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 4차 도면

배치도 ⓒ땅콩집

처음으로 배치도를 받았다. 2차 도면에서 화장실 관련한 문제점을 보냈는데 화장실 배치를 수정하면서 도면을 전반적으로 손을 본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평면이 낯설다. 평면이 뭔가 바뀐 것이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그건 1층 평면도에서 보기로 하고. 그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집의 배치가 그동안 생각하던 것과 달리 땅의 한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한쪽으로 쏠렸다는 점이다. 이유가 뭐지? 왜 한쪽으로 쏠린거지?


1층 ⓒ땅콩집

화장실이 90도 돌아갔고... 현관도 바뀌었고... 주방의 아일랜드 식탁이 ㄷ자가 되었고... 다용도실과 화장실이 바뀌면서 거실의 형태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건 너무 바뀌어서 당황스럽다. 한 달 동안 보면서 수정한 도면에서 너무 많이 달라져서 무엇부터 얘기해야 할지 너무 혼란스럽다. 이건 화장실을 수정하면서 1, 2층의 구획을 전반적으로 정리한 수준이 아니라 완전 새로 그린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도면을 자세히 보니 2층의 벽에서 오는 하중을 받아주기 위해서 1층의 다용도실과 화장실 벽을 2층 벽과 일치시키려는 의도로 작업을 한 것 같다. 어떤 생각인지는 잘 알겠는데 그러다보니 거실 모양이 너무 이상해져 버렸다.


2층 ⓒ땅콩집

화장실을 90도 돌리면서 부부침실에 있던 붙박이장이 없어져버렸다. 부부침실에 붙어 있는 붙박이장을 쓰면서 드레스룸은 가족 모두가 사용하려는 내 의도가 물거품이 됐음은 물론이다. 구조상 불가하다던 미닫이 문은 한쪽만 미닫이 문이고 다른 한 쪽은 여전히 그대로다. 철제 포켓을 넣는 것은 나무로 된 구조에 이질적인 재질을 넣는 것이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설명과 함께. 신중한 것은 좋지만 내 의도는 미닫이 문으로 통일하자는 거였지 하나는 미닫이 문으로 하고 하나는 여닫이 문으로 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이럴 바엔 그냥 놔두는 것이 좋았을 것 같은데? 가운데 방은 서재가 아니라 방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재로 되어 있고, 한 술 더 떠 책을 보는 공간에 너무 큰 창은 불편하다며 작은 창 두 개로 바뀌어 있다. ㅡㅅ- 이봐요. 제가 한 코멘트를 보기는 하는겁니까? 이쯤 되면 막가자는거지요? 당황스러운 것도 당황스러운 거지만 건축주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바꿔놓은 것이 기분 나쁘다.

물론 설계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설계자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일부분을 수정한 것도 아니고 전면적으로 바꿀 때에는 한 번쯤은 건축주의 의사도 물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건축주도 나름 생각이 있단 말이다. 한 달 동안 수정해온 도면에 근본적인 문제(화장실 문제)가 있었다는 것도 어이가 없지만 그래도 한 달 동안 수정해온 도면을 이렇게 한 번에 바꾸는 것은 더 어이가 없다. 한 달 동안 난 뭘한건데?


3층 ⓒ땅콩집

다락에 못 보던 것이 생겼다. 천장꺾임선? 천장이 왜 꺾여야 한단 말인가?


입면도 ⓒ땅콩집

어? 천장이 꺾인 것은 아무래도 일조권 때문인 듯 하다. 그런데 북쪽도 아니고 동쪽에 일조권이 있다?


1번에 일조권이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2번에도?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건물을 정북방향 인접대지에서 일정 거리만큼 이격하도록 되어 있다. 정북방향이라... 내 땅은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동쪽으로 30도 정도 돌아가 있다. 나는 1번만 정북방향 인접대지로 생각했는데 2번도 정북방향에 있다는 것인가?


역시 구글신!

한참 동안 네이버를 검색해봤으나 쓸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구글로 검색했더니 금방 위와 같은 민원을 찾을 수 있었다. 내 땅은 동쪽으로 30도 돌아가 있는데 위의 민원에서의 땅은 서쪽으로 30도 돌아가 있다. 그러나 요점은 동일. 땅이 돌아가 있는 경우에는 북쪽으로 인접하는 대지는 모두 정북방향 인접대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긴 1번만 정북방향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일관성이 없긴 하다. 몇 도나 돌아가야 2번도 정북방향으로 인정한단 말인가?


1, 2번 땅이 모두 정북방향 인접대지일 때 1층이 놓일 수 있는 범위

이제서야 배치도가 이해가 된다. 그리고 천장이 깎일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이거 꽤나 손해가 큰 걸. ㅡㅅ-

천장이 깎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여전히 3차 도면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지 않아도 모자란 시간에 처음부터 평면을 다시 검토할 시간은 없다. 3차 도면의 배치는 틀림없이 최소한의 비용을 생각하고 거기에 맞게끔 벽을 배치했음에 틀림이 없다. 2층 벽의 하중을 1층에서 벽으로 받아줄 수 있다면야 구조적으로는 최선의 안이지겠지만 그 때문에 이상해지는 1층 구조는 어떻게 할건데? "다시" 2차 도면으로 돌아가서 그것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가야겠다.

마침 땅콩집의 이한욱 상무님과 최현 과장님이 허사장님과 함께 울산을 방문하시기로 하여 같이 땅을 보고 저녁을 하기로 약속이 되었다. 구조적으로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을 택하여 간단히 평면을 그려서 땅을 보고 난 다음에 커피를 마시면서 설명을 드렸다.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내가 그린 평면대로 가능하다면 그대로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고 목구조에 오랜 경험을 갖고 계신 이한욱 상무님은 가능할 것 같다는 답을 주셨다. 상무님은 조선쪽에 관심이 있으셔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긍정적인 답을 얻었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릴 것으로 기대를 하고. ㅎㅎ


3차원으로 그린 일조권 높이 제한선 ⓒ땅콩집

며칠이 지나 4차 도면을 받았다. 도면 앞에는 일조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그림과 함께 들어 있었다. 무슨 뜻인지는 잘 이해가 되는데 치수는 좀 잘못 되어 있네? 내 땅은 동쪽으로 30도 돌아가 있기 때문에 그림에 있는 1m, 2m 표시는 실제로는 0.5m, 1m가 되어야 맞다. 어쨌거나 그림까지 그려 설명을 해주시니 땡큐! ㅋㅋㅋㅋㅋㅋㅋ


1층 ⓒ땅콩집

내가 그린 평면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이렇다. 화장실 폭이 좁아서 넓혀야 하는데 집의 폭이 고정되어 있으므로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서 화장실 폭을 넓히면서 세면대와 계단을 그만큼 밀어버렸다. 물론 다용도실 폭이 좁아지지만 그것은 뒤로 빼서 해결하였다. 이렇게 하면 거실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넓은 것은 좋다만 거실이 넓어지면서 구조적으로 취약해지는 것은? 기존에는 2층의 방과 복도를 구분하는 가로 벽(도면의 가로 방향)이 내력벽이었는데 그것을 2층의 방과 방을 구분하는 세로 벽(도면의 세로 방향)이 내력벽이 되도록 변경되었다. 그러자니 2층의 내력벽을 지지해줄 구조가 없는 것이 문제가 되어 그 아래에 글루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해결을 보았다. 평면도에 거실을 가로지르는 점선이 2층의 내력벽 하중을 받아주는 글루램이다. 글루램은 여러 겹의 나무를 특별한 방법으로 접착하여 일반적인 목재로는 얻을 수 없는 강도를 갖도록 되어 있어 공학 목재라고도 한다.


2층 ⓒ땅콩집

2층 구조 역시 기본적으로는 화장실을 넓히면서 세면대와 계단을 그만큼 밀어버렸다. 드레스룸이 조금 좁아졌지만 그 정도는 괜찮은 듯. 아울러 2층의 가운데 방을 서재로 쓰기로 하고 3단 미닫이 문을 설치하여 개방감을 주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아이가 자기 방을 갖기 까지는 최소한 10년도 더 걸릴텐데 나중에 방을 주겠다고 쓰지도 않는 방을 만들어놓고 내버려두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가 자기 방을 원할 때까지는 가운데 방을 서재로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그렇게 결정하였다. 2층의 방과 복도를 구분하는 가로 벽이 내력벽이 아니기 때문에 포켓을 설치하여 미닫이 문으로 통일하였다.


3층 ⓒ땅콩집

한쪽 천장이 일조권 때문에 낮아지기 때문에 그것을 보강하기 위하여 기둥이 들어갔다. 이거 어떻게 옮길 순 없나?


지붕 평면도 ⓒ땅콩집

천창이 하나 더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정면도 ⓒ땅콩집

주방 창이 너무 작다. 아일랜드 식탁에 걸릴까봐 걸리지 않게 하려고 평면에 위에만 있는 창문이라고 써놨더니 너무 작게 해놨다. 이건 조금 넓혀야 할 듯. 2층 서재 창은 이삿짐을 나르기 좋도록 다른 방 창보다 크게 되어 있다. 이거 맘에 드네.


배면도 ⓒ땅콩집

계단 밑 창고의 창은 없애는 것이 좋을 듯.


우측면도 ⓒ땅콩집

2층의 부부침실에 창을 하나 추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좌측면도 ⓒ땅콩집

2층의 방과 1층 주방에 창을 하나씩 추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