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윤곽을 생각해 보자

볕은 잘 들까?

어제 회식 때문에 9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ㅡㅅ- 수치해석특론 중간고사 공부를 하긴 해야겠는데... 해야되는데... 문득 월요일에 계약하기로 한 땅에 집을 지으면 볕이 잘 들까 궁금했다. 며칠 전 땅보러 다니면서 받은 지도 한 장을 들고 고민해봤지만 잘 모르겠다. 이럴 땐 역시 직접 그려보는 것이 최고!

 

DraftSight ⓒDassault Systèmes

도면은 역시 CAD로 그려야 제 맛. 무료 CAD 프로그램 따위 있을까 찾아보니 이것도 무료가 있다?! 프랑스 다쏘에서 만든 DraftSight라는 프로그램인데 이거 AutoCAD랑 사용법이 똑같아 회사에서 하듯이 똑같이 그릴 수가 있다. 우왕ㅋ굳ㅋ

 

방구석에서 끄적끄적 그린 도면

복덕방에서 얻은 지도는 콩알만해서 치수는 대충 어림 잡았다. 지도에서 보기엔 땅 가로 세로 비율이 1대 1.5 정도인 것 같아서 55평을 환산해보니 딱 가로 11m, 세로 16.5m가 나온다. 토지구획정리의 특성상 땅 크기는 딱 떨어지는 크기로 하기 때문에 아마 맞을 것 같다. 호수지구가 정남향이 아니기 때문에 어림잡아 30도 정도 반시계 방향으로 돌려주니 지도랑 비슷한 듯.

주택을 지을 때에는 내 땅이라고 다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옆 집과 뒷 집도 고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다르긴 하지만 뒷 집의 일조권 보호를 위해서 지으려는 건물의 층 수마다 1m 씩 남쪽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난 2층 집을 지을거니까 2m 떨어뜨리고. 옆 집이랑은 1m 정도 떨어뜨려야 하니까 땅 폭이 11m면 집 폭은 9m. 이렇게 내가 지을 집의 뒤와 옆 벽이 결정되었다.

그럼 앞 벽은? 그건 집을 어느 정도 크기로 지을 것이냐에 달렸다. 난 건평 16평 정도로 2층집(다락방까지 하면 3층이지만 다락방은 등기면적에 포함이 안된다)을 지을 생각이니까 바닥 면적은 16 x 3.3 = 52.8㎡가 된다. 폭이 9m니까 뒷 벽에서 앞 벽까지는 5.85m. 이러면 16평이 살짝 안된다. 마찬가지로 마당 면적은 28.3평. 이 정도면 딱 적당하다.

옆 집은 집을 어떻게 지을지 알 수가 없지만 중개사 말로는 원룸을 지으려는 사람들도 땅을 많이들 보러 온다고 하니까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려면 역시 원룸을 생각해야 한다. 지을 수 있는대로 꽉 차게 짓고 층도 높이 올리려고 하니까. 55평 땅이 건폐율 60%에 용적률 200%면 바닥면적은 33평이고 3층 정도 올릴 수 있다. 코너에 있는 땅은 모서리를 도로가 물고 있어서 땅 면적이 조금 작아지니까 바닥 면적은 32평 정도에 역시 3층. 이거 아무리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다고 했지만 진짜 양쪽에 이렇게 지으면 암울하다. ㅡㅅ-

마당을 넓게 쓰려니 집을 작게 지을 수 밖에 없고(물론 크게 지을 돈도 없다), 마당에 볕이 들려면 집을 북쪽에 붙여 지어야 하는데 저런 식으로 옆 집 건물이 들어선다면 아침 햇살이나 나른한 오후의 햇살, 석양 같은건 물건너 간다. 아 슬퍼. ㅜㅜ

이웃을 잘 만나야 할텐데 말이지. 비나이다 비나이다~

 

개발사업현황도 ⓒ울산 북구청

그림은 그려 봤는데... 그림을 제대로 그린 건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북구청 홈페이지를 보니 호수지구는 93년 2월 11일에 시작했다고 하는데 벌써 19년째다. ㄷㄷㄷ 중간에 시행사 부도, 조합원 간의 의견 불일치로 14년을 후루룩 후루룩 말아 드시고 2007년 5월 24일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하여 9월 18일 환지계획 인가를 받고 사업을 속행하게 되었다. 올해 말 완공 예정.

어쨌건 사업 현황도라든지 무슨 지도 쪼가리 하나 찾아보려고 해도 민간조합이라 그런지 아무 것도 없다. 북구청 홈페이지를 이리저리 훑어봐도 아무 것도 없고, 딸랑 저 지도 하나 뿐이다. 복덕방 아저씨는 어디서 지도를 뽑아준거지? ㅡㅅ-

북구청 홈페이지의 행정정보 > 행정자료 > 도시계획정보를 보면 개략적인 내용이랑 위에 있는 저 지도 한 장만 딸랑 있다. 그리고 그 밑에 이렇게 되어 있다.

 

토지이용규제정보시스템(http://luris.mltm.go.kr)을 이용하시면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의 열람이 가능하며, 도시관리계획 입안 중인 사항은 본 시스템으로 확인이 불가합니다.

지구단위계획 구역별 건축물의 건축 등 규제사항은 "부서별 홈페이지" → "도시녹지과" → "지구단위계획"을 이용하면 세부지침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도시녹지과의 지구단위계획에는 역시 아무 것도 없어서 토지이용규제정보시스템이란 곳에 가보기로 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토지이용계획 > 토지이용계획열람을 선택하면 아래와 같은 페이지가 뜬다.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 이름 참 해괴하다.

근데 보려는 땅의 번지수를 입력해야 된다. 복덕방 아저씨한테 받은 지도에는 근처 땅의 번지수는 나와 있지만 토지구획지구 안의 번지수는 나와 있지 않다. 대충 근처 땅의 번지수를 넣고 몇 번의 시행 착오 끝에 지도 한 장을 얻었다.

 

토지이용계획

내가 사려는 땅은 과거 "595-1대"와 "산66-3임"을 합쳐 분할한 곳이네. 끝의 대는 대지, 임은 임야를 뜻한다. "595-1대"의 2007년 개별공시지가는 80만 천 9백원. 난 세 배가 넘는 가격으로 땅을 사는건가. ㅡㅅ-

소로2류라 함은 8m 짜리 도로라는 뜻이다. 내 집 앞으로 8m 짜리 도로가 지나간다. 편도 1차로 정도의 흔한 동네 길 정도. 도로에 접하지 않는 땅은 맹지라 하여 땅 값어치가 확 떨어진다. 속칭 속집이라고도 하고.

지도를 내가 그린 도면에 얹어보니 딱 맞는다. 각도라든지 길이라든지. 한 눈썰미 하는 듯? ㅎㅎ

 

595-1대의 지적도등본

한국토지정보시스템에 가면 지적(임야)도등본을 볼 수 있다. 호수지구는 개발 이전에는 거의 논과 밭이었구나. 그런 땅이 개발을 거쳐 택지지구가 된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이번에 집을 지을 마음을 먹고 땅도 사고 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

이웃을 잘 만나야 할텐데 말이지. 비나이다 비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