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12코스 (무릉-용수)

올레 12코스, 17.5km ⓒ제주도청

어제 금능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오면서 6일치 숙박비를 미리 냈기 때문에 당분간은 여기 계속 있어야 한다. 다행히 여기서는 14-1코스까지 픽업을 해주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을 듯 하다.

 

경치 좋네. 저 멀리 비양도가 보인다.

제주도에 비양도가 왜 두 개 있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 아침을 뭘 먹었더라? 마지막으로 후기를 쓴지 너무 오래 되긴 했다. 12코스는 재민이랑 현주랑 셋이서 같이 걷기로 했다.

 

픽업을 기다리며. 지도가 완전히 썩었다. ㅡㅅ-

땀에 젖고, 비에 젖고.

 

여긴 스쿠버 다이빙도 가르쳐 준다.

물론 비용은 비싼 편. 같은 돈이면 태국에 가는게 낫지 않을까?

 

다시 찾은 무릉 생태학교. 여기서 별 헤는 밤을 꿈꿨었는데 말야.

 

요런 귀여운 표지판도 있다. ㅎㅎ

 

강아지풀, 요놈들이 노랗게 물들려면 두어 달은 더 있어야겠지?

 

바다가 나오기 전까지 요런 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12코스 초반은 좀 지루한 길이다. 별달리 볼 것도 없고. 단순히 걷는다는 것 이외에 뭔가를 찾기는 좀 힘든.

 

올해 농사는 쉬려고 그냥 골라두기만 한 땅 같은데, 생명이 움텄다.

그래. 늬들도 살아야 하니까. 산다는 것이 참 만만치 않지?

 

제주도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논이다.

 

도원 연못

철새들이 겨울을 나는 곳이라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당연히(?) 새 한 마리 없다. 저기 정자에서 땀 좀 식히고.

 

나무가 멋드러진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주고.

 

크게 굽이치는 돌담도 담아주고

 

녹남봉에 올라

녹나무가 많아서 녹남봉이라나? 녹나무가 어떻게 생긴 나무지?

 

녹남봉 정상에는 분화구가 있다. 안은 밭인 듯.

길은 분화구 가장자리를 빙 돌아 내려간다.

 

이런 길, 왠지 좋다.

 

저기 마을이 보이는데. 가게도 있겠지?

흐린데도 더운, 그런 날이다.

 

마을 어귀에서 꽃이 이뻐 찰칵-

거미줄에는 껍데기만 남은 벌레가 몇 마리 걸려 있고, 그 껍데기에 개미가 뭐 먹을거 없나 달라붙어 있다. 아서라.

 

산경도예, 여기서 중간 도장을 찍는다.

아. 목이 타는데. 이 동네엔 가게도 없다. 담배 간판을 보고 반가이 달려간 곳은 장사를 하지 않는 빈 가게다.

 

드디어 바다를 만났다.

이제 배도 고픈데 어디 밥 먹을데 없나?

 

한치물회, 여기 완전 맛있다. ㅎㅎ

바다를 따라 난 도로를 조금 걷다보니 횟집이 하나 나온다. 마침 끼니 때가 되어 배가 고픈데 완전 잘 됐다. 셋이 좋다고 가서 앉았다. 뭘 먹을까 보고 있는데 우리 앞에 앉은 노가다 아저씨들이 생선구이 정식 같은걸 먹고 있다. 저거 완전 맛있겠다. 우리도 저걸로 주세요. 초롱초롱- +ㅅ+

"미리 예약하셔야 됩니다."

여기에 횟집이 있는지도 몰랐던 우리가 무슨 수로 예약을 한단 말인가? ㅡㅅ- 난 한치물회를 시키고 재민이랑 현주도 각자 주문을 하고. 아쉬운대로 맥주라도 마시자. 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밥을 말아서 후루룩- 사진 보니 또 먹고 싶다. 꼴깍-

 

늬들은 왜 그렇게 맛있는게냐?

밥도 먹었고, 맥주로 목도 축였으니 이제 다시 걸어볼까?

 

오늘도 파도 좀 쳐주신다.

 

신도포구

 

여기도 가게가 없다. ㅡㅅ-

바닷가를 따라 한참 걷다가 이제 슬슬 다시 바다와 멀어진다. 근데 재민이도 나도 둘 다 담배가 떨어졌다. 위기다. ㄷㄷㄷ 둘 다 담배가 말리기 시작. 조금 걸으니 마을이 나온다. 아싸- 여기 가게가 있겠지? 근데 이리저리 봐도 가게가 안보인다. 마침 저기 자전거 타고 오는 애들한테 물어보자.

"얘들아."

슝-

"여기 가게 어딨어?"

슝-

"없어용."

슝-

이것들이 사람이 말을 걸면 잠깐 서기라도 하지. 버르장머리 하고는. ㅡㅅ- 그나저나 큰 일이다. 가게가 없다니. 재민이는 거의 쓰러질 지경. ㅋㅋㅋㅋㅋㅋㅋ

 

저게 뭐지? 저기가 수월봉인가?

 

오옷? 여기가 양을 친다는 구라청?

"행님~!"

다 죽어가던 재민이가 갑자기 파바박 뛰기 시작한다.

"와? 뭔데? 뭔데?"

 

수월봉

"여기 매점 있어예!"

"어예!"

여기가 관광 코스인지는 잘 몰라도 관광버스가 여러 대 서 있고 한 쪽에 매점이 있는 것이 아닌가? 둘은 잽싸게 달려 들어가 담배와 맥주, 삶은 달걀을 사들고 나왔다. 담배 한 대 물고 캔 맥주를 시원하게 벌컥벌컥-

"오빠들 참..."

흥. 한심하게 볼테면 보라구! 이것이 바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이 아닐까? ㅋㅋㅋㅋㅋㅋㅋ

 

수월봉 전망대, 사실 여긴 매점말고 딱히 볼만한건 없었다.

 

엉알길로 ㄱㄱ

수월봉을 내려가 엉알길로 접어들었다. 엉이라 함은 큰 바위, 알은 아래라는 말인가 보다. 즉 큰 바위 아래 길. 길 오른편에는 커다란 바위들이 줄지어 계속되고 있었다.

 

오홋? 여기 용머리가.

시원한 물에 세수를 했다. 이건 먹는 물은 아니었던 듯.

 

저 앞에 보이는 섬이 차귀도란다.

 

으미- 파도!

재민이는 도망. ㅎㅎ

 

나도 도망 ㄷㄷㄷ

 

해적잠수함 매표소

가끔 보이던 노란 잠수함은 여기서 타는건가부다. 근데 왜 해적잠수함이지? ㅎㅎ

 

영화 이어도를 여기서 찍었단다. 근데 여긴 차귀도잖아?

 

자구내포구

여긴 횟집도 제법 있고, 차를 몰고 놀러온 사람도 꽤 있었다.

 

이거 재밌네. ㅎㅎ

 

자귀내포구를 떠나서 다시 걷기 시작

조금 더 걷다보니 왼쪽에 펜션이 보이고 길은 그 뒤로 이어진다. 여기가 당산봉 입구인 듯.

 

쉬엄쉬엄 올라가 봅시다.

 

오. 여기 좋다. ㅎㅎ

 

이제 끝이 머지 않은 듯

 

다시 바다가 나왔다. 여긴 생이기정 바당길.

저기 어딘가가 오늘의 종착지인 듯?

 

에메랄드 빛 바다

 

이게 다 한치야? ㅎㅎ

 

오늘의 목적지 용수포구에 도착

매점에서 도착 도장을 찍고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였다. 올레 패스포트에는 여기가 마지막이다. 13코스부터는 도장찍는 곳도 없고. 2코스 홍마트에서 도장을 찍었어야 되는데. 아까비. ㅡㅅ- 마침 현주가 아는 언니를 만나서 잠깐 같이 있다가 다 같이 버스를 타러 걸어나갔다. 세상 참 좁아.

버스를 타고 다시 금능 게스트하우스에 도착.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오늘은 바베큐 파티다. 회비를 내고 시원한 술에 고기를 구워 우걱우걱- 바베큐 파티가 끝나고 셋이서 맥주를 사다가 금능 해수욕장 방파제에 놀러갔다. 이런저런 얘기도 좀 하고. 밤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하긴 한 여름의 해수욕장이잖아? 난 방파제 위에 누워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머나먼 이곳에서 밤하늘의 달과 별을 보고 있으려니 오늘 따라 너무 보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