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 살아 숨쉬는 안동 여행

안동 관광 지도 ⓒ안동시청

봄이 오니 꽃구경하러 순매원에 갈까 했는데 이번 겨울이 너무 추워 꽃 소식은 아직이라 하여 어딜 갈까 하다가 안동에 가보기로 했다. 근처 예천은 두 세번 갔었는데 안동은 처음이네. ㅎㅎ

 

안동도 식후경

8시에 출발하여 안동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30분 정도. 안동에 왔으니 안동찜닭을 맛봐야 하지 않겠는가? 점심을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아침도 일찍 먹었고, 시간이 더 지나면 사람들이 많아서 자리가 없을 듯 하여 점심을 미리 해결하고 돌아보기로 하였다. 1박 2일에 나와 유명해진 현대찜닭에 가서 공기밥과 함께 찜닭 한 마리를 뚝딱... 할랬는데 양이 많아 조금 남겼다. ㅎㅎ

 

고산정 앞 풍경

고산정이 좋다고 하여 가보려고 하니 거리가 만만치 않다. 하회마을 탈춤 공연이 2시부터라고 하니 2시간 반 정도 남았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여 고산정에 먼저 가보기로. 가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거리가 더 멀다. 그러나 경치는 일품! ㅎㅎ

 

날씨가 너무 좋다.

날씨는 너무 좋았으나 바람이 겁나 불었다는거. ㅡㅅ- 고산정을 풀어 말하면 외로운 산의 정자. 사방에 산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어 조선시대 변변한 이동 수단도 없던 그 시절에 이 깊은 산속까지 들어와 집을 지으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한 곳에서 공부를 하려 이 외딴 곳에 집을 지었다는데 멋진 풍경을 보니 물놀이 하기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ㄷㄷㄷ

여기까지 와서 고산정만 보고 가기엔 아쉬운 생각이 들어 근처에 있는 농암종택에 가보기로 했다. 어부가로 유명한 농암 이현보의 종택이라고 하는데 첩첩산중에 있다고 생각하기 힘든 멋진 저택이었지만 숙박을 위해 빌려주는 방이 많아 자세히 들여다보기엔 조금 무리가 있었다. 잠깐 둘러보고 나오면서 가는 길에는 도산서원에 들러보기로.

 

퇴계 이황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도산서원

도산서원에 가려다가 잘못하여 퇴계종택에 가게 되었다. 농암종택에 비하면 규모가 조금 작고 소박한 맛이 있었으나 역시 가정집 겸 숙박을 위해 빌려주는 용도라서 한 번 둘러만 보고 다시 도산서원으로 왔다.

도산서원 주차요금은 2천원. 입장료 성인 1명당 2천원. 매표소에서 도산서원으로 오는 길 옆으로 줄줄이 늘어선 나무와 흐르는 강이 인상적이다. 날씨가 추워 그런지 사람도 많지 않아 호젓한 분위기를 느끼기 좋았다.

 

도산서당

퇴계 이황이 직접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으로 도산서원에 있는 건물 중 가장 오래 되었다고. 직접 설계한 건물이라고 하니 옛날 사람들은 한자 공부만 한 것이 아니라 집도 직접 설계할만큼 박학다식했구나 싶다.

 

도산서원 현판이 멋드러진 전교당

원장실과 강당으로 구성된 본채라고 보면 되겠다. 현판 글씨가 멋지다 싶었는데 명필 한석봉의 글씨라고. ㄷㄷㄷ

 

도산서원을 나서면서

나가는 길에 오른편에 있는 옥진각에 들러 퇴계 선생이 생전 쓰시던 유물들을 모아둔 전시관을 구경하였다.

 

시사단

도산서원 건너편에 있는 시사단. 자그마한 건물이 하나 있는데 무슨 건물이길래 저렇게 만들어놓았나 했더니 옛날에 과거 시험을 치던 곳인데 안동댐을 건설하면서 수몰되지 않도록 10미터 축대를 세우고 그 위에 옮겨 지었단다. 돌아가는 물굽이가 참 멋지구만. 예천의 회룡포도 물굽이로 유명하지만 근처 안동에도 물굽이가 돌아가는 곳이 몇 군데 있다. 나중에 가볼 하회마을도 물굽이가 마을을 돌아나가는 형태로 되어 있으며 하회라는 이름도 거기에서 연유되었다.

 

하회마을 전경

한참을 운전하여 하회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경. 탈춤 공연은 물건너 갔지만 이런 날씨에 야외 공연을 구경하는 것도 곤욕이었을거라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마을 구경하러. ㅋㅋㅋㅋㅋㅋㅋ 처음 주차장에 주차하고 보니 온통 음식점 뿐이라 어디로 가야 하나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매표소 표지판을 발견하여 표를 사러 갔다. 표를 사고 들어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던터라 편도 500원의 버스비를 내고 하회마을 입구에 도착.

 

한옥 골조는 처음 본다.

초가집도 저렇게 나무로 뼈대를 세우고 만드는건가? 집을 짓는 입장에선 신기한 구경이다. ㅎㅎ

 

충효당

서애 류성룡의 종택이다. 오늘 교과서나 위인전에서만 보던 사람들이 살던 집을 많이 보네. 안동에 정말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살았었구나. 정말 몰랐다.

 

충효당의 뒤편

녹음이 우거지는 계절에 보면 더 멋있을 것 같다.

 

충효당 뒤편의 영모각에서 서애 선생의 유물을 관람하고 나오면서

유물을 관람하면서 두 가지를 느꼈다. 서애 선생은 발이 참 컸구나 하고. ㅋㅋㅋㅋㅋㅋㅋ 신발 사이즈가 350은 되어 보였다. 그리고 몇 백년 동안 유물을 잘 간직한 후손들도 대단하다는 것. 세월의 흔적이 남아 다소 해진 물건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수백년이 지났는데도 조상의 물건을 보관하고 있다는 것은 역시 대단.

 

으리으리한 기와집도 많지만 이런 초가집도 많다.

하회마을은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아무 집에나 불쑥불쑥 들어가면 곤란하다. 하회마을에 가면 부용대에 꼭 올라가 마을 전경을 찍어보려고 했는데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라 다음을 기약하고. 나오는 길에 하회탈 박물관이 있던데 입장료까지 내면서 볼 것이 있을까 싶어 패스하고 병산서원으로.

 

병산서원 앞 풍경

 

만대루

입구에 커다란 누각이 있다. 누각 밑을 지나 본채로 들어가는 특이한 구조.

 

여름에 여기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정말 좋을 듯

 

멋지구만.

이런 건물을 보면 나도 어서 집을 짓고 싶어진다. 툇마루는 없겠지만 대신 데크를 만들어야지. ㅎㅎ

 

천등산 봉정사 입구

마지막으로 부석사만큼 오래된 목조건물이라는 봉정사로 향했다. 해가 뉘엿뉘엿 스러지기 시작하는 때에 도착.

 

계단으로 요래요래~

매표소에서 5분? 10분? 정도 걸어올라가면 봉정사로 향하는 계단이 나타난다.

 

들어가는 입구가 웅장하다.

병산서원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대웅전 건물에서 수백년의 역사가 느껴진다.

무려 신라시대 때 창건되었다고 하는 봉정사.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고려시대 때 중수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최소 12세기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동안은 극락전이 가장 오래된 건물이었는데 2000년 대웅전을 보수하면서 나온 상량문에 따르면 대웅전이 더 오래된 건물이라고.

 

아 이거 뭥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부처님 이마에 떡하니 500원 짜리 동전을.

 

3층석탑

한눈에 보기에도 오래되어 보인다.

 

호젓한 경내

이런 고풍스럽고 소박한 절을 좋아한다. 사람들 바글바글하고 대리석 떡칠한 절은 사절. 절 같지도 않다.

봉정사를 구경하고 안동 시내로 돌아와 간고등어 명인 이동삼 선생님의 아드님이 운영하신다는 일직식당에서 간고등어 구이 정식으로 저녁을 해결. 고등어 살이 통통한 것이 발라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동삼 선생님도 실물(?)로 보고. ㅎㅎ

멋진 저녁 노을을 보며 안동을 출발하여 숙소에 들어온 시간은 오후 9시 반. 날씨가 따뜻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간만에 카메라 들고 멀찍이 다녀온 안동 여행이 나름 괜찮았다. 처음 가본 안동이지만 의외로 볼 거리가 풍성하다는 것에 놀랐고, 우리 나라엔 역시 가봐야 할 곳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다음엔 어딜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