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9코스 (대평-화순) & 10코스 (화순-모슬포)

올레 9코스, 8.8km ⓒ제주도청

예정에 없던 거문오름에 가는 바람에 올레길 종주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하루를 까먹었으니 어디선가 하루를 보충해야 하는 상황. 성수기에 비행기 예약을 변경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 일정을 변경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비교적 짧은 9코스를 어딘가에 끼워넣기로 했다. 그러려고 보니 그것도 만만치 않은게, 남은 코스들을 보니 딱히 짧은 코스도 없다. 그리고 12코스부터는 거리가 멀어 9코스랑 같이 걷기도 애매. 10코스는 14.8km 정도인데 둘을 합하면 23.6km로 이 정도면 가장 길었던 4코스랑 얼추 비슷한 거리가 될 뿐더러, 9코스와 10코스를 연달아 걷게 되니까 따로 다른 코스로 이동할 필요가 없어 오늘 하루는 9코스랑 10코스를 같이 걷기로 결정했다.

 

짐을 금능 게스트하우스에 부치고

9코스와 10코스를 오늘 다 걸으면 11코스까지 모두 끝이기 때문에, 12코스부터는 숙소를 옮기는 것이 유리하다.

 

다시 찾은 대평포구, 날씨가 썩 좋지는 않다.

시작점까지는 산야 게스트하우스 픽업을 이용했다. 봉고는 구불구불한 길을 잘도 돌아 우리를 대평포구에 내려다 주고 갔다. 오늘은 다소 희한한 일정이 되는 것이, 9코스와 10코스를 하루에 걷기도 하지만 재민이는 10코스를 미리 걸었기 때문에 9코스만 같이 걷고, 오후에는 현주랑 만나 10코스를 걷기로 했다.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바로 만날 수 있는 간세

몰질. 말이 다니던 길이라 해서 몰질이란다. 고려시대 때부터 생긴 길이라니 오래된 길일세.

 

근데 이게 정말 말이 다니던 길이 맞아?

경사가 제법 되는 바위 투성이의 길이다. 뭐 최근에 KBS 차마고도 다큐를 보니 그것보다 더한 길도 짐을 싣고 다니긴 하더라만 그 때 당시에는 이걸 말이 다니라고 만든 길인가 싶긴 했다. ㅎㅎ

 

한참 걷다가 탁 트인 곳이 보이면 잠깐 쉬어 가기도 하고

 

토지소유자의 요청으로 지나갈 수 없어서 코스가 변경되었다는 안내 간판

2009년 4월이면 1년도 더 된거네. 올레길 코스 도중에는 목장이라든지 기타 사유지를 지나는 일이 많다. 다행히 땅 주인이 허락을 하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코스가 변경될 수 밖에 없다. 올레길 때문에 제주도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도 좋긴 하지만 자기가 피해를 보면서까지 관광객들을 배려해 줄 의무는 없으니까. 민박집을 선전하는 작은 간판은 수풀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다. 간판이 잘 있나 보려고 여기까지 자주 오긴 좀 그렇겠지?

 

이젠 오르막길은 끝인가?

 

여기에도 밭이 있다니 근처에 차가 다니는 길이라도 있나보다.

 

지금은 밀감철이 아니라 눈으로만 즐길 수 밖에 없다. ㅎㅎ

 

하얀 꽃이 지천으로 가득하다. 깨 밭인가?

 

볼레낭길을 지나면서

제주도에서는 보리수를 볼레낭이라고 한단다. 저 쪽에 얼핏 보이는 것이 화력발전소인 듯?

 

간만에 보네 이거.

여기까지가 목장인건지 아니면 여기서부터 목장인건지.

 

화력발전소가 맞구만.

이 근처 바닷가에 돔이 많다고 하던데. 화력발전소랑 무슨 관련이 있을까? 근처 양식장에서 나온거란 소리도 있다.

 

A코스와 B코스의 갈림길에 도착

일단 중간 도장을 찍어주고. A코스는 안덕계곡을 통과하는 5.3km의 구간이고, B코스는 그대로 종점으로 가는 0.9km의 구간이다. 계곡을 통과하는 코스라 그런지 여름에는 폐쇄하는 모양이지만... 이대로 종점으로 가기엔 너무 아쉽잖아? 더운 여름이니 계곡 구경도 할 겸 A코스로 가기로 했다.

 

어느 새 해가 나서 덥다.

 

마침내 안덕계곡 입구에 도착

이 근처의 원시 난대림은 천연기념물이란다. 야생 오리가 많이 날아온다고 해서 올랭이소라고도 한다는데 올랭이는 제주말로 오리란다. 원시 난대림이라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검은 잠자리들이 그렇게 많다.

 

이게 뭔가요. ㅡㅅ-

날도 덥고 해서 시원한 계곡에 발도 담그고 할 요량으로 선택한 코스인데 물이 더럽다. 냄새도 좀 나는 것 같고. 천연기념물이 이래도 되는거임? 실망이다.

 

확실히 숲이 울창하긴 하다.

 

물만 깨끗했으면 말이지. ㅡㅅ-

여름이라 그런지 사진에 보이는 저 곳에 물이 꽤 많았다. 물이 깨끗했다면 신발을 벗고 발이라도 담그면서 건넜을텐데 썩 깨끗한 물도 아니고 해서 바위를 디디고 건너려 했더니... 중간에 경사가 꽤 급한 곳에서 미끄러져서 한 쪽 발이 빠지고 말았다. ㅜㅜ 그래도 카메라 안빠뜨린게 어디야. 여길 지나서는 별 달리 볼 것이 없었다. 도중에 창고를 지나면서 수도가 있는 것을 발견하곤 발을 닦고 등산화를 물로 헹궜다. 이거 빨리 말라야 할텐데 말이지.

 

이게 뭐였더라? 해물탕?

9코스는 그대로 끝나고 종점인 화순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도장을 찍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이것도 전복이라고. ㅎㅎ

조금 늦게 도착한 현주를 식당으로 불러 셋이서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올레 10코스, 14.8km ⓒ제주올레

점심도 먹었으니 10코스 출발. 10코스가 변경되는 바람에 모슬포항 올레 안내소에서 받은 지도. 뒷면에는 11코스 지도가 있다. 역시 땀에 젖어 누렇게 바랬음. ㄷㄷㄷ

 

이거 몰아본지가 10년도 더 됐네. ㅎㅎ

군생활할 때 몰던 차가 있어서 반가운 맘에 한 컷 담아주고.

 

화순해수욕장

웬 군용차가 있다 했더니 군인들이 하계훈련을 하나보다. 해병들인가? 재민이는 10코스를 미리 돌았지만 중간에 한적한 해수욕장이 있다며 거기서 선탠을 하겠다고 해서 거기까지 같이 가기로.

 

여름 휴가 기간인데도 어째 한산하다 싶었는데

 

여긴 사람들이 바글바글

공짜랬던가 뭐 그랬던거 같다. 수영복이라도 챙겨왔음 좀 담갔다 가고 싶었지만. ㅎㅎ

 

역시나 이런 경고판 따윈 가볍게 무시해주고

 

곧 이어 나타난 퇴적암 지대

여기가 용머리 해안이란다. 동네 사람들은 모래도 아니고 돌도 아닌 땅이라고 해서 썩은 다리라고 부른다는데?

 

여길 지나면 재민이가 말한 호젓한 바닷가가 나온단다.

 

신기하긴 신기하구만.

 

오오 정말!

해수욕장 지난지 얼마 안됐는데 정말로 인적이 드문 호젓한 해변이 눈 앞에 펼쳐졌다. 재민이는 여기서 선탠 좀 하겠다 해서 나중에 만나기로 하고 현주랑 나는 10코스 종점을 향해 ㄱㄱ

 

호젓한 해변을 뒤로 하고

 

설마 이게 용머리는 아니겠지?

 

바위들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여긴 정말로 아담하고 호젓한 곳이네.

해변까지 밀려온 쓰레기들이 없었다면 정말로 좋았을 듯. 나만의 해변으로 하고 싶은 곳이었다.

 

그리고 나타난 너른 바닷가

 

지그재그로 펼쳐진 울타리와

 

좀처럼 보기 힘든 바위로 된 해변이 있는 곳

 

이 사진 찍는다고 다른 한 쪽 신발까지 젖어버렸다.

 

손에 잡힐 듯한 산방산

역시 14미리로도 다 담을 수가 없어서 살짝 끼얹어본 파노라마(클릭하면 엄청 크게 볼 수 있음). 가운데 난 길을 따라 배늘모살동산으로도 불린다는 사구 언덕으로 향했다. 울타리는 뭔가 했는데 여기에 ATV를 탈 수 있는 체험장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이다. 사구 언덕으로 올라가는 동안 ATV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구 언덕을 올라 산방연대로 향하는 도중에

 

산방연대, 연대라고 하길래 봉수대 같은건가 했더니 그런건 아니고 일종의 요새 비슷한 것인 듯?

 

저기에 웬 범선이?!

저기가 하멜이 표류해 도착한 곳이란다. 간단한 매점과 놀이 기구가 있었던 듯.

 

머리를 너무 크게 찍어 미안하구만. ㅋㅋㅋㅋㅋㅋㅋ

 

설큼바당

옛날 여기에 돌담을 쌓아 간만의 차를 이용하여 고기를 잡는 '원'이 있어 설쿰원이라고 했단다. 지금은 아쉽게도 볼 수가 없단다. 설큼은 설기설기 얽혀진 바위 투성이 지대를 말한다고.

 

바닷가를 따라 계속 걷다보면 요런 이상한 지형이 있는 곳에 다다른다.

 

온통 처음 보는 신기한 지형들 뿐

 

열심히 걷다 보니 송악산이 보이는 곳까지 왔다.

 

편의점에서 중간 도장을 찍고 송악산을 오르기 시작

 

경치가 참 좋다.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

 

바다를 바라보며 멍 때리기 좋은 곳

 

여기서 어느 방향으로 갔더라?

아마 전망대 방향으로 조금 더 가다가 트럭이 보이는 곳 쯤에서 정상으로 향했던 것 같다.

 

풀을 헤치고 간세를 찍느라 손이 나와버렸네. 지도하고 젖은 깔창을 들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

송악산은 절울이오름이라고도 하는데 절울이는 파도가 소리쳐 운다는 뜻이란다.

 

분화구 주변의 능선

 

분화구를 담아봤지만

한 눈에 들어올만큼 높은 곳이 없어서. ㅎㅎ

 

능선을 따라 분화구를 구경하고는 셋알오름으로 향한다.

주변에는 흑염소들이 군데군데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간만에 보는 말들, 50% 크롭

 

올라가기 쉬우라고 공사중인 듯?

아마 지금쯤은 완성되지 않았을까? 저런건 별로 좋아라 하지 않지만 말야.

 

저 아래로 내려가야 하나보다.

 

셋알오름으로 향하는 길

 

셋알오름에 있는 일제 고사포 진지

2차 대전 당시 수세에 몰린 일본군이 구축해둔 고사포 진지. 제주도 곳곳에는 일제의 잔재들이 남아 있다.

 

셋알오름을 지나면 드넓은 평지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또 하나의 일제 잔재,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 안

 

알뜨르 비행장을 지나 한참을 걸었다.

 

이건 뭐지?

일단 계단이 있으면 무조건 올라가본다. ㅎㅎ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니 좋구나.

역시 광각 렌즈는 높은 곳에서 보고 찍어야 제 맛. 평지에서는 입체감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한참을 걷고 또 걸어 하모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어느 새 해가 떨어지기 시작

여기서부터는 도로가 나와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젖은 신발을 신고 걸으려니 발이 아파서. 낮의 열기가 식지 않아 바닥은 아직 뜨끈뜨끈했지만 젖어서 물에 부는 것 보다는 낫지. ㅎㅎ

 

날이 흐려서 일몰치곤 영 느낌이 없다.

여기서도 꽤 걸어서야 종점인 하모체육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해서 재민이를 만나 버스를 타고 금능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것은 해가 떨어진 뒤였다. 방을 배정 받고, 씻고, 빨래를 돌려놓고, 저녁을 먹으러 협재해수욕장까지 갔다. 숙소 근처에는 현금을 뽑을 곳도 없었고 저녁을 먹기도 애매해서. ㅎㅎ 저녁을 뭘 먹었더라? 닭도리탕 먹었던가? 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