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땅콩집을 짓자

나만의 땅콩집을 위하여 ⓒ이현욱

요즘 내 머릿속은 내 집 마련의 꿈으로 가득하다. 두 남자의 집 짓기 책은 지난 번 글을 쓴 다음 날 도착해서 그 날 바로 다 읽어버렸고, 틈틈이 땅콩집 카페와 부동산 카페, 울산소식을 들락거리며 새로 올라오는 글도 읽고 울산 땅값이 어떻게 되는지도 알아보고 있다. 이쯤에서 뭔가 한 번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 몇 자 적어보기로.

 

누군 10억을 찾아가지도 않는데 말야 ⓒ머니투데이

아무리 계획이 거창해도 일단은 돈이 필요하다. 땅을 살래도 돈이 들고, 집을 지을래도 돈이 든다. 예산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아야 계획도 세울 수 있다. 두 남자의 집 짓기 책을 참고로 필요한 돈이 얼마나 되는지 정리해보았다.


 

공사비용 : 1억 5천 2백만원 (건평 16평 기준, 1층 및 2층은 평당 350만원, 다락방은 평당 250만원)

땅값 : 1억 ~ 1억 3천만원 (최소 40평 이상)

마당 토목 + 조경 : 5백만원 (나무 데크, 나무 기둥벽, 잔디, 유실수, 울타리용 키 작은 나무, 직접 심는 조건)

인입비 : 5백만원

설계 및 감리비 : 2천만원

건물 및 토지 취득세, 등록세 : 9백만원 (땅값 1억 3천만원 기준 4.6%, 공사비 1억 기준 3.16%)

합계 : 2억 8천 6백 ~ 3억 천 6백만원


대략 3억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대출을 거의 1억을 받아야 한다는건데. 로또라도 사야 되나. ㄷㄷㄷ

1억 중 5천만원은 회사에서 이자를 3% 보조해주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원래는 퇴직금 담보 조건이었는데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바뀌었다. 회사 새마을금고에 문의한 결과 무주택자가 주택을 신축하는 경우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가지고 있는 회사 주식은 절반을 2년 반, 나머지 절반을 3년 반이 지나야 처분할 수 있고, 그 때의 가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나머지 5천만원은 토지 담보 대출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집을 지을 시점까지 알뜰살뜰 돈을 모으면 대출 받아야 할 액수는 줄어들 수 있다.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시점이 되면 우선적으로 대출을 갚고, 당분간 받는 성과금도 대출을 갚는데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당연. 아무래도 회사에서 이자를 보조해주는 쪽이 이자가 쌀테니까 토지 담보 대출을 받은 쪽을 먼저 갚아야 할 것 같다. 상환 만기 시점에 대해서 정확히 해둬야 할 듯.

 

문제는 땅.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다른 것은 다 나중에 한다고 쳐도 땅만은 미룰 수 없다. 시간이 갈 수록 오르는 것이 땅값이니까. 1억에서 1억 3천 정도로 40평 이상의 땅을 구할 수 있는 곳은 북구 호계(농소), 중구 동동, 서동, 약사동, 성안동, 울주군 구영리 정도.

북구 호계는 아직 개발이 덜 된 곳이 많지만 오토밸리로가 완공되면 교통이 매우 편리해져 출퇴근에 부담이 덜하다. 근처 매곡이나 농소도 눈여겨 볼만하고. 울산에 차후 개발될만한 곳으로는 거의 마지막 남은 곳이고, 오토밸리로 호재가 있어서 최근 땅값이 많이 올랐다. 한 2, 3년만 빨랐어도 상당히 저렴하게 땅을 구할 수 있었을텐데. ㅡㅅ- 근처에 호수지구가 올해 말 완공이라는데 평당 250만원 정도에 반듯하게 정리된 택지가 매력적이지만, 요즘 한 필지가 최소 60-70평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최소 1억 5천은 필요하고 조합과 갈등이 있어 쉽게 손이 가기는 좀 힘든 듯. 화봉지구는 말할 것도 없이 땅값이 비싸다. 송정지구는 시작도 안했으니 논할 가치도 없고.

중구 동동, 서동, 약사동은 계획지구가 아니라 대지 모양이 삐뚤빼뚤해서 버리는 공간이 많을 듯. 쉽게 말해 오래된 동네라 땅을 사려면 여유있게 넓게 사야 하는데 그런 것 치고는 땅값이 저렴한 편도 아니다. 근교에 우정지구 단독 택지가 있지만 필지 수가 많지 않고 땅값 또한 만만치 않을 듯 하다.

중구 성안동은 비교적 동네가 깨끗하긴 한데 들어오고 나가는 길이 외길이라 교통이 좀 불편할 듯.

울주군 구영리는 비교적 최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왔고 KTX 울산역에서도 멀지 않아 교통이 편리하긴 한데 회사 출퇴근이 너무 멀다. 고속도로나 KTX 역이 가깝다곤 하지만 돌아다닐 일이 많지 않다면 그닥. 최근 나오는 매물들은 구영리에서도 외곽 지역인 것 같고, 좀 괜찮다 싶은 곳은 이미 땅값이 장난이 아니다.

순위를 매기자면 역시 호계쪽이 앞으로의 전망으로보나 땅값으로 보나 현실성이 있을 것 같다. 사실은 화봉지구가 더 좋겠지만 역시 땅값이 비싸다는 것이 문제. 거기에 땅사고 나면 땡전 한 푼 안남는다. ㅡㅅ- 여차하면 땅을 사두고도 24평 아파트 전세 들어갈 돈 정도는 남겨둬야 하기 때문에 위치는 참 좋지만 어쩔 수 없고.

 

요런 식의 집이 되지 않을까? 물론 땅은 저것보다 작게 구입할거고 당연히 집도 저것보다 작게 지을거다. ⓒ아톰월드

목표는 일단 마당이 있는 집이니까 말이지. 주변 풍경은 저거랑 비슷할 것도 같다. 만약 내가 산 땅 앞에 다른 집이 있으면 사진에서 보듯이 그늘도 질테고. 가능하면 그런 상황이 안되면 좋겠지만. 근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주차장으로나 써야지 뭐. ⓒ아톰월드

최근에는 주차장을 확보해야 건축허가가 나는 경우가 많다. 단독주택이 몰려 있는 곳은 대부분의 경우 골목이 좁고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고 예전보다 차량 보유가 늘어나는 추세라 한 집에 차가 두 대씩 있는 경우도 꽤나 많은 편이다. 집이야 작게 짓는다고 쳐도 좁은 땅에 주차장까지 있어야 한다면 그만큼 마당이 좁아지는건데. 차만 세워두긴 왠지 아깝다. 땅값을 생각하면 주차장으로만 천만원 가까이 쓴다는건데 그럼 이게 안아까워? 응? 안아깝냐고?

 

오홋? ⓒ아톰월드

나 말고도 누가 그런 생각을 했나보다. 요고요고 괜찮은 아이디어 같은데? 차가 한 대라면 밑에 넣어버리면 그만이고, 차가 두 대라도 한 대 주차할 공간으로 해결되니까 괜찮은 생각 같다. 밑에 넣어 둔 차는 비도 안맞고, 위에 남는 공간은 온전히 마당으로 쓸 수 있고. 물론 추가로 공사 비용이 들어가긴 하겠지만 당장은 일반 주차장으로 쓰다가 나중에 여유가 생길 때 만들면 그만이다.

 

가구는? ⓒIKEA

내 집을 마련하고 나면 그 다음으로 신경 쓰이는 것은 역시 가전제품이나 가구일 것이다. 공사비용에 기본적인 인테리어나 주방가구, 붙박이장 같은 것들은 포함되지만 책상이라든지 침대, 책장, 의자 같은 것들은 따로 구입해야 한다. 근데 가구값이 만만치 않단 말이지. 한데 내가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스웨덴의 이케아가 올 해 중으로 우리 나라에 진출한단다. ㅋㅋㅋㅋㅋㅋㅋ 들어본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케아는 중저가 가구 브랜드로 유명하고 전세계에 300여 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다. 중저가라고 해서 단순히 값만 싼 것이 아니라 품질도 썩 괜찮다. 괜찮은 품질에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조립을 직접해야 한다는 것과 포장이 매우 간소하다는 정도? 조립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직접 칠하면 그만이다. 그 동안은 수입 대행으로 판매했지만 직접 국내에 진출하면 가격도 더욱 저렴해질 듯.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도 딱 내 스타일.

내 집을 마련하려니 이것저것 생각할 것이 많다. 하지만 꼭 한 번에 완성할 필요는 없잖아? 집부터 지어놓고 천천히 내 취향에 맞게 완성해가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차근차근 나무도 심고, 잔디도 깔고, 가구도 들여놓고. 도중에 인생을 같이 할 짝을 만나면 조금 바뀔 수도 있고, 둘이 일을 해서 같이 벌면 생각보다 빨리 우리 집을 완성할 수도 있을거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당장 혼자 사는데 필요한 것들만 마련하면 되니까. 집 짓는데 필요한 돈은 열심히 일하다보면 시간이 해결해 줄테니 일단 땅부터 보러 다녀야겠다. 나의 소박한 꿈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