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Prologue

나를 김해공항으로 데려다 줄 6시 버스

제주도로 떠나기 전날, 빠진 것이 없는지 짐을 다시 한 번 꾸리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8시 35분 비행기라 1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려면 최소한 6시 반 버스를 타야했기 때문에, 4시 반에 일어나 행여 방돌이가 깰까 조심스레 씻고 짐을 들고 나와서 택시를 탔다. 태화로터리에 도착했더니 버스가 출발. ㅡㅅ- 6시 출발할 버스가 바로 도착해서 정류장에 섰다. 짐칸에 배낭을 싣고 담배를 한 대 피워물고. 생각보단 떨리지 않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버스는 조금 기다리다가 정확히 6시에 출발. 시간이 이른지 자리는 꽤 비어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보면서 공항으로 ㄱㄱ

 

중간 과정 생략하고 공항 도착

공항까지는 채 한 시간 안걸린 듯? 밖은 벌써 후덥지근하다. 버스에서 짐을 내리고 담배를 한 대 피워물었다.

 

오렌지색의 제주항공 부스

예약 내역을 들고 제주항공 부스에 갔는데 5분만 기다려달란다. 기다리면서 사진 한 장 찍어주고. 5분 조금 더 지나서 표를 끊고 배낭을 맡겼다. 옆에 있던 커피점에서 맛대가리 없는 햄버거랑 커피 한 잔을 밀어넣고 탑승구로 향했다.

 

나를 제주도에 데려갈 비행기. 요거 말고 저기 저 멀리 오렌지색 꼬리 날개. ㅋ

 

비행기표까지 오렌지색이다.

너무 일찍 들어왔나? 시간이 한 20분 남았네. 사진도 몇 장 찍고, 준비만 해놓고 읽어보지도 못한 올레 코스 안내를 읽다보니 탑승을 시작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줄을 서서 표를 보여주고 비행기를 타러 갔는데... 읭? 비행기가 아니고 계단으로 간다?

 

버스타고 제주도 갈 기세.jpg

싸구려 항공이라 비행기 바로 안태워주고 버스타고 가는고야? 근데 별로 싸지도 않드만. 왕복 15만원이 어디가 저가임?

 

이건 초큼 저렴한 느낌이긴 하다.

 

젠장! 창가도 아니고 더군다나 옆엔 커플이!

받을 돈 다 받고 비행기는 저렴하든 아니든, 창가 자리든 아니든, 옆에 커플이 앉았든 아니든 날아가는데는 지장 없더라. 중간에 오렌지 주스 한 잔 마셔주는 사이에 비행기는 슬슬 제주 공항에 착륙하고 있었다.

 

너무 쉽게 도착한거 아냐?

야자수만 아니면 여기가 제주도인지 아닌지 잘 모를 정도. 짐을 찾고, 지도를 하나 얻고, 2층인지 3층인지에 있는 이스타 항공 부스에 가서 올레 패스포트를 구입. 만 오천냥. 이게 있으면 숙소 등등을 할인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제주도 있는 동안 그래본 기억은 없다. 그냥 올레 코스 돌면서 시작, 중간, 종점에서 꾸준히 도장 찍는 용도로만 사용. 제주 시외 터미널로 가기 위해 100번 버스를 탔다.

 

터미널 옆의 기념물? 어떤 의미인지는 잘.

제주도에서는 KB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티머니 카드를 하나 사려고 하다가 카드값만 4천원이라길래 미련없이 포기.

 

동일주 버스. 근데 너도 오렌지색이네. 제주항공이랑은 무슨 관계야?

숙소가 있는 온평 초등학교까지는 3천원이란다. 시외버스는 거리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받으니 버스를 타면서 꼭 기사 아저씨한테 목적지를 얘기하고 타야 한다. 동일주 버스는 제주시에서 성산, 표선을 거쳐 서귀포시까지 간다. 어디선가 읽은 대로 항상 바다가 보이는 왼쪽 자리에 앉았다.

 

이제야 제주도에 있다는 실감이 난다.

 

그래! 정말 제주도에 온거야!

 

전깃줄이 아쉽네. 땅속에 파묻으면 안되는거야?

 

하늘이 정말 좋다.

제주도의 하늘과 바다에 감탄하며 연신 셔터를 누르는 사이에 버스는 목적지인 온평 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처음 4일간은 둥지황토마을에 묵을 예정. 1코스 시작은 온평 초등학교 가기 전에 시흥 초등학교에서 내려야 하지만 짐이 가득 든 배낭과 삼각대를 들고 코스를 돌 수는 없어서 숙소에 맡겨두고 갈 생각이었다. 둥지는 버스 정류장에서 꽤 들어가야 하는터라 픽업을 해달라고 전화를 걸고는 담배를 한 대 피워물었다. 잠시 후 고부장님이 스타렉스를 몰고 등장.

 

4일간 머무르게 될 둥지황토마을

숙소에 도착하여 짐이 가득 든 배낭을 방에 내려놓고, 카메라 렌즈와 지도가 들어있는 가벼운 색을 어깨에 메고. 1코스 가는 버스를 타러 나가야 하나 생각하는 참에 애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이 도착. 인원이 많으니 1코스 시작점까지 픽업해 주신단다. 12시 조금 넘은 시각. 이제 시작인가?

※ 동일주 버스를 서일주 버스로 착각했네요. 내용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