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3코스

둘레길 3코스의 시작지점, 인월에 위치한 지리산길 안내센터 주차장

부서 산악회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지리산 둘레길 3코스에 다녀왔다. 3코스는 인월-금계 구간으로 19.3km 구간. 산악회 총무님이 뒤늦게 노총각 탈출을 하느라 나에게 코스 선택을 맡기셔서 내가 직접 고른 구간이다. 둘레길은 5코스까지 있는데 둘레길 홈페이지에 들러 이리저리 살펴본 결과 그나마 나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다른 코스는 생각보다 별로 볼 것이 없더라는.

 

지리산길 안내센터, 8시도 안된 이른 시각이라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다.

거리가 거리인 만큼 하루 종일 걸어야 하기 때문에 다들 새벽에 출발했다. 도중에 휴게소에 들러 아침을 먹고 모이기로 한 장소에 모인 시각은 8시 조금 안된 시각. 울산, 부산, 목포에서 모인 사람들이 얼추 30명 가까이 되었다.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가 있어서 그런지 날씨가 많이 흐렸다.

 

슬슬 시작해볼까?

둘레길은 올레길과 마찬가지로 시골 마을들을 지나는 길이다. 집집마다 장작이 쌓여 있고, 옆에 있는 밭에는 옥수수, 고추 등등의 농작물이 그득했다. 전날 비가 왔기 때문인지 싱그러운 푸른 잎들에는 이슬이 가득 맺혀 있었다. 흐리니까 선선해서 걷기 좋다.

 

아침 이슬이 싱그러운 장미꽃들, 어떤 집 담장에서

아침이라 그런지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한적한 길을 걷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여름 휴가 때 종주할 예정인 올레길의 연습도 겸하고 있는터라 천천히 걸으면서 사진도 좀 찍고, 생각도 좀 하고 싶었는데... 뭐 일행들이 있으니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잖아? 일단 걸어보자구.

 

경치 좋구나. 숲이 우거지고 옆에는 개울이 흐르고. 저런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고민이 있겠지?

 

아침이라 한적한 시골길, 끝도 없이 펼쳐진 것 같은 이런 길 너무 마음에 든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접어드니 한적한 시골길이 나왔다. 길가에 핀 들꽃들, 풀들이 모두 이슬을 머금고 있는 그런 길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걷는 흙길

 

중간중간 나오는 이정표, 우리는 무조건 빨간 화살표만 따라가면 된다.

 

강 옆으로 나란히 난 길

 

꽃 그림이 가득한 벽화, 중군 마을

길을 따라 몇 킬로 미터를 걷다보니 중군 마을에 도착. 꽃 그림이 가득한 벽화가 우리를 반겨준다. 여기까진 이렇다할 경사도 없고, 날씨도 약간 흐릿해서 걷기 딱 좋았다. 사진에 있는 집의 왼쪽으로 돌면 다랭이 논이 나오면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처마 밑에서 옥수수를 말리고 있다. 근데 옥수수 원래 말려야 하는거야?

 

길이 헷갈릴 땐 무조건 빨간 화살표를 찾자.

 

다랭이 논, 다락 논이라고도 하는 것 같던데

 

뉘집 딸, 아니 길인지 길 참 이쁘게 났다. 전봇대가 좀 거슬리긴 하지만.

여기서부터 슬슬 고생길 시작. 경사가 갑자기 급해지면서 다들 할딱거리기 시작. ㅎㅎ

 

힘들어도 사진은 찍어야지. 가을에 노랗게 물들면 볼만할 듯.

 

처음엔 반대방향으로 붙어 있었던 듯? 코스가 바뀌었나?

 

개망초, 일명 계란꽃. 3코스 초입에서부터 쉽게 볼 수 있다.

 

멀리서 볼 땐 뭔지 잘 몰랐는데 가까이 가보니 벌을 치고 있네.

여기를 지나서 조금만 더 가면 첫번째 주막이 나온다.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주저 앉아 막걸리 한 사발씩. ㅎㅎ 우리가 가져온 막걸리랑 안주가 있어서 여기서 조금만 팔아주고 우리가 가져온 것을 먹으려고 했는데 다들 한잔씩 먹다보니 생각보다 막걸리 좀 팔아준 듯?

이 길로 들어서기 전에, 그러니까 마을을 지난지 얼마 안된 곳에서 길이 양갈래로 갈렸다. 이정표를 보니 양쪽 다 빨간 화살표가? 어쩌라고?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무슨 절로 향하는 약간 내리막이 있었고, 한눈에도 오르막으로 보이는 길이 있었는데 우리는 짧게 바짝 올라가자고 오른쪽 길을 택했다. 주막 할머니가 말씀하시기를 그 길은 처음엔 내리막 같아도 나중엔 훨씬 힘든 길이라고. 우리 잘한겨? ㅋㅋ

 

아침 이슬이 송글송글

 

월리를 찾아라? 저기 다소곳이 앉아 있는 참이슬 두꺼비가 보이는가?

주막이 뜨문뜨문 있을 줄 알았는데 첫 주막 지난지 얼마나 됐다고 주막이 또 있다. 아까보다 널찍하고. 아주머니가 막걸리 한 잔 하고 가라는걸 요 앞에서 마시고 오는 길이라니까 다음에 올 땐 꼭 이리로 오라신다. 다음엔 꼭 이리 올게요.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날이 개기 시작해서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 전깃줄 미워 ㅜㅜ

이 사진을 찍은 곳이 어딘지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두 번째 주막을 지난 직후인 것 같다. 왜냐하면 이 길을 지나 나오는 계곡에서 더 좋은 주막이 기다리고 있더라고. ㅋ 계곡 이름이 수성대였던가? 할아버지 할머님이 하고 계셨는데 한 잔 하고 가라시는걸 앞에서 마시고 왔다고 그냥 갈랬더니 먼저 와 있던 아줌마들이 여기 정말 맛있다고 거의 끌어 앉히다시피. ㅎㅎ 아닌게 아니라 배추전이 정말 맛있었다. 계곡이라 시원하고 물도 졸졸 흐르고, 못 이기는척 주저 앉아서 또 한 잔. 그게 이런 여행의 매력 아닌가? ㅎㅎ

 

경치 좋고~ 근데 좀 덥다. ㅡㅅ-

수성대를 지나 산길을 좀 더 걷다보면 배너미재라는 고개가 나온다. 산에 왠 배 이야긴가 싶기도 하지만 배너미재를 넘어서면 긴 내리막길의 시작이다. 바람직한 내리막길. ㅎㅎ

 

저기가 장항 마을일 듯. 왜냐하면...

 

당산 나무가 있으니까! ㅋㅋㅋㅋㅋ

나무가 보기보다 상당히 크고 오래된 나무인데도 풍채가 당당했다. 하긴 그러니까 당산 나무겠지? 매년 제사도 지낸다고 하는데 우연히 왔다가 그걸 보게되는 행운 같은건 있을리 없고. ㅎ 이제 슬슬 절반 정도 온건가? 느낌상으로는 1/3 정도 되는 것 같다.

 

길가에서 오디를 따먹었더니 손바닥이 ㅋㅋ

 

길 양쪽으로 솟대들이 멋드러지게 서있다. 근데 저거 살아있는 나무 같은데. ㅡㅅ-;

 

요거이 보리수, 일명 파리똥이라고도. 길 가다가 먹는게 보이면 그저 쳐묵쳐묵. ㅋㅋ

 

약한 오르막길이 계속. 날이 개어버려서 땀이 제법 난다. 더워라~

 

직접 볼 땐 멋졌는데 내공이 저질이라 사진은 그닥이네. 갈림길에서 일행들을 기다리면서. 근데 저쪽으로 가면 안된다능.

 

내리막길에 접어드니 다시 다랭이 논이 나오기 시작. 여기 다랭이 논이 훨씬 크고 멋있다.

 

이거 가을에 노랗게 물들면 정말 볼만하겠는데?

이 근처에 주막이 있어서 잠깐 쉬었다. 막걸리는 안 먹고, 옆에서 설문조사를 하던데 문항이 꽤 많고 길었다. 그래서 설문지 하나를 갖고 돌아가면서 작성하기 시작. ㅋㅋ 마지막은 나한테 돌아왔는데 질문이... 질문이... "당신 가족의 한 달 총 수입은 얼마나 됩니까?" 여기서 솔로의 가슴을 후벼파는 설문지를 만날 줄이야. 이런 설문 좋지 않아. ㅡㅅ-

어쨌든 마지막 너댓 개의 설문에 답을 쓰고 돌려줬더니 답례라면서 손수건을 주네? ㅋㅋㅋㅋㅋ 손수건 하나에 분노가 가라 앉는 나는야 저렴한 남자. 어쨌든 설문 작성하고 손수건도 얻었으니 다시 ㄱㄱ (읭?)

 

이런 멋들어진 길도 지나 주시고

 

이런 풍경을 어디서 보겠어. 창원마을

여기였던가? 마을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플랭카드가 한 장 걸려 있었다. 주민들의 민원으로 마을을 지나가는 길을 폐쇄하니까 소방도로로 우회하라는 내용이었다. 여기 사는 주민들이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를 봤으니 민원을 냈겠지. 근데 소방도로가 멀리 빙둘러가는 길인데다가 완전 오르막, 거기에 더해서 콘크리트 포장이었다. 자연스레 일행들 입이 튀어나올 수 밖에 없었고 그날 저녁먹는 내내 그런 코스를 골랐다고 귀가 따갑게 까였다. 나도 몰랐다구요. ㅡㅅ-

여기 당산 나무가 있는 쉼터는 정말 좋았다. 나무가 우거져서 그늘도 있었고. 나무 의자에 그네에. 다들 거의 다 온 줄 알고 편안히 앉아서 쉬고 있었는데 버스를 타는 금계마을까지는 40분은 더 가야 한다는 말에 실망. ㅎ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꽤 먼 거리를 걸어왔고 날이 개서 햇볕이 쨍쨍 내리 쬐는데 40분을 더 걷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 게다가 버스 시간까지 달랑달랑.

 

여기가 넘어갈 때 하늘만 보인다는 무슨 고개였는데... 모르고 다 올라와서 찍어버렸다.

 

맑은 하늘이면 정말 상쾌할 것 같은 길이지만... 뭐 이건 이것 나름대로 나쁘지 않네.

여기서부턴 그닥 눈에 띄는 장소는 없었다. 버스 시간도 달랑달랑해서 후닥닥닥 가느라. ㅎㅎ 결국 막판엔 거의 뛰다시피해서 버스를 잡았는데 그 버스가 인월가는 버스라더니 아니란다. 한 1, 20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결국엔 뒤쳐진 일행들도 다 같이 버스에 타고 지리산 일성콘도로 ㄱㄱ 운전자들은 아침에 차를 세워둔 인월의 지리산길 탐방센터까지 가서 차를 가지고 일성콘도로 돌아왔다. 차를 타고 가니까 이렇게 빠른데 걸어가니 하루 종일이구나.

원래는 일성콘도가서 다들 사우나를 하기로 했는데 콘도 도착해보니 사우나는 운영을 안한단다. 시설도 관리를 안하는지 낡고 지저분했고. 지리산 근처에 다른 콘도들이 별로 없으니 배짱 장사를 하는 것 같아서 그닥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샤워 대충하고 고기굽고 술마시면서 뒷풀이를 했는데, 오늘 코스가 너무 길었다면서 특히 창원마을 소방도로 돌아가는 부분에 대해서 얘기가 나와서 마음도 편치 않았고. 저도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하면 대충들 하고 그만해야지 먹는 내내 까대는건 좀. 이러면 누가 다음에 코스 고르고 싶겠나? 다들 한마디씩 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마지막에 차례가 돌아와서 그래도 한마디 하려고 했더니 여사원이랑 같이 해야한다면서 노총각노총각하길래 할말 없다고 앉아버렸다. 나야 노총각이니까 그렇다 치고 그 여사원 기분나빴을 건 생각들 못하는건지. 기분이 나쁘니 당연히 저녁밥도 패스. 실수할까봐 술도 마시는둥 마는둥하다가 뒷풀이를 파하고 누워버렸다.

 

다음날 아침, 콘도에서 바라본 풍경

아침 일찍 일어났더니 몸이 조금 쑤시는 것도 같고. ㅎ 창밖을 바라보니 안개가 그윽한 풍경이 멋져서 몇 장 담았는데 역시 바닥 내공이. ㅡㅅ-

 

개울이 참 시원해보였는데, 가까이 가보면 물은 지저분하다고. ㅡㅅ-;

아침을 국과 라면을 끓여 해결하고 산더미같은 설겆이를 마친 후에 짐들을 챙겨 차에 실었다. 오늘은 쌍계사에 들렀다가 하동에서 유명하다는 재첩국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울산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여기서 쌍계사를 가려면 차를 몰고 지리산을 넘어가야 한다. 전에 지리산 종주할 때 택시를 타고 성삼재까지 가본 경험으로는 구불구불한 길이 꽤나 길게 이어졌던 기억이. 어쨌든 ㄱㄱ

 

구름에 둘러쌓인 지리산, 성삼재를 지나 어떤 휴게소에서

오르막 운전은 그래도 괜찮았는데 내리막길은 장난이 아니네. 구름 때문에 시야도 좋지 않아서 저단 기어를 넣고 가능한한 엔진브레이크를 쓰며 내려왔는데 그래도 브레이크를 안밟을 수는 없어서 나중에 라이닝 타는 냄새가. ㅎㄷㄷ 지리산을 다 내려와서 쌍계사로 향하다가 맨 앞차가 길을 잘못 들어서 오던 길을 되짚어 내려왔다. 갓길에 차를 잠깐 세우고 쌍계사 대신에 화개장터에 가보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 화개장터로 ㄱㄱ

 

생각했던거랑은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화개장터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화개장터에 도착했다. 장터 한가운데에 누각과 기념비가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장터들과 그닥 다른 것 같지는 않은 느낌. 사방에서 아줌마들이 동동주 한 사발하고 가라고 시끄럽게 외치는 통에 구경은 뒷전. 일단 동동주는 먹어줘야지?

 

오디가 요기 잉네?

 

빙어 튀김에 동동주 한 사발 걸쳐주고~

 

그래도 유명하다는 화개장터 구경도 좀 해주시고~

 

참게님들. 요분들이 양식이 안돼서 몸값이 장난이 아니시라고.

 

매실이 그득~

 

별별 희한한걸 다 차로 마시는구나.

 

여기서 다들 이것저것 구입. 이 아주머니 오늘 대박나셨네. ㅋ

 

나는 아무것도 안샀는데 회비로 사서 하나 받은 기념품. 기침에 좋단다.

 

죽순주랑 매실주, 죽순주는 무슨 맛일까 궁금도 하지만 양이 엄청 많네. 저걸 누가 사가긴 하나?

 

이건 무슨 꽃이지? 예뻐서 담긴 했는데. ㅡㅅ-a

장터 구경을 끝내고 유명하다는 재첩국집으로 이동. 재첩 비빔밥을 시키면 재첩국도 나온다길래 한그릇씩 맛있게 먹어주고. 이젠 집으로. 어르신들 차를 먼저 다 보내고 마지막으로 차를 몰고 울산으로 향했다. 창원마을의 다랭이 논은 나중에 노랗게 물들면 다시 보러 오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