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이랬던 우리 아이가...

 

이렇게 달라졌어요.

몇 달 전부터 HDTV 녹화를 하고 인코딩을 할 일이 잦아졌다. 명색이 듀얼 코어 CPU인데도 녹화를 하는 동안에 무거운 작업을 하면 녹화된 동영상에 잔상이 생기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컴퓨터가 전체적으로 무거워져서 녹화를 하는 도중에는 아무런 다른 작업을 하지 않았다.

인코딩을 할 때는 더 심했다. 파일 하나에 기본적으로 30분 이상, 도중에 뭔가 다른 작업을 하기라도 하면 4, 50분으로 작업 시간이 늘어났고 다른 작업을 하기 힘들 정도로 컴퓨터가 버벅거렸다. 아무리 CPU가 몇 년 전 물건이라지만 이거 그래도 듀얼 코어인데 너무한 거 아냐? 하루에 최소한 두 개씩 인코딩을 해야 하는데 이래서는 컴퓨터를 못 쓰는 시간이 최소 한 시간에서 두 시간. ㅡㅅ-

그래도 요즘엔 컴퓨터로 하는 일이 간단한 웹 서핑이나 TV 시청 정도라서 그럭저럭 불편해도 참을 수 있었는데, 이런저런 일 때문에 일주일 동안 인코딩을 못했다가 한 번에 하려니... 30분만 잡아도 30분 x 2개 x 5일 = 300분 = 5시간... 인코딩 걸어두고 잘까하다가 예민한척 구는 방돌 영감탱이 때문에 인코딩이 끝나길 기다렸더니 새벽 3시... 조금 있으면 해뜨겠네. 이건 아니쥐.

 

세종대왕님 열 네 분에 중고로 모셔온 쿼드 코어 CPU. 왠지 광채가 나는 것 같지 않은가? ㅋㅋ

지금까지 쓰던 CPU는 세종대왕 열 일곱 분과 퇴계 이황 한 분을 모시고 2006년 말에 구입했었다. 당시만 해도 쿼드 코어라는 것은 세종대왕 오십 분으로도 어림 없던 시절. 요즘엔 세종대왕 열 일곱 분 정도면 충분히 쿼드 코어를 새 것으로 구입할 수 있다. 세상 많이 좋아졌네. 그러나 내가 누군가? 중고의 달인! 중달 아닌가? ㅋㅋ CPU는 오래 쓴다고 닳는 것도 아니니까. 게다가 전에 쓰던 사람이 2주도 안쓰고 파는 물건이라. ㅎㅎ 3년 반동안 고생한 듀얼 코어는 요즘 시세가 신사임당 한 분 더하기 세종대왕 한 분 정도. 난 돈을 아껴서 좋고, 세종대왕님과 신사임당님은 커플이 되어 좋고. (읭?)

물건을 받자마자 잽싸게 교체하고 오늘분의 동영상 인코딩을 시작했다. 여전히 무겁다. 게다가 걸린 시간이... 26분? 겨우 4분 차이야? 이거 왠지 경제 살린다는 말 믿고 찍어줬다 뒤통수 맞은 기분이네. ㅡㅅ- 이유가 뭘까?

곰곰 생각해보니 지금 쓰는 프로그램이 듀얼이나 쿼드 코어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것 같다. 이리저리 알아봐서 프로그램을 바꾸고 다시 돌려본 결과는 16분! 인코딩 작업을 하고 있어도 컴퓨터가 전혀 무겁지 않다. 덤으로 전에는 인코딩 되지 않던 파일들도 다 인코딩이 된다. 올레~

 

쿼드 코어의 위엄. 지금까지 밀렸던 동영상들을 인코딩 하면서 TV도 틀어두고 뽀샵질해가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전설의 명기라 불렸던 Q6600과 그 왕좌를 뺏으려는 Q8300. 둘 다 쿼드코어에 성능도 엇비슷하다. Q6600은 L2 캐시가 크고, Q8300은 FSB가 크다. 오버 성능도 막상막하에 중고 값도 비슷해서 고민했지만 결국 저전력 Q8300을 택했다. 저전력이라 파워에 부담도 덜하고 쿨링 팬 속도를 높이지 않아도 되니까. 중고가 거의 없어서 며칠 걸리긴 했지만... 만족만족.

 

3년 반 동안 고생 많았어. 이젠 새로운 주인에게로 가렴.

쓰던 듀얼 코어는 그 동안 고이 보관하던 박스에 잘 포장해두었다. 조만간 중고 장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