

비온 뒤라 물이 엄청 많다. 콸콸거리는 물소리가 너무 시원~

 

봉정암가는 길목, T셔츠 같아서 귀엽다.

 

그래~ 이 맛이야!

계곡 물이 하도 경쾌하게 흐르길래 도중에 잠시 쉬면서 등산화를 벗고 발을 담갔다. 여름인데도 발을 오래 담그고 있기가 힘들 정도로 물이 차다. 바위로 된 길을 오래 걸으면 발바닥에 불이 나는 것 같은데 시원한 물에 발을 담가주면 피로가 완전 풀리는 느낌. 이 맛에 산에 다닌다. ㅎㅎ

 

봉정암, 안개가 끼어 분위기 있다.

중간에 폭포를 몇 개 지나치고 드디어 봉정암에 도착했다. 명성에 비해 그닥 멋지지는 않았지만(비닐로 온통 도배를. ㅡㅅ-) 영시암보다 조용하고 안개가 끼어 그런지(구름인가?)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았다. 저녁 공양을 하고 있었지만 사람도 너무 많았고 중청대피소까지 가서 찌개를 끓여 저녁을 먹기로 했기 때문에 다시 길을 나섰다. 이제부터가 비탈길 시작인데 평소에 담배 뻑뻑 피우면서 올라갈 수 있을까? ㅋㅋ

 

봉정암 전경

 

길을 나서면서 이름 모를 꽃도 찍어주고

 

슬슬 봉정암이 멀어져간다. 이래 찍으니 좀 있어뵈는구만. ㅎㅎ

이놈의 오르막. 제법 숨이 차지만 그래도 올라갈만 하다. 같이 간 형님이 너무 힘들어해서 다른 사람들 먼저 보내고, 자꾸 쉬려는 형님을 어르고 달래서 꾸역꾸역 산을 올라간다. 형~ 우리 저녁에 찌개 끓여서 쐬주 한 잔 하기로 했잖아~ ㅋㅋㅋ

 

소청산장에서

그렇게 오르기를 얼마간, 난데없이 앞이 탁 트이면서 소청산장에 도착했다. 매점에서 맥주를 사서 마시고 있는 사람들과 평상에서 저녁을 지어먹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가 올라온 방향을 보고 있었다. 뒤돌아 본 순간 탄성이 절로~ 우와~

 

위로도 구름~

 

사방이 온통 구름이다. 이런걸 정말 운해라고 하겠지?

 

빛내림도 환상적이다. 당장 여기에 자리펴고 눕고 싶구나~

소청산장은 개인이 운영하는거라서 맥주도 팔고, 방도 펜션 비슷하게 되어 있단다. 저런 절경을 보면서 한 잔 하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지만 우린 좀 더 올라가서 중청대피소를 예약했기 때문에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ㅠㅅㅜ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꼭 오고야 말리라!

 

중청대피소 가는 길, 하늘 빛이 너무 고왔다. 거기에 양털 구름까지!

소청산장에서 20여분을 더 올라오면 또 다시 앞이 탁 트이면서 중청대피소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형님이 또 힘들어하네. ㅡㅅ- 형~ 우리 저녁에 찌개 끓여서 쐬주 한 잔 하기로 했잖아~ 밤에 라면도 끓여 먹어야지~ ㅋㅋㅋ

 

중청대피소에서, 내일 올라가야 할 대청봉이 바로 보인다. 15분이면 충분할 듯.

드디어 중청대피소에 도착했다. 평상을 하나 잡아서 버너와 코펠을 꺼내 찌개를 끓이고 햇반을 데웠다. 그 사이 벌써 소주가 한 병이 없어지고, 스팸과 김치를 넣고 끓인 찌개는 완전 예술! 거기에 라면을 끓여 소주를 한 잔 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 절경을 눈 아래 두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이 어느새 어둠이 내리고 밤이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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