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 다녀왔어유 - 첫째날

백담사를 지나 영시암 가는 길에, 비가 옵니다.

작년에 여름 휴가를 맞아 회사 사람들과 지리산을 2박 3일간 종주하고 왔다. 올해도 여름 휴가를 맞아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이번엔 1박 2일이다. 우리도 찍어보자 1박~ 2일~! ㅋㅋㅋ

 

우리를 반겨 준 다람쥐, 처음엔 너무 신기했지만...

새벽에 울산을 떠나 설악산 주차장에 도착하니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더덕 막걸리를 시산주 삼아 황태 해장국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백담사로 가는 버스를 탔다. 구불구불한 길을 거침없이 달리는 버스의 맨 뒤자리에 앉아 있자니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백담사는 내려오면서 보기로 하고 바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늘의 목표는 중청대피소. 10km가 훌쩍 넘는 거리다.

 

비가 그린 그림

백담사에서 영시암으로 가는 길은 거의 평지나 다름 없었다. 초입에 비가 오기 시작해서 1회용 우의를 뒤집어 쓰고 걷기 시작했다. 비로 인해 불어난 계곡물소리가 너무 시원했다. 비가 좀 오긴 했지만 카메라가 방진 방습이라 그냥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영시암, 마음을 씻으라는 글귀. 천원 짜리는 누구의 센스지? ㅋㅋ

영시암에 도착해서 물을 마시며 잠깐 쉬었다. 비가 그쳐서 우의를 털어서 가방 뒤에 매달고 기념 사진 몇 장 찍어주고. 건물을 신축중인지 포크레인과 트럭이 왔다갔다하는데 안그래도 절이 커서 절 같지 않았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실망.

 

영시암을 지나서 봉정암으로 궈궈~

설악산은 바위산이라 길이 다 돌로 되어 있다. 비가 와도 진흙이 질척거리지 않아서 좋긴 한데 비에 젖은 돌은 은근 미끄럽기 때문에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다. 조심 또 조심! 봉정암까지는 이런 식의 평지나 다름 없는 길이 이어진다.

 

꺄아- 다람쥐닷! +ㅅ+

설악산엔 다람쥐가 엄청 많다. 뭔가 부스럭거린다 싶으면 틀림없이 다람쥐가 쪼르르 달려가고 있다. 덩치도 작고 어찌나 빠른지 사진 찍기가 쉽지가 않다. 날도 흐린데다가 망원으로 잡으려면 ISO를 높여도 흔들리기 십상. 사람들이 괴롭히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을 봐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어찌나 귀여운지~ 아무리 봐도 귀엽다. ㅋㅋ

 

비온 뒤라 물이 엄청 많다. 콸콸거리는 물소리가 너무 시원~

 

봉정암가는 길목, T셔츠 같아서 귀엽다.

 

그래~ 이 맛이야!

계곡 물이 하도 경쾌하게 흐르길래 도중에 잠시 쉬면서 등산화를 벗고 발을 담갔다. 여름인데도 발을 오래 담그고 있기가 힘들 정도로 물이 차다. 바위로 된 길을 오래 걸으면 발바닥에 불이 나는 것 같은데 시원한 물에 발을 담가주면 피로가 완전 풀리는 느낌. 이 맛에 산에 다닌다. ㅎㅎ

 

봉정암, 안개가 끼어 분위기 있다.

중간에 폭포를 몇 개 지나치고 드디어 봉정암에 도착했다. 명성에 비해 그닥 멋지지는 않았지만(비닐로 온통 도배를. ㅡㅅ-) 영시암보다 조용하고 안개가 끼어 그런지(구름인가?)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았다. 저녁 공양을 하고 있었지만 사람도 너무 많았고 중청대피소까지 가서 찌개를 끓여 저녁을 먹기로 했기 때문에 다시 길을 나섰다. 이제부터가 비탈길 시작인데 평소에 담배 뻑뻑 피우면서 올라갈 수 있을까? ㅋㅋ

 

봉정암 전경

 

길을 나서면서 이름 모를 꽃도 찍어주고

 

슬슬 봉정암이 멀어져간다. 이래 찍으니 좀 있어뵈는구만. ㅎㅎ

이놈의 오르막. 제법 숨이 차지만 그래도 올라갈만 하다. 같이 간 형님이 너무 힘들어해서 다른 사람들 먼저 보내고, 자꾸 쉬려는 형님을 어르고 달래서 꾸역꾸역 산을 올라간다. 형~ 우리 저녁에 찌개 끓여서 쐬주 한 잔 하기로 했잖아~ ㅋㅋㅋ

 

소청산장에서

그렇게 오르기를 얼마간, 난데없이 앞이 탁 트이면서 소청산장에 도착했다. 매점에서 맥주를 사서 마시고 있는 사람들과 평상에서 저녁을 지어먹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가 올라온 방향을 보고 있었다. 뒤돌아 본 순간 탄성이 절로~ 우와~

 

위로도 구름~

 

사방이 온통 구름이다. 이런걸 정말 운해라고 하겠지?

 

빛내림도 환상적이다. 당장 여기에 자리펴고 눕고 싶구나~

소청산장은 개인이 운영하는거라서 맥주도 팔고, 방도 펜션 비슷하게 되어 있단다. 저런 절경을 보면서 한 잔 하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지만 우린 좀 더 올라가서 중청대피소를 예약했기 때문에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ㅠㅅㅜ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꼭 오고야 말리라!

 

중청대피소 가는 길, 하늘 빛이 너무 고왔다. 거기에 양털 구름까지!

소청산장에서 20여분을 더 올라오면 또 다시 앞이 탁 트이면서 중청대피소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형님이 또 힘들어하네. ㅡㅅ- 형~ 우리 저녁에 찌개 끓여서 쐬주 한 잔 하기로 했잖아~ 밤에 라면도 끓여 먹어야지~ ㅋㅋㅋ

 

중청대피소에서, 내일 올라가야 할 대청봉이 바로 보인다. 15분이면 충분할 듯.

드디어 중청대피소에 도착했다. 평상을 하나 잡아서 버너와 코펠을 꺼내 찌개를 끓이고 햇반을 데웠다. 그 사이 벌써 소주가 한 병이 없어지고, 스팸과 김치를 넣고 끓인 찌개는 완전 예술! 거기에 라면을 끓여 소주를 한 잔 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 절경을 눈 아래 두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이 어느새 어둠이 내리고 밤이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