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차 도면


1층 ⓒ땅콩집

작년에 한참 집을 짓겠다고 설계를 하다가 건축허가가 예정대로 나지 않아 설계를 보류했었다. 된다된다 하던 건축허가는 결국 해를 넘겼고 얼마 전 조건부로 건축허가가 난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설계를 시작하기로 했다. 상황은 작년과 비슷. 장마가 끝나고 착공을 해야하는데 이번엔 10월경까지 완공을 해야하니 더 어렵게 되었다. 설계 담당이 바뀌어 처음 설계를 시작하면서 말씀드렸던 내용을 정리하여 다시 보내드렸고 "다시" 1차 도면을 받았다.

예전 도면에서는 데크가 일부분만 깔려 있던 것을 집 폭에 맞추어 전체적으로 깔기로 했다. 여기까진 문제 없고. 움푹 들어가 있던 현관을 위에 처마를 달고 집 앞벽에 일치시켜(문 여는 방향도 동선을 고려하여 반대로 변경) 현관 공간이 넓어졌다. 근데 내 의도와 달리 현관문 위에만 처마가 달려 있다. 얼마전 77호 집에 구경을 갔었는데 형식적으로 달린 처마는 비가 올 때 무용지물일 것 같아 데크 전체에 처마를 씌우려고 했는데 전달이 잘못 된 듯. 수정해야 할 것 같다. 넓어진 현관 공간에 붙박이장이 그만큼 늘어났는데 너무 깊은 것 같기도 하고. 이건 조금 더 생각해봐야.

1층 화장실은 샤워부스와 욕조를 같이 설치해달라 했더니 반영이 되어 있지 않아 이번에 다시 요청하였다. 2층 화장실과 배치도 다르고 문도 미닫이, 여닫이로 제각각이어서 그 점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미닫이 문의 방음 및 방수 문제는 어떠한지 물어봤는데 답변이 없네? 문은 미닫이로 통일되었고, 배치가 다른 것은 욕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일단 패스.

오븐과 밥솥을 놓는 공간이 어정쩡해서 이것을 없애면서 다용도실을 조금 넓히고 수전을 넣어달라(50호를 참조) 요청했더니 김치 냉장고가 다용도실로 들어가버렸다. 들어간 것 자체는 상관이 없는데 미닫이 문 폭이 애매하다. 미닫이 문은 여닫이 문보다 폭이 좁아서 세탁기라든지 김치 냉장고가 들어가기 애매해지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문이 들어가는 벽에 경사가 있어 자칫하면 김치 냉장고 문이 걸릴 소지도 있다. 이것은 다시 검토해달라고 해야겠네.



2층 ⓒ땅콩집

2층은 부부침실을 옮기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전에는 맨 왼쪽 방이 부부침실이고 드레스룸이 부부침실에 딸려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부부침실과 화장실이 너무 멀다는 말씀을 하셔서 부부침실 위치를 맨 오른쪽 방으로 옮겼다. 옮기고 보니 부부침실엔 붙박이장이 딸려 있어 드레스룸은 가족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입구를 복도쪽으로 변경하였다. 수납 공간이 조금 줄어들긴 하는데 그 정도는 감수할만한 수준이라고 생각. 문은 공간 활용을 생각하여 미닫이 문으로. 아울러 서재(이현욱 소장님이 서재로 정해버린 사실상 방으로 쓸 공간)가 너무 오픈되어 있는 느낌이라 2장 짜리 미닫이 문을 1장 짜리로 변경하였다. 근데 그래놓고 보니 다른 문들은 모두 미닫이 문인데 왼쪽 방과 오른쪽 방만 여닫이 문이다. 이것도 미닫이 문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도어 포켓은? 왼쪽 방 도어 포켓은 드레스룸의 벽을 이용하면 될 것 같고, 오른쪽 방 도어 포켓은 서재의 미닫이 문 위치를 잘 조정하면 서재 벽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을 미닫이 문으로 모두 통일하는 것 까진 좋은데 가운데 방은 양쪽 방 사이에 끼어 있어 창문을 한 면에만 낼 수 있다. 이러면 통풍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복도 쪽 벽에 창을 내려고 해도 도어 포켓이 있어 힘들다. 미닫이 문에 통풍을 위한 창을 내야 할까? 선박의 선실 문에는 창은 아니고 개폐가 가능한 환기용 구멍이 있는데 이런 것이 주택용 문에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울러 개방감(+환기)을 주기 위해 2층의 계단 벽은 트는 것이 좋을 듯. 수직 부재를 이용하되 아이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촘촘하게 한다든지 하면? 일단 2층은 이 정도로.



3층 ⓒ땅콩집

기존에 수납장으로 되어 있던 부분은 경사를 고려하면 수납장으로 쓰기 힘들다고 판단하여 책꽂이로 바꾸고, 다락을 둘로 나누는 벽에 책꽂이를 추가하였다. 몇 집을 돌아보니 다락방이 상당히 더운 편이다. 처마와 용마루에 벤트를 설치하였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설치하였다고 하더라도 천정이 막혀 있어 더운 공기가 벤트로 나갈 통로가 없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메일을 보내면서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담당자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달라 말씀드렸는데 답이 없다(뭐야). 아울러 계약서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김주원 소장님이 맡아주시기로 한 인테리어 설계가 여전히 유효한지 확인을 부탁드렸는데 답이 없다. 이 무렵 김주원 소장님이 인테리어 담당으로 땅콩집에 합류하기로 하였다는 글을 올리셔서 답변은 그것으로 갈음하기로.

아울러 예전에 설계를 시작하면서 이현욱 소장님께 말씀드렸던 몇 가지 내용에 대한 답변이 있었다.

마당에 잔디도 깔고 나무도 심으려면 수도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동파 우려는 없는지? 외부 수전 설치는 가능하며 동파 우려가 있으므로 물을 살짝 틀어놓는다든지 열선을 시공하여 밤에만 가동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에어컨을 나중에 설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미리 배관이 빠져나갈 구멍을 뚫고 마개로 막아두는 것이 가능한지? 완공 후에 배관용 구멍을 뚫으면 외관상 좋지 않던데? 에어컨 배관을 모아 기성품 박스로 벽면에 매립해둘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방마다 인터넷, TV 동축 케이블 라인을 미리 깔아두고 싶은데 케이블 TV를 나중에 설치하려면 벽에 구멍을 뚫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중에 구멍을 뚫으면 역시 외관상 좋지 않으므로 단자함 같은 것을 설치하여 깔끔하게 하고 싶다. 아울러 모든 콘센트는 대기 전력 차단 콘센트로 하고 싶은데 가능한가? 단자함 설치는 가능하며 콘센트는 시공사와 상의하여 선정할 수 있다는 답변.

마당에 있는 데크 바닥에 문을 설치하여 수납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가? 수납 공간을 넣기 위해서는 데크가 바닥에서 50cm 이상 떠 있어야 하는데 기초가 높아지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므로 별도의 상자를 구매하여 마당에 두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 데크가 낮더라도 수납 공간으로 사용할 곳은 바닥을 파서 상자를 매립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 너무 쉽게 가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할 수 있는 생각을 설계하는 분이 못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너무 상식적인 답변이라 살짝 실망이다. 그런 답변을 들으려고 설계비를 지불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건축주가 요청하는 것은 되도록 하려는 방향으로 가야지 하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