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상담

광장건축 위치 ⓒ광장건축

땅은 마련했으니 이젠 설계를 해야지. 땅 계약을 하고 온 그 날 바로 전화를 걸어 상담 약속을 잡았다. 그 주에는 소장님이 일본 출장이셨고, 그 다음 주에는 예약 만땅이라 그 다음 주 수요일인 5월 4일 1시에 뵙기로 약속을 잡았다. 5월 3일 화요일은 대학원에 가는 날이라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기에 오후에 KTX를 타고 인천 본가에 도착해서 아버지께 간단히 설명을 드렸다.

 

혜화역으로 ㄱㄱ

집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더니 박찬익 이사님이 전화를 주셨다. 상담이 늦게 끝나서 이제 점심식사하러 왔으니 10분만 기다려 달라 하신다. 사실은 저도 집에서 늦게 나와 10분 정도 늦을 것 같은데 잘됐어요. ㅎㅎ

 

지도에서 본대로 2번 출구로 나간다.

 

나가기 전에 지도를 한 번 힐끔 봐주고

 

KFC를 찾으면 거의 다 온거나 마찬가지

지도를 따로 뽑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첨에 지도를 보고 KFC가 있는 것을 봐뒀었다. 2번 출구로 나와 뒤쪽에 KFC가 있는데 그 골목으로 들어가서 끝까지 가면 된다. 혜화동도 간만이네. 젊고 활기찬 분위기 확확 느껴주시고. ㅎㅎ

 

저기가 끝인데...

근데 아무리 봐도 광장건축 간판이 안보인다. 건물 입구에 보면 보통 그 건물 안에 몇 층엔 뭐가 있고 뭐 이런 표지나 입간판이 있는데 건물 몇 군데를 돌아봐도 모르겠다. 박찬익 이사님께 전화를 넣었다.

"아. 카메라 갖고 온 분이죠? 여기서 보이네요. 비어드 파파 왼쪽 입구로 들어가서 쭈욱 올라오시면 돼요. ㅎㅎ"

 

아하. 저 아치 모양 입구가 던전 입구인가? ㅋㅋㅋㅋㅋㅋㅋ

 

아. 저기 광장이라고 써 있네. ㅡㅅ-;

들어서서 계단을 올라갔다.

 

천국 3층으로 가는 계단

입구를 들어서 2층에 들어가 옆으로 새지 말고 올라온 대로 그대로 올라가면 3층으로 가는 계단이 있다. 3층에 가면 4층으로 가는 계단이 보인다. 올라가자.

올라가서 잠깐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박찬익 이사님이 나오셨다. 인상 참 좋으시네. 땅콩집 카페에 글을 종종 썼더니 기억도 해주시고 영광이다. ㅎㅎ 널찍한 테이블에 앉아 타주시는 커피를 받아 들고 있으려니 이현욱 소장님이 나오셨다. 소장님은 책이나 여러 언론 매체에서 몇 번 뵈어서 그런지 처음 뵙는데도 낯설지 않았다. ㅎㅎ

일단 계약서를 보여 드리고, 복덕방에서 얻은 지도랑 계약서에 첨부된 환지계획도를 보여드렸다.

"몇 평인가요?"

"55평입니다."

"1억 2천이면... 평당 얼마 정도죠?"

"2백 5, 6십 정도 됩니다." (나중에 과도 청산할 10평 정도는 빼구요.)

"이 정도면 싼 편인가요? 울산 땅값을 잘 몰라서. 여기(호계 지구)는 얼마 정도죠?"

"3백 5십 정도 하더라구요."

"울산도 땅값이 비싸네요."

그리고는 집 짓는 예산은 얼마 정도 생각하고 있는지, 몇 평으로 몇 층을 지으려고 하는지 그런 얘기들을 했다. 15, 6평 정도로 다락까지 3층으로 짓고 싶다 말씀드렸더니 그 정도면 지금 예산으로 충분히 가능하겠다 하셨다. 다행이네. 1억 넘는 대출은 부담스러워서 대출은 딱 1억까지만 생각했는데 충분하다니 말야. ㅎㅎ

인테리어는 최대한 단순했으면 좋겠고, 화장실은 1층과 2층에 하나씩, 주방과 거실은 볕이 잘 드는 남쪽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공사는 여름 휴가가 있는 7월 중순쯤에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구해놓은 땅이 아직 건축 허가가 안났으니 그 점은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조합에서는 5월 말에 건축 허가가 난다고는 했지만 그건 그 때 가봐야 아는거라.

"결혼은 하셨어요?"

"아뇨. 아직..."

"와. 그럼 결혼 준비하시는 거에요?"

"아니 뭐 그렇다기 보다는 제가 기숙사에 10년째 있다보니..."

"그런데 아이도 없으신 분이 어떻게 이런 마당 있는 집을 지을 생각을 하셨어요?"

"제가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요. 어렸을 때... 중얼중얼... 그랬는데... 사실은 제가 앱니다. ㅋㅋㅋㅋㅋㅋㅋ"

"푸핫. 이 분은 아직 미혼에다 애도 없는데 이런 분은 첨인데? MBC에 취재 좀 하라고 해야 겠어요. ㅎㅎ"

"그, 그건 좀... ㅎㅎ"

 

책에 싸인 받았당. ㅎㅎ

"아. 이거 결혼하세요라고 썼어야 되나요? ㅎㅎ"

20일에 부산에 있는 대학에서 강연을 하고 21일에 부산에 있는 교보문고에서 땅콩집 세미나를 하신단다. 사람이 많이 모일지 걱정하시던데 많이 모일 겁니다. ㅎㅎ 세미나가 끝나면 내려오신 김에 내가 얻어놓은 땅을 보러 오기로 하셨다. 마침 잘 됐다는건 이런걸 두고 말하는건가? 바로 계약서를 쓰고 서명을 했다. 설계비는 2천만원. 계약금으로 30%, 건축 허가가 나면 40%, 준공한 다음에 30%를 드리기로 했음. 그러고보니 입금을 안했네. 내일 바로 입금해야겠다.

외장은 어떻게 마감할까 얘기를 조금 했다. 칼라 징크는 좀 그렇다고 말씀드렸더니 시멘트 사이딩이나 방부목, 혹은 적삼목도 가능하고, 따로 집을 보러 다니면서 이거다 싶은 디자인이 있으면 사진을 보내달라 하셨다.

 

칼라 징크와 시멘트 사이딩 ⓒ왕규태

칼라 징크는 가격도 저렴하고 한 번 시공한 다음에는 그닥 손 댈 일이 없어서 좋기는 한데 어떻게 보면 창고나 공장처럼 보이는 단점이 있다. 알록달록하게 페인트 칠을 해놓은 것이 시멘트 사이딩인데 얼핏 나무를 나란히 대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런 모양으로 만든 시멘트 마감재. 가까이에서 보면 나무결 모양으로 무늬도 들어 있고 원하는 색으로 페인트를 칠하기도 좋다.

 

방부목과 시멘트 사이딩 ⓒ로또민지

사진은 땅콩집 6호 창원 단독. 역시 알록달록 칠해놓은 부분은 시멘트 사이딩. 나머지는 방부목이다. 방부목은 나무가 썩지 않도록 약품 처리를 해둔 것으로 그대로 써도 좋고 나중에 그 위에 원하는 색을 칠해도 된다.

 

적삼목

병충해에 강하고 내후성이 좋아 별도의 방부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고급 목재. 대신 색을 유지하기 위하여 2, 3년 간격으로 오일스테인을 발라줘야 하므로 손이 많이 가고 자재 가격도 방부목보다 비싸다.

가격도 비싸고 2, 3년마다 오일스테인을 발라줘야 하는 적삼목은 일단 패스. 방부목이나 시멘트 사이딩, 칼라 징크 정도 생각해 볼까나? 마감재도 마감재지만 사실 나는 담쟁이를 너무 좋아하는터라 나중에 담쟁이를 심어 담쟁이 벽을 만들어볼까 싶기도 하다. 마감 재질을 어떤 것으로 하든 담쟁이가 잘 타고 올라가기 때문에 별로 상관은 없단다.

 

그 얘기 하고 나오니까 마침 담쟁이 벽이 보이네. ㅎㅎ

요즘 땅콩집 열풍 때문에 두 분 다 엄청 바쁘신 듯. 점심 식사도 늦게 하러 가셨다던데 내가 상담받고 있는 사이에도 몇 분이 더 오셨다. 궁금한 점은 이리저리 여쭤봤고, 기다리는 분도 계시니 그만 일어나기로. 나중에 부산에서 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