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8코스 (월평-대평)

올레 8코스, 17.6km ⓒ제주도청

올레길을 걷기 시작한지 벌써 일주일이 훌쩍 지나 9일째다. 그 동안 조금 흐린 날은 있었어도 비가 온 날은 없었는데 밤사이 비가 왔었나보다. 어떻게 보면 여름에 비가 안오는 것이 신기. 재민이가 7코스와 7-1코스를 먼저 다녀와서 오늘은 8코스를 같이 걷기로 했다. 7코스랑 7-1코스는 내일이랑 모레 걸어야할 듯.

 

비가 와서 공기가 깨끗해진 덕인지 날은 흐려도 한라산이 또렷이 잘 보인다.

샤워를 하고 재민이랑 나가서 현주를 만났다. 아침을 먹고 가야지? 중앙 로터리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아침으로 몸국에 밥을 말아 먹어 주고

몸이 뭔가 했는데 모자반을 제주에서는 몸(아래 아를 쓰는, 안쳐진다. ㅡㅅ-)이라고 한단다. 모자반도 사실 뭔지는 잘 모르지만 해초 종류라고 막연하게나마 알고는 있는데, 톳이랑 비슷한 것도 같고. 하여간 돼지 뼈와 내장을 푹 고아 만든 육수에 모자반이랑 메밀 가루를 넣고 끓인 것이 바로 이 몸국이다. 뜨끈하고 구수한 국물에 밥을 한 공기 말아 먹으니 오늘도 힘 내서 잘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8코스의 시작점인 송이 슈퍼, 여기에서 7코스 종료 및 8코스 시작 도장을 찍는다.

버스를 타고 8코스 시작점인 송이 슈퍼에 도착했다. 트럭이 나오는 길은 7코스 종점으로 향하는 길이니 그 쪽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 8코스는 큰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가면 된다. 조금 걸으면 약천사를 지나 선궷내로 향하게 된다.

 

동네 사람들이 다리 밑에서 개울에 발을 담그고 고기 궈먹으면서 놀고 있다.

8코스의 특징이 있다면 제주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시냇물을 자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개울이 흐르는 곳 근처에는 어김없이 동네 사람들이 발을 담그고 고기를 궈먹으면서 놀고 있다. 좋겠네~ ㅎㅎ

 

선궷내, 저 개울을 건너야 한다고?

선궤는 바위굴이라고 하는데 바위굴은 어딨는지 도통 모르겠다. 선궤 옆에 있는 개울이라고 하여 선궷내라고 하는 개울을 따라 걸어 들어간다.

 

보기보단 물살이 세다.

빠지지 않게 어떻게 어떻게 잘 건너주고 다시 길을 따라...

 

바로 앞은 바다다.

 

원없이 보는 제주의 바다

근데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ㅎㅎ

 

여기도 동네 사람들이 천막을 쳐놓고 놀고 있다. 애들은 물놀이 하느라 정신 없고.

지나가면서 인사를 하니 잠깐 앉았다 가라신다. 제주도 도새기에 맥주 한 잔을 걸치니 좋구나. ㅎㅎ 요 앞에서 고깃집을 하고 있으니 고기가 필요하거나 잘 곳이 없으면 전화하라며 명함을 주시길래 하나 받고. ㅋㅋㅋㅋㅋ 부부가 서로 다른 당 소속으로 같은 지역구에 출마하여 부인되는 분이 도의원이 되었다는 분의 자랑(?)도 듣고. 잠깐 앉아 땀도 식었으니 다시 가볼까?

 

이거 곤란한데. ㅡㅅ-

주상절리에 도착하여 중간 도장을 찍으러 안내소에 가보니 장마로 낙석위험이 있어 해병대길을 폐쇄했단다. 어제 밤에 비가 오긴 했지만 지금은 방울방울 떨어지는 정돈데 어쩐다? 일단은 해병대길까지 한참 남았으니 근처에 가서 생각해보기로 하고 주상절리는 돈을 내야 하니까 패스. ㅋㅋㅋㅋㅋ

 

요트 멋지네?

한 눈에 보기에도 꽤 큼직한 요트가 파도를 가르고 있다. 저 정도되면 엔진도 달려 있을거고 안은 꽤나 호화롭게 되어 있을 듯. 우리 나라도 레져 산업이 발전해서 요트 만드는 곳이 생기면 말년에 요트 설계나 하는 것도 괜찮을 듯.

 

날씨가 좀 화창하면 좋으련만

바닷가를 따라 호텔과 리조트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중문에 거의 다 와가는 모양이다.

 

아따 좋구만. 여기가 어딘감?

올레 코스엔 있을법하지 않은 잘 가꿔진 정원을 지난다.

 

오홋? 저건 멍미?

 

오호라? 여기가 씨에스 호텔인거야?

앞에 보이는 건물은 까페인데 올레꾼들을 위한 까페라고는 되어 있으나 가격이 ㅎㄷㄷ한 관계로 패스. 올레길을 걷는 사람이 보통 그 정도 돈을 갖고 다니나?

 

꾸며 놓긴 잘 꾸며 놨는데...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다시 올게요. ㅡㅅ- 근데 돈 많이 벌면 해외로 떠야지?

 

오홋? 저긴 뭐임? 요트도 보이는 것이?

근데 저긴 코스도 아닐 뿐더러 딱 보니 럭셔리하게 보이는 것이 우리 같은 가난뱅이는 가지 말아야 할 듯. ㅋ

 

길 가에 웬 하트가?

하트는 아니고 코스 안내 표지판. 빨간 점이 있는 위치가 현재 위치, 배릿내 오름을 가려면 오른쪽으로 가서 올라갔다 다시 돌아와서 왼쪽으로 가면 된다는 뜻임. 안가려면 걍 왼쪽으로. 현주는 힘들어서 못가겠다고 해서 재민이랑 둘이 오른쪽으로 향했다.

 

요런 풍경이 시원하게 보인다는 정도

딱히 볼 건 없네. 이젠 원래 자리로 돌아가서 배릿내로 가보자.

 

배릿내, 어딜 가나 다리 밑엔 사람들이 놀고 있다.

천제연 깊은 골짜기 사이로 은하수처럼 내가 흐른다고 해서 별이 내린 내라고 부르던 것이 배릿내가 되었단다.

 

저 너머에 아까 그 럭셔리한 곳이 보이네.

 

요런 아슬아슬한 징검다리를 건너

 

건너다 말고 아슬아슬하게 사진도 한 장 찍어주고

 

뒤늦게 안전한 다리를 발견하곤 좌절도 해주시고

근데 어쩔거임? 난 벌써 징검다리 한 가운데 와 있는 것을.

 

근데 이건 뭐하는 거지? 주사위 두 개를 던지면서 뭔가 하고 있는데?

여긴 무슨 친목회라도 온건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대로 패스.

 

결국 럭셔리한 곳에 오고야 말았다.

여긴 아까 바닷가에서 보았던 요트를 타는 곳.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가 탔던 요트가 이 요트라는데. 재민이랑 현주가 가격을 알아보러 갔다 오더니 좌절. 한 시간에 6만원, 30분에 4만원? ㅋㅋㅋㅋㅋ

 

우리 주제에 요트는 무슨...

재민이는 오늘 숙소를 옮겨야 해서 배낭을 메고. ㅡㅅ-

 

와우~ 중문해수욕장이다!

날씨도 살짝 개기 시작. 사람은 완전 바글바글.

 

헛? 이거슨? 방앗간이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

참새들은 그냥 갈 수 없었다. ㅋㅋㅋㅋㅋ

 

기본 안주로 나온 보말

 

역시 기본 안주로 나온 성게알

 

요거이 돔이었던가?

소주와 함께 안주들을 흡입하였으나 참새들은 여전히 배가 고팠다.

 

결국엔 문어와 잡어회를 추가♡

낮술도 걸쳤겠다 비틀비틀하면서 중문해수욕장 구경을 좀 해볼까나?

 

사람이 많기도 하다.

비가 점점이 오다 그치기는 했지만 날씨는 꽤나 더웠다. 오히려 습기 때문에 찜통같은 날씨였던 듯. 시원하게 한 번 담그고 가고 싶지만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았네.

 

떨어지지 않는 발을 떼며 중문해수욕장을 뒤로 하고

 

짧은 모래사장이라는 뜻의 존모살 해변, 중문해수욕장은 긴 모래사장이라 하여 진모살이라 한단다.

여길 지나면 문제의 해병대길인데...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통과하기로 결정.

 

주상절리 짝퉁도 구경해주시고

 

낙석위험으로 출입이 통제된 동굴. 저기로 들어가면...

 

요리 나온다. ㅎㅎ

제주도에 와서 지금까지는 꽤나 운이 좋은 편이라곤 생각하지만. 일부러 운을 시험할 필요는 없겠지?

 

해병대길은 여기서부터 시작인 듯?

막상 해병대길에는 돌이 떨어질만한 곳은 없었다. 아무래도 존모살 해변부터 해병대길 사이를 낙석 위험으로 통제하고 있는 듯.

 

바위가 너부대대한 것이 신기하게 생겼다.

근데 저 쓰레기는 어쩔. 바닷가에는 의외로 쓰레기가 많아서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을 생각하여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멀리 하얀 등대도 보이고, 길은 구불구불 이어져 있고

등대가 보인다는 것은...

 

포구가 가깝다는 뜻

여기가 하예포구인가? 끝이 머지 않았구나.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칫 삭막해지기 쉬운 풍경에 이쁜 그림을 그려주는 센스

밑에는 배 이름이 적혀있는 것으로 보아 물이라든지 기름을 넣어두는 탱크 같은데.

 

한치잡이 배를 한 컷 담아주고 하예포구는 바이바이~

 

저 멀리 산방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주도의 동쪽 끝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제주도의 남쪽 끝을 지나고 있구나. 그나저나 슬슬 발이 아픈데.

 

드디어 대평포구다!

오늘 하루도 길었다. 이제 끝인가?

 

요런 아기자기한 센스가? ㅎㅎ

끝인줄 알았건만 버스 타는 곳까지 또 한참 걸어가야 한단다. 아픈 발을 이끌고 버스 정류장으로. ㅡㅅ-

 

버스정류장 앞에 있는 마을안내도

중간중간 골목에서 만난 할망들한테 인사도 꾸벅꾸벅하며 걷다보니 어느 덧 버스정류장. 여기가 종점이고 버스 시간은 한 20분 남은 듯? 정류장 앞 가게에서 음료수 하나씩 마시면서 버스를 기다렸다.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옥상에서 한 컷

조금 일찍 담았으면 더 멋진 사진이 나왔을텐데. 노을이 지는 줄 몰랐네. 저녁은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셋이서 해물 철판 두루치기를 먹었다. 재민이는 다른 숙소로 가고 나는 아직 날짜가 남아 민중각에서 더 있어야 한다. 어쩔까 하다가 현주 숙소가 빈다고 해서 거기서 셋이 자고 재민이는 아침 일찍 다른 곳을 알아보기로. 맥주 사들고 들어가서 맥주 마시면서 고스톱을 쳤다. 고스톱을 모르는 현주에게 고스톱을 가르쳐주면서 심심풀이를 하다가 꿈나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