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 출사 캠핑 3부

버스 종점.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잠시 기다렸더니 버스가 왔다. 시골이라 그런지 할아버지가 운전을.

"이거 소목 가는 버스죠?" "아닌데 일단 타."

응? 아닌데 타라니? 어쨌든 이걸 안타면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니 일단 타고 봤다. 버스는 구불구불 굽은 길을 이리저리 돌아 어느 한적한 마을에 멈춰섰다.

"여기가 종점이야." "근데 소목은 어떻게?" "요 길로 조금만 걸어내려가면 돼."

에? 소목이 그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나? 일단 할아버지가 알려준 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라? 저거 어디서 많이 보던 것 같은데?

불길한 예감. 아니나 다를까. 내가 길을 잘못들기 시작한 4코스 끝지점이었다. 여기서 소목가려면 엄청 걸어야 하는데. 영감쟁이. ㅡㅅ- 기왕 이렇게 된거 1코스랑 2코스도 돌아보라는 하늘의 뜻으로 알고 1코스를 향하여 ㄱㄱ

 

빨간 선이 내가 걸어간 경로(3.5km), 파란 선은 버스를 타고 이동한 경로(3.6km).

지도를 보아하니 아침에 일출찍으러 갔던 곳에서 1코스 쪽으로 건너가는 길이 있는 듯 하다.

 

저 개울을 건너서 들어간다. 빠지지 않도록 조심. 저기 빠져 욕본 사람들 좀 있다. ㅋㅋㅋㅋㅋ

여긴 일출 찍으러 들어가는 장소인데 건너편으로 가는 길이 있는 모양이다. 마침 요 앞에 낚시 단속 나온 공무원분이 계시길래 여쭤봤더니 길따라 주욱가면 건너편으로 갈 수 있단다.

 

파란 선이 내가 늪을 가로질러 1코스까지 간 경로(2km), 붉은 선은 소목까지 가는 경로(1.7km).

개울 건너가는 곳은 파란 선과 빨간선 이 만나는 곳에 있다. 더운 날씨에 거기까지 돌아가기가 귀찮아 건너는 길이 있겠지하고 무작정 갔다가 3.5km를 더 걸어야 했다니. ㅡㅅ-

 

여긴 전에도 일출 찍으러 와본 적이 있는 곳인데 건너가는 길이 있는지는 몰랐다.

 

이런 길을 따라가면 된다능

 

억새의 물결

 

다시 말하지만 저건 땅이 아녀. 밟으면 빠져유. ㅋㅋㅋㅋㅋㅋㅋ

길을 따라 걷다보니 반대방향으로 걸어오는 분들이 점점 많아졌다. 이제 거의 다 건너온 듯?

 

다 건너왔다. 여기가 1코스의 시작 또는 끝.

여긴 전망대와 생태박물관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고 자전거를 타고 오는 분들도 많았다. 3년 전에 일출 찍으러 왔을 때도 한 번 걸었던 길이라 중간중간 사진을 찍으면서 재빠르게 걷기 시작.

 

빛깔이 너무 곱다. 저질 사진 내공이 원망스러울 뿐.

 

왕벚나무 그늘 밑 의자에 앉아 잠시 땀도 식히고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을 보면서 걸으니까 참 좋다.

 

벌써 잎은 다 떨어졌나? 겨울엔 어떤 모습일까?

 

저 나무는 어쩌다 늪 한가운데에...

 

나무 밑 쪽배가 운치를 더한다.

 

전망대에 올라가 볼까? 계단 100m의 압박. ㅎㄷㄷ

 

그림 같은 풍경

 

깡좋은 오리들

길을 따라 걷다보니 삼각대를 펼쳐놓고 망원 렌즈로 새들을 찍고 계신 나이 지긋한 분이 있다. 뭘 찍고 계신가 하여 잠깐 말을 붙였다. 새가 날아가는 장면을 찍고 싶은데 소리를 질러도 돌을 던져도 새들이 날아가지 않는다는거다. 건너편에 있던 새들은 사람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날아가는데 이쪽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절대 날아가지 않는다. 카메라를 살펴보니 펜탁스거네. 내가 쓰고 있는 GX-20은 삼성 카메라지만 펜탁스랑 공동으로 개발한 제품이라 렌즈를 같이 쓸 수 있다. 70-200 2.8 비쌀긴데. 부럽군화. ㅋ

 

저렇게 멀리 있으니 날아갈리가 있나? 왼편 사람 많은 곳이 아까 진사님이 사진 찍고 계시던 곳

짧은 1코스는 벌써 끝나버렸다. 2코스는 제방을 건너가는 것으로 시작.

 

이분도 사진찍는 분. 장비가 완전 ㅎㄷㄷ하다.

 

억새가 참 좋구나.

오길 잘했어. 좋은 풍경 구경하면서 한가롭게 걷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사진도 찍고.

 

건너편에서 보는 풍경은 또 다르다.

 

꽃길

 

반갑다. 코스모스야. 올해 너 보기 첨이다. ㅎㅎ

 

햇살이 반짝반짝

2코스도 거의 끝나간다. 마을이 보이는 곳에 다다르니 소목쪽으로 넘어가는 숲길이 보인다. 2코스 따라가봐야 이젠 저 마을 지나면 다시 도로를 걸어 3코스 초입으로 들어가야 하니 바로 소목쪽으로 넘어가기로 결정.

 

소목제방 위에서 한 컷

나중에 여기로 일몰을 찍으러 와야 한다. 저기가 온통 붉게 물드는 모습은 정말 멋질 것 같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3년전 왔을땐 저 길 끝에 뭐가 있을지 궁금했는데 지금은 알고 있다.

2코스를 끝까지 따라갔다면 도로를 지나 저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 여기로 오게 된다. 거리는 도로에서 대략 500-600m 정도? 시계를 보니 3시 30분 정도. 여기서 차를 주차해둔 곳까진 금방인데 해가 지려면 아직 멀었다.

 

쪽배가 요기 잉네?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어디서 찍었는지 장소가 궁금했는데 소목 제방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길 중간에서 쪽배들을 발견. 역시 발로 뛰면 더 많이 볼 수 있다. 차를 주차해둔 곳으로 가서 매점에서 캔맥주 하나 사서 시원하게 마셔주고. 오늘 걸은 거리가 16.1km 정도. 올레길 한 코스 정도 걷는 거리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해떨어질 때까진 시간이 좀 애매하게 남았다. 아까 포토박스 형님이 일찍 오는 분이 있다고 하셨으니 잠깐 야영장으로 돌아가기로.

야영장에 도착하니 사림동 형님과 커피향기 누님이 텐트를 치고 계신다. 초면이라 간단히 인사를 하고 먼지에 쩔은 몸을 씻으러 샤워장으로. 샤워를 하고 나서 셋이 조촐하게 판을 벌리기 시작했다. 근데 벌써 해떨어질 시간이네? 잠깐 다녀오겠다고 말씀드리고 다시 소목제방으로 일몰을 담으러.

 

근데 이게 뭔가요? ㅡㅅ-

왜 해가 물로 안떨어지고 산으로 떨어지는겅미? 포인트는 여기가 맞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계절에 따라 해가 떨어지는 방향이 다른데 이 시기에는 여기가 아닌갑다. 2코스 중간 제방에서 찍었어야 했는데.

 

이거 아쉽게 됐구만. 쩝.

일출도 일몰도 다 못건졌다. 하지만 하루 종일 우포늪 주변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좋은 풍경을 많이 봤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지. 다음엔 계절에 따라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을 놓치지 않고 생각할테니 보잘 것 없는 내공이 조금 늘었는지도. ㅎㅎ

 

해떨어져유~ ㅎㅎ

 

아쉬운대로 구름이라도. 근데 구름이 참 예술이긴 하다. ㅎㅎ

아쉽지만 차를 돌려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와보니 두 분이 다정하게 오뎅 꼬지를 꼽고 계시네? 이거 끼어들면 안되는 분위기? ㅋㅋㅋㅋㅋㅋㅋ 잠시 후 밥문나칭구야가 큰 딸(?)을 데리고 등장. 텐트 치는거 도와줄까했는데 이집도 왠지 끼어들면 안될 것 같다.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다른 분들이 속속 도착. 남자는가와사키님 세컨 하우스 치는거 도와드리고.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음주 시이작~! 다른 분들은 텐트치느라 바쁘셔서 셋이서 먼저 밥을 먹고. 어묵 꼬지하고 오징어 데친 것, 번데기탕을 데워서 간단히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모이기로 한 시간이 되어 판 깔아놓고 사람들 기다리는 중 ⓒ커피향기

가족끼리 온 분들은 애들 밥도 먹여야 하니까 9시부터 모여 술을 마시기로 하고 자리는 식당 앞에 잡았다. 다들 슬슬 모이기 시작.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하고 준비해온 안주로 술을 마시기 시작. 다들 처음 만난거라 서먹서먹할 줄 알았는데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라 그런지 금방 친해져서 와와 떠들면서 분위기 업. ㅋㅋㅋㅋㅋㅋㅋ

 

콩이맘 누님이 가져오신 반고개무침과 막걸리 ⓒ커피향기

 

요거이 반고개무침. 대구 반고개라는 곳에서 무치기 시작했다고 하는 회무침이다. ⓒ미르바나

 

사림동형님의 동태지리. 시원하고 얼큰한 맛이 일품! ⓒ미르바나

형님 언제 이런 솜씨를? 지금 보니까 또 침이 고인다는.

 

포토박스형님이 남자는가와사키님을 낚으려고 미끼로 준비한 꼬냑 ⓒ미르바나

 

내가 준비해간 곰장어 소금구이 ⓒ미르바나

 

요건 곰장어 양념구이 ⓒ미르바나

연령대가 다양한 사람들, 그것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모여 분위기가 이렇게 좋긴 힘든데. 맛있는 안주와 술은 무진장 나오고 있을 뿐이고, 재미난 얘기들을 하면서 깔깔 웃고 있을 뿐이고, 난 엄마 보... 아 이건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

 

여기엔 꼭 밥을 비벼야 한다. 그거슨 캠퍼의 의무! ⓒ미르바나

 

사림동형님과 커피향기 누님. 두 분 다 엄청난 동안이시다. ⓒ미르바나

가을볕이 무섭다더니 낮에 걸었다고 얼굴이 좀 탔네. ㅎㅎ

 

뭐가 그렇게 잼나유? 콩이맘누님과 바깥지기님 ⓒ미르바나

 

둘째는할매랑님 ⓒ미르바나

 

아니 이게 뭐하시는 건가요? ㅋ 번개 주최자 포토박스형님과 안지기님 ⓒ미르바나

 

밥문나칭구야랑 안지기 설이님 ⓒ미르바나

칭구야는 나랑 동갑인데 설이님이 너무 동안이라 첨엔 큰 딸인 줄 알았다는. ㅡㅅ-

 

모닥불은 타오르고 밤은 깊어만 간다. ⓒ미르바나

아이들을 재워야 하는 분들은 먼저들 들어가시고, 밤늦게 떠드는 것은 다른 분들에게 민폐라서 자리를 대충 정리하고 정예멤버(?)들만 커피향기누님 텐트로 모여들었다.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ㅋㅋㅋㅋㅋㅋㅋ

 

날이 쌀쌀해지면 역시 이거! ⓒ커피향기

 

난 뭐가 그리 재미나서 바보같이 웃고 있지? ㅋ 콩딸기님 두루치기 잘 먹었어요. ⓒ커피향기

 

사림동형님은 과음으로 전사. ㅡㅅ- ⓒ미르바나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면서 술을 더 먹다가 3시쯤 되어서 텐트로 기어들어간 듯. 다른 분들은 더 늦게까지 드셨다고? ㄷㄷㄷ

 

아침을 먹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커피향기

일어나보니 9시가 넘었다. 어제 좀 걸었더니 피곤했던 모양. 부시시한 머리를 하고 커피향기누님 텐트로 갔더니 벌써 밥하고 시락국을 끓여두셨다. 아니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나신거에요? 누님 덕분에 아침 든든하게 잘 먹었어유. 뭘로 보답을 하지? ㅎㅎ

 

아침 먹었으니 또 한 잔 해야지? 술은 낮술이 최고여! ㄷㄷㄷ ⓒ커피향기

아침을 해결하고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다시 모이기 시작. 전을 부치고 막걸리에 맥주에 부어라 마셔라. 이러다가 정말 부모도 못알아보겄슈. ㅎㄷㄷ 미야님과 이회장모친님이 새로 오셨다. 또 다시 계속되는 왁자한 분위기. ㅎㅎ

 

해장에는 김치전! (읭?) ⓒ미르바나

내일은 비소식이 있다하여 오늘 가기로 계획을 했기 때문에 철수 준비를 했다. 짐을 다 챙겨놓고 다시 앉아서 포토박스형님 딸이 총각을 위해 만들었다는 떡볶이도 먹고, 떠들고 놀다보니 이러다간 오늘도 여기 주저앉게 될 듯. ㅋㅋㅋㅋㅋㅋㅋ

떨어지지 않는 엉덩이를 억지로 의자에서 떨어뜨리고... 집으로... 덕분에 정말 잘먹고 재미나게 놀았어유. 담에 또 봐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