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지구 16블록 5놋트

계약서에 첨부된 환지계획도

오늘은 계약서를 쓰기로 한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은행 문 열자마자 들어가 잃어버린 도장 대신 새로운 도장으로 통장을 다시 발급 받았다. 오랫동안 온라인 거래만 했던터라 새로 만든 통장이 꽉 차는 바람에 통장을 하나 더 만들었다. 계약금을 찾아 들고 9시 50분쯤 출발했다. 중간에 공사현장에 들러 땅을 한 번 더 보고 중개사무소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50분. 잠깐 앉아 있으려니 땅을 파실 부부가 도착하여 간단히 인사를 하고 중개소장님의 설명을 들었다.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을 보여주시는데 토지구획 전에 원래 갖고 계시던 땅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원래 지번은 890-3전과 890-7전. 둘 다 47.5평 정도의 땅이었는데 구입 일자가 1984년 4월 4일. 등기부등본에는 소유자가 이사한 사실부터 근저당 설정을 했다가 말소된 내용까지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었다. 남편되는 분은 현대자동차에서 35년 근무하시다가 작년에 정년퇴직하셨다는데 이 두 땅은 부부가 처음 구입한 땅이자 처음 파는 땅이라 하신다.

환지계획도를 보면 890-3전, 890-7전, △183.8, +32.1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것은 환지하기 전의 땅이 890-3전과 890-7전이고, 그것을 16블록의 5놋트 땅으로 환지해주겠다는 뜻이다. △183.8은 16블록 5놋트의 땅 넓이가 183.8㎡, 즉 55.7평이라는 뜻이고, +32.1은 그 중에 32.1㎡, 즉 9.7평이 과도환지로 내가 나중에 조합에 비용을 정산해야 할 면적이다. 토지구획정리사업 중인 땅을 살 때에는 환지 전의 원래 땅의 소유주가 본인이 맞는지, 그 땅에 근저당 설정이 된 것은 없는지, 환지계획도와 환지예정지 지정 설명서 상에 원래 땅의 지번이 잘 적혀 있는지, 환지해주겠다는 땅이 내가 본 땅이 맞는지를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이것을 확인한 후에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토지 매매 계약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환지계획도, 환지예정지 지정 설명서, 공제증서를 각 3부 작성하여 도장을 찍고 매도인, 매수인, 공인중개사가 한 부씩 나눠 갖는다. 그것으로 실질적인 계약은 끝.

토지 매매 계약서에는 어떤 부동산을 거래하는지, 매매대금(계약금, 중도금, 잔금)은 얼마이며 언제 지불하는지, 특약사항(내가 사려는 땅이 과도환지이며 과도 부분은 내가 차후에 조합과 정산한다는 내용), 매도인, 매수인, 공인중개사의 주소와 연락처, 등록번호 같은 것들이 들어간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는 땅에 대한 자세한 내역이 들어간다. 소재지, 면적, 지목, 권리관계, 토지이용계획(건폐율, 용적률 등), 환경조건(1km 이내 비선호시설), 입지조건(도로를 접하고 있는지, 주변에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역 같은 것이 있는지), 거래 예정 금액, 취득세 비율, 중개수수료 같은 것들이 들어간다.

환지계획도와 환지예정지 지정 설명서에는 환지 받기 이전의 땅과 환지 받을 땅의 정보가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공제증서는 계약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가 적법한 업체이며 계약상 하자가 있을시 공제금액만큼의 배상을 하겠다는 일종의 보험증서이다.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이 공제증서와 공인중개사의 신분증을 대조하여 본인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법적으로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날인이 끝난 다음 중개수수료를 지급하여야 하지만 이것은 공인중개사와 합의에 따라 매매 잔금을 지불할 때에 지불하여도 된다. 나는 절반을 먼저 주고, 나머지 절반은 잔금 지불할 때 주기로 했다.

주인 아주머니는 남다른 감회를 느끼시는 듯 했다. 가지고 계신 여러 땅들 중에 가장 먼저 사서 가장 오래 갖고 계시던 땅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팔려고 하니 기분이 묘하다 하셨다. 부부는 젊은 사람이 집을 짓겠다고 땅을 산다는 것이 매우 기특한 생각이라며 내 땅을 사가는 사람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아끼지 않으셨다. 사람 좋아 보이는 분들한테 땅을 산 것 같아서 참 기분이 좋았다. 나중에 잔금 지불할 때 뵙기로 하고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다.

 

환지 이전의 땅, 890-3전과 890-7전이 나란히 붙어 있다.

계약이 끝난 후 돌아와서 토지이용계획을 열람해 보았다. 토지구획정리지구 내에 중로2류가 지나가는 것으로 보아 아파트가 서게 될 땅인 듯 싶었다. 공시지가는 각각 51만 천 5백원과 47만 천 9백원(개발 전 890-3전이 도로에 접하고 있으므로 더 비싸다). 2007년 당시 땅 값으로는 4천 7백만원이 조금 안되는 돈이다. 95평의 땅이 환지 후에는 46평이 되는 거니까 약 48% 비율이네. 감보율 52%로 보면 되겠다. 즉, 원래 땅의 52%가 공공용지(도로, 공원 등)로 사용되거나 토지구획 공사비용으로 사용되었다고 보면 된다. 땅 넓이가 52% 줄었으므로 전체적인 땅의 가치가 비슷하려면 환지받은 땅 값은 8천 9백 5십만원 정도 되어야 한다. 여기에 프리미엄 얹어 팔고 양도세 내고 남는 돈이 손에 쥐는 순수익.

물론 그것은 이 땅을 2007년에 구입했을 때의 얘기다. 두 분은 1984년에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셨으니 이익이 훨씬 많을 것이다. 돈이 생길 때마다 틈틈이 땅을 사두셨다니 땅부자라 불러도 되려나? ㅎㅎ

 

호계동 890-7전의 위치, 예상대로다. ㅎㅎ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이제 땅을 샀으니 집을 넓게 지어 2층은 전세를 주면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다고 했지만... 그렇게 크게 지을 돈도 없고 그러려고 산 땅이 아니니까 미련 없이 패스.

계약을 마치고 돌아와 광장건축에 전화를 드려 상담 일정을 예약했다. 요즘 땅콩집 지으려는 분들이 많아 좀 기다려야 할 듯.

담담하게 써내려갔지만 사실 떨린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