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14-1코스 (저지-무릉)

올레 14-1코스, 18.8km ⓒ제주도청

14-1코스는 어제 의기투합한 형님과 재민이랑 셋이 같이 걷기로 했다. 아침에 픽업해주는 차를 타고 저지마을회관에 도착해서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중국음식점이라면서 한식도 판다. 멍미? 일단 제육볶음을 먹어주고 나오는데 뎅-하면서 갑자기 어제 먹은 술이 올라온다. 어제 셋이서 너무 많이 마셨나보다. 나는 숙취가 거의 없는 편인데 내가 뎅-할 정도면 다른 두 사람은. 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오늘 날씨가 좋아 아침부터 땡볕이다. 아. 이거 오늘 하루 힘들겠는데. ㅡㅅ-

 

어제 찍어 둔 그 자리

일단 나무 그늘에 가서 팔 다리에 썬크림을 바르고... 아 근데 술 기운 올라오고 바깥이 땡볕이니까 도저히 못 걷겠다.

"형님, 재민아, 우리 여기서 한 숨 자고 가자."

한 30분 자고 일어나서 출발. ㅡㅅ-

 

근데 길이 온통 포장된 길이다.

위에서 땡볕이 쬐고,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장난이 아니다. 와. 이거 사람 잡겠네. 그 때 재민이...

"행님. 한 30분만 자다 가지예. 도저히 못걷겠네예."

한 30분 자고 일어나서 출발. ㅡㅅ-

 

저지오름이 보인다.

무슨 길이 그늘도 없고 포장된 길이 계속 된다. 지금까지 걸어온 시간보다 잔 시간이 더 많은 듯. ㄷㄷㄷ

 

모처럼 다시 나타난 그늘

이거 오늘 하루 종일 이런 길인가? 물은 벌써 거의 다 마셨다. 그리곤 형님이...

"와~ 이거 안되겠다. 한 30분만 자고 가자."

근데 나무 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과 날아드는 파리들 때문에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형님과 재민이는 한 번 눕더니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그 사이 그늘에 쉬어가려고 앉아 계시던 다른 분들과 얘기도 좀 하고. 어떤 아주머니는 전에도 여길 한 번 오셨었나 보다. 앞으로 한 시간 반은 더 가야 물과 화장실이 있다고. ㅡㅅ-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밤 늦게 도착할까봐 일어나지 않으려는 두 사람을 깨워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 죽겠구만.

 

문도지오름 정상

높은 곳에 올라오니 그늘은 없어도 바람은 좀 시원하게 불어준다.

 

풍경이 참 아름답다.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저기 말똥들은 좀 조심해야. ㅋㅋㅋㅋㅋㅋㅋ

 

저지곶자왈 입구

휴대폰이 안터지니 경로를 벗어나지 말 것과 독초가 있으니 식물에 손대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그늘이다. ㅜㅜ

자느라 거의 두 시간을 소비했기 때문에 여기서 속도를 바짝 냈다. 이제 고작 1/3 왔다구.

 

엉? 차밭이?

이제 오설록에 거의 다 와 가는건가? 가지고 온 물은 다 떨어졌고, 우린 땡볕에 지쳐 있었다. 얼른 도착해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허겁지겁 오설록에 도착해서 무조건 실내로 들어갔다. 으미- 시원한거.

물은 오설록 실내에 있는 정수기에서 보충할 수 있었다. 작은 생수병에 물을 가득 담아 그걸 한 번에 다 마시고, 실내 테이블에 앉아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너무 허겁지겁 먹느라 사진도 못 찍었다능. ㅡㅅ- 아이스크림 맛있기는 한데 좀 비싸더라.

실내에서 원기를 회복한 우리는 담배 한 대 피우러 밖으로 나왔다. 밖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있으려니 슬슬 배가 고프다. 근데 오설록엔 뭐 먹을만한게 별로 없던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12코스에서 황금륭 버거를 먹으려고 했는데 어딘지 몰라 못갔다는 얘기를 하던 중...

어디선가 대학생들이 단체로 나타나 우리 주변의 테이블들을 점령하기 시작. 그리곤 웬 피자 박스 같은 것을 잔뜩 들고와서 꺼내놓고 먹기 시작하는데 자세히 보니 피자가 아니라 햄버거다. 헐. 마침 그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우린 여기서 체력을 좀 더 보충하고 가야겠단 생각에 다시 실내에 들어가서 물도 떠오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담배도 더 피우면서 또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언데~

"저... 이거 저희가 너무 많이 가져와서 좀 남는데 드실래요?"

 

헐? 이게 웬 햄버거?

마침 배가 고프던 참에 냅다 받았다. 학생들 고마워. 복 받을껴. ㅎㅎ

제주도에 대형 햄버거는 황금륭 버거만 있는 줄 알았는데 붉은 못 허브팜이라는 곳에서도 대형 햄버거를 파나보다. 그거나 이거나 별 차이 있으려고? 햄버거가 워낙 커서 여섯 조각으로 잘라 작은 피자 박스 크기의 박스에 포장을 해서 파나 보다. 사이 좋게 두 조각씩만 먹어도 배가 불렀다. 이제 원기를 보충했으니 오설록 안에 있는 박물관 구경도 하고...

 

정원을 참 잘 꾸며놨다.

자. 이제 다시 가볼까? 너무 오래 쉬었다. 벌써 오후 네 시가 다 된 시각. 갈 길이 멀다.

 

푸른 잔디와 시원한 나무 그늘

 

스프링쿨러가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고 있다.

 

코스는 녹차밭을 향하고...

 

보성에 있는 녹차밭과는 또 다른 느낌

 

어디 그림에나 나올 것 같은 풍경이다.

 

나즈막한 녹차 나무에 눈높이도 맞춰보고

 

이런 나무... 우리 집 마당에 하나쯤 있어도 좋을 것 같다.

 

14-1코스의 하일라이트는 오설록인가?

여기가 꽤 유명한 관광지에 드나 보다. 버스와 승용차가 가득하고 사람들도 많다. 한 번쯤 와볼만한 곳이긴 하다.

 

한동안 도로를 따라 걷다가 들어선 무릉곶자왈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조금은 신비한 분위기

 

한참을 정신없이 걷다 만난 연못

처음엔 연못인 줄 알았는데 잉어 양식장이란다. 여기가 인향마을인가? 한창 더울 때를 지나 스러지는 오후 햇살이 몸을 맡기고 있으려니 기분이 좋다.

 

이 나무는 얼마나 오래 된 나무일까?

한 낮에 왔다면 저 그늘 아래서 한 숨 잤겠지만...

 

껍데기는 지프인데 얼핏 드러난 속살은 경운기, 센스 있네. ㅎㅎ

 

이 마을에서는 마늘이 많이 나는 모양이다. 어딜 가나 마늘을 손질하고 있다.

 

어디 멀리 가셨나봐유. ㅎㅎ

 

이제 종점에 거의 다 왔다.

이런 곳에 무인 카페가 있네?

 

우린 양심에 털 안났다. ㅎㅎ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고 말야. 고단함을 쉬어갈 이런 쉼터가 있다는 것이 고맙지.

 

슬슬 날이 저물어간다.

 

저 나무 꽤 운치 있네. ㅎㅎ

이제 버스를 타러 가자.

 

헐. 누가 이런 낙서를. ㅎㅎ

 

제주의 바다로 해가 떨어진다.

 

저녁은 갈치찜이다.

숙소에 들어와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저녁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형님이 갈치찜 어떠냐고 해서 콜~ 바베큐 파티는 이틀로 충분하다. 고기도 좀 먹을만하면 끝이고 술 사다 먹다보면 생각보다 돈도 많이 나가고.

저녁먹고 들어오면서 보니까 우리가 없는 바베큐 파티는 앙꼬 없는 찐빵이다. 다들 서먹서먹한 분위기에. 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보고 오라는걸 안갔다. 숙소 1층에 통닭집이 있는데 거기서 맥주나 한 잔 하자.

 

이거 왠지 어디서 본 장면 같은데 왜지?

옛날 어디 풍속화 같은데 나오는 그런 장면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 벌써 11시가 넘었다. 낼을 위해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