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단풍 구경

절골-대전사 코스 ⓒ주왕산 국립공원

부서 산악회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올해는 유난히 취소된 산행이 많았다. 단풍 구경도 할겸 산에 가본지도 오랜만이라 어느 산을 갈까 생각하던 중 초캠 게시판에서 주왕산 상의야영장 후기를 보고 주왕산에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주왕산은 서너 번 갔었는데 항상 1, 2폭포까지만 가봐서 한 번도 정상에 가본 적이 없었다. 3년 전 절골에 한 번 가보고 호젓한 풍경에 반해 절골에서 시작해서 정상을 밟고 대전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골랐다.

 

가을 아침, 주왕산 상의야영장

금요일 저녁에는 야영장에 빈 곳이 많다하여 대학원 수업을 마치고 바로 출발했다. 도착한 시간은 7시 조금 넘은 시각. 1영지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옆 사이트에 있던 분이 헤드랜턴과 커다란 망치를 빌려주셔서 수월하게 텐트를 치고 보답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맥주 두 캔과 애들 과자 두 봉지를 사다 드렸다. 저녁을 먹고 맥주를 한 잔 하면서 영화를 한 편 보고 잠이 들었다.

 

아침부터 차들이 줄을 길게 서있다.

밤에 도착해서 잘 몰랐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단풍이 한창이다. 이맘때의 주왕산은 찾는 사람들이 엄청나기 때문에 아침부터 차들이 장난아니게 막히기 시작하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일부러 어제 저녁에 도착했는데 그러길 잘한 것 같다. 막히는 차들을 보면서 삼거리가 있는 곳까지 걷기 시작했다.

 

주왕산은 단풍이 한창

절골은 야영장에서 산을 넘어가야 있다. 거리는 약 10km 정도? 차를 가져가면 나중에 다시 가지러 가야 하기 때문에 삼거리에서 버스를 타던지 아니면 히치하이킹을 하려고 맘을 먹었다. 버스는 시간을 몰라서 마냥 기다릴 수 없었고 지나가던 트럭을 세워서 얻어탔다. 트럭은 젊은 아저씨가 운전하고 있었는데 주산지까지 간다니까 사진을 찍으려면 새벽이나 저녁이 좋다고 하시면서 자기는 일 때문에 여기 온지 몇 년 되었는데 아침저녁으로 항상 주산지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 하셨다. 1년 중 사진찍기 좋은 때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차를 얻어타고 가고 있었는데 도중에 길가에 차를 대시더니 길거리 좌판에서 사과 2개를 사서 먹어보라고 주셨다. 차를 얻어타는 것도 고마운데 사과까지. 내가 좀 인복이 많긴 많은가보다. ㅎㅎ 아저씨는 절골 바로 앞까지 차를 태워주고 가셨다.

 

버스 시간표가 요기 잉네?

지도를 하나 얻어 걷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디서 단체로 등산이라도 오셨는지 호젓하던 절골이 시끌시끌하다.

 

3년 만에 다시 찾은 절골

3년 전에는 주산지에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절골 초입에만 잠깐 들렀었다. 그땐 정말 해가 쨍쨍했는데 오늘은 조금 흐려서 걷긴 좋은데 사진 찍기는 그닥. ㅎㅎ

 

타는 것 같은 단풍

 

하늘이 파랬다면 금상첨화였을텐데

뭐. 그래도 이것도 나쁘지 않다. ㅎㅎ

 

물도 깨끗하고 너무 좋다.

 

혼자만 보기는 아까운 절경

 

잠깐만 해가 나도 이 정도

 

공기도 상쾌하고 경치도 좋고

전에 왔을 땐 이 근처까지 왔다가 돌아나갔던 것 같은데.

 

화투장 배경으로 쓰면 대박일 듯 ㅋ

 

하나 뜯어다 책장 사이에 끼워볼까?

 

자알 익었다.

깨끗한 시냇물에 아저씨가 주신 사과를 씻어 한 입 베어물었다. 달콤한 과즙에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사과를 와삭와삭 씹으면서 계속 걷기 시작했다.

 

새빨간 단풍도 이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노란 빛깔이 섞인 것도 보기 좋다.

 

시냇물에 단풍잎 하나

 

어떻게 이런 고운 색이...

절골쪽 코스는 대문다리를 지날때까지는 거의 평지나 다름 없다가 대문다리를 지나고나면 슬슬 급경사가 시작된다.

 

산 전체가 울긋불긋, 가메봉 정상에서

날씨가 좋았으면 더 멋졌겠지만. 정상쪽은 벌써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한 것이 겨울 분위기였다. 용팔이님이 도착했냐는 문자를 보내셔서 산을 타는 중이라 내려가면 뵙겠다고 답장을 드리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도중에 울산에서 오신 부부를 만나 귤 하나를 얻어 먹었다. ㅋ

 

나무가 멋지다.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꽤 급했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내려가기를 한 시간 정도? 후리메기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제2폭포 방향으로 향했다. 조금 더 걷다보니 또 삼거리가 나왔다. 왼쪽으로 가면 제2폭포, 오른쪽으로 가면 제3폭포. 왼쪽방향은 하산하는 방향이라서 잠깐 오른쪽으로 거슬러 올라가 제3폭포를 보러 갔다. 근데 여기서부터 사람이 정말 많았다. 바글바글. ㅋ

 

제3폭포

 

위에 있는 전망대에서 본 제3폭포 상단

 

아래 있는 전망대를 한 컷

 

하늘이 보이지 않아. @ㅅ@

다시 오던 길로 내려가 제2폭포로 가는 갈림길로 들어섰다. 구불구불한 길을 접어들자 자리를 깔고 앉아 준비해 온 음식을 먹으며 단풍구경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제2폭포

요즘 비가 별로 오지 않아서 그런지 폭포라 하기엔 좀 부실했지만. ㅎㅎ

 

제1폭포

 

제1폭포를 보고 나가는 길에

 

제1폭포 하단

 

학소대에 이르러, 단풍이 절경이네.

 

단풍이 하트 모양으로 우훗♡

 

학소대

청학과 백학이 살았다는 학소대. 백학이 사냥꾼에게 잡히자 청학은 슬피 울며 매일 주변을 맴돌았다나 뭐라나?

 

이제 와서 날이 개면 어쩌라는건가효? ㅋ

 

역시 해가 나니까 때깔이 다르구나. ㅋ

 

그리고 드디어 대전사에 도착

으아. 사람 정말 많았다. 밀려서 다닐 정도. 바가지에 물을 받아 시원하게 들이켜주고. 참았던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ㅎㅎ

 

감 따먹으려고? ㅋㅋㅋㅋㅋ

 

역시 산행 후에는 이게 빠지면 섭하지. ㅋ

대전사를 나오면 파전집이 즐비하다. 전을 부치는 기름 냄새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자리에 앉아 동동주와 파전을 시켰다. 동동주를 시원하게 들이켜주고 따끈따끈한 해물파전을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웠다. 그러고보니 점심을 제대로 안먹었구나. ㅎㅎ

 

해도 슬슬 떨어지고...

돌아왔더니 캠핑장에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텐트들이 들어서 있었다. 용팔이님은 잠깐 나가계시다고 하여 돌아오시면 뵙기로 하고 라면을 하나 끓여 먹고 커피를 마시다보니 용팔이님이 전화를 하셨다. 용팔이님 커플 사이트에 놀러가 고기도 굽고 술도 마시고 재미나게 놀았다. 해바라기 버너 뽐뿌도 좀 넣어드리고. ㅋㅋㅋㅋㅋㅋㅋ

아침은 셋이 모여서 어제 먹다남은 오뎅탕을 데우고 3분 카레와 비엔나 소시지로 해결. 두 분은 단풍구경가시고 나는 철수준비를 했다. 텐트랑 타프를 햇볕에 널어 말리고 나머지 짐을 챙겨 싣고 샤워를 했다. 텐트랑 타프까지 다 말려서 차에 싣고 나니 구경가셨던 용팔이님 커플이 돌아오셔서 작별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350년된 느티나무

어제 아침에 절골 입구로 들어가다가 주산지 입구에 단풍이 잘 든 것을 보고 주산지에나 들렀다갈까 했는데 입구부터 차가 밀려 있는 것을 보고는 포기. 네비에는 이쪽으로 그대로 따라가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고 나와 안가본 길로 가볼까 하고 길을 따라 가기 시작했다. 조금 더 달리다가 멋진 나무를 발견하여 차를 세우고 사진을 담았다.

 

단풍도 멋지고 바위도 멋지고

다시 차에 타고 단풍이 우거진 구불구불한 길을 얼마나 갔을까? 단풍이 정말 멋지게 든 곳에 나도 모르게 차를 세웠다. 세우고 보니 휴게소도 있고 그러네?

 

단풍이 정말 멋지게 들었다.

아래로 내려가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올라와보니 저쪽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네? 뭐가 있나?

 

헛? 이거슨?

폭포가 있네? 야영장도 있고? 뭐야 여기? 정체가 뭐야?

 

이거 정말 멋진데? 주왕산 폭포보다 더 멋진 듯?

여기가 어딘가 보니 청송 얼음골 약수터란다. SBS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는지 SBS 차들이 잔뜩 서있고 스탭들도 분주히 왔다갔다 하고 있고. TV를 잘 안보는 나는 그냥 그런갑다 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그러언데~

 

이건 뭥미?

뭔지 물어봤더니 양미리란다. 아하?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양미리? 한 마리에 천원이란다. 막걸리 한 잔 하고 가라는 아저씨 말씀에 지갑을 보니 달랑 4천원뿐. ㅜㅜ

 

먹고 싶은건 먹어줘야 하는검다. ㅋㅋㅋㅋㅋㅋㅋ

동동주 한 잔은 얼마냐고 했더니 아저씨가 "그래도 반말은 먹어야지~" 카드가 되는가 물어봤더니 "뭘 이런걸 카드로 해?"

지갑에 4천원 밖에 없어서 그렇다고 하니 껄껄 웃으신다. 양미리 다섯 마리와 동동주 반말을 받아놓고 흡족-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저 사람은 뭘 저렇게 맛있게 먹고 있나 보면서 양미리 굽는 아저씨한테 이게 뭐냐고 물어보더니 하나씩 맛을 보기 시작. 아저씨 저 덕에 장사 잘된 줄 아세요. ㅋㅋㅋㅋㅋㅋㅋ 양미리는 한 마리에 천원이었는데 나중에 계산하면서 보니 동동주 반말은 3천원인가보다. 8천원의 행복을 맛보고 다시 출발.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나와보니 영덕 삼사해상공원 근처네? 여기부턴 아는 길이라 네비 길안내를 종료하고 여유있게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