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16코스 (고내-광령)

올레 16코스, 17.8km ⓒ제주도청

드디어 마지막 날의 아침이 밝았다. 빠진 것이 없는지 짐을 확인하고 챙긴 후에 재민이랑 같이 금능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바이바이-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서일주 버스를 타고 제주시에 내렸지만 도무지 어디에 숙소가 있는지 알 수가 있나? 택시를 잡아타고 모텔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아 짐을 맡기고 현주를 만나기로 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민속 5일시장 앞에서 보기로 했는데 도무지 어딘지. ㅡㅅ- 안내도도 보고 사람들한테 물어물어 정류장을 찾아갔다. 제법 멀리 돌아간 듯.

 

아침은 찐빵으로

아침부터 움직인다고 아침 먹을 틈이 없었다. 이거 현주가 가져왔던가? ㅡㅅ-a

 

당연(?)하지만 팥이 들어있다.

자. 이제 버스를 타고 고내 포구로 가자.

 

아침부터 날씨가 기가 막히구만.

마지막 날 환송을 제대로 해 줄 모양이다. ㅎㅎ

 

오늘이 정말 마지막 날인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제 봤던 편의점 앞에서 선크림을 바르고 출발.

 

초반은 가벼운 오르막으로 시작

이거 정말 너무한거 아닙니까? 날씨가 이렇게 좋다니. 사진은 정말 멋지게 나오는데 초장부터 힘들어 죽을 맛이다. 내리쬐는 햇빛이 아주 그냥. 끝까지 이래야겠니? ㅋㅋㅋㅋㅋㅋㅋ

 

셔터질을 쉴 수가 없다.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어떤 멋진 길이 기다리고 있을지 두근거린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인생도 그렇지 않나? 과거의 추억은 아름답지만 거기에만 매달리면 더 아름다울지 모르는 미래를 맞이할 수 없잖아? 물론 항상 아름다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과거의 추억은 필요하다면 언제든 내 마음 속에서 다시 찾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앞으로 가련다.

 

얘들아 같이 가.

내가 자뻑질 좀 한다고 나를 버리고 가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되오~ ㅡㅅ-

 

이런 길 정말이지 내 스타일이야.

차를 타고 달려도 멋있을 것 같아. ㅎㅎ

 

사진을 찍느라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ㅡㅅ-

 

재민이 폼 잡는 사진도 하나 찍어 주고. ㅎㅎ

여기가 신엄 포구 근방이지 싶다. 오면서 횟집도 많고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 했지만 어떻게 어떻게 참고 고행을 계속. ㅋㅋㅋㅋㅋㅋㅋ

 

신엄 포구 전경

하늘과 바다 빛이 정말이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경사가 제법

해를 가릴 곳이 없는 길을 계속 걷다가 오르막을 어지간히 올라갔더니 나무 그늘에 의자가 있고 그 앞에 포장마차가 있다. 아침에 찐빵 쪼가리 먹은 것만 갖고는 도저히 더 걸을 수 없다. 참외 몇 개랑 막걸리 몇 병을 집어들고 시원한 나무 그늘의 의자로 향했다.

그늘에 갔더니 나이 지긋한 할아버님이 의자에 누워 계신다. 어르신이 계신데 우리끼리 먹을 수 있나? 나는 이런데 참 약하다. 막걸리도 좋아하실 것 같아 조심스레 여쭤본다. "어르신~ 막걸리 한 잔 하시죠."

어르신 반색을 하며 일어나신다. 참외를 깎아 막걸리를 한 잔 따라드렸더니 신이 나신 모양. 6. 25 참전하신 얘기하며, 사람은 모름지기 기술을 배워야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말씀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마지막은 항상 "내 말이 옳나? 그르나?"

요 앞이 내 집이고 아들이 한 자리 하고 있으니 다음에 언제든 근처를 지나거든 꼭 마을에 와서 내 이름을 대고 묵어가라 하신다. 그러마고 대답은 드렸으나 다시 언제 오게 될지. 지금은 그 어른 성함도 까먹었다. 제주도 사투리가 많이 섞여 있어 하시는 말씀을 다 알아 듣지는 못했지만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 포장마차에서 라면 하나씩 끓여 먹고는 다시 길을 재촉해 본다.

 

배를 채우니 힘도 나고 좋다. ㅎㅎ

 

그리고 도착한 구엄 포구

 

한창 더운 한 낮이다. 느껴지는가? ㄷㄷㄷ

 

물이 뜨뜨 미지근하다. ㅎㄷㄷ

그래도 일단 세수를 하고 머리에 물을 마구 끼얹는다. 이런 날씨엔 도저히 더 걸을 수 없다. 그늘에 널부러져 잠깐 자고 가기로.

 

딱 봐도 충혼탑스럽지 않은가? ㅎㅎ

구엄 포구에서 길은 내륙을 향한다. 한 시간 남짓 잠을 청한 후 다시 ㄱㄱ

 

시원한 저수지와 멋진 나무가 우리를 맞는다.

여기가 수산 저수지인 듯.

 

입구를 지키고 있는 두 개의 방사탑

붙어 있는 담쟁이들이 연륜을 느끼게 한다.

 

수산 저수지 둑방길을 걸어 봅시다. ㅎㅎ

 

둑방길을 걸어보는 것이 얼마만인가?

 

우리가 지나온 둑방길이 어느새 저 멀리에

 

그리고 설익은 밤송이까지

이 뜨거운 여름도 지나고 얼마 안가 낙엽지는 가을이 오리라는 신호.

 

근데 가을은 아직 멀었나보다.

해가 구름 뒤로 숨었어도 너무 덥다. ㄷㄷㄷ

 

아 근데 내가 이런 길 좋아하는걸 어떻게 알았지? ㅋㅋㅋㅋㅋㅋㅋ

더 못 걷겠다 싶을 때마다 어떻게 이런 길이 탁탁 나타나는지. 걷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도착한 항몽유적지

잘 꾸며놨네. 매점이 있으면 어떻게 하라고? 물론 들어가서 시원한걸 마셔주는거다. 시원한 음료수를 벌컥벌컥-

 

음료수 하나 마시고 나왔더니 하늘이 심상치 않다.

그리곤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 오늘 정말 쓴맛 단맛 다 보여주는구나. 마지막 날이라 이거지? ㅋㅋㅋㅋㅋㅋㅋ

 

다시 바다가 보인다.

 

재민아 미안. 사진 찍는다고 하트를 못 해줬네.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고맙다. 네 덕분에 3주라는 긴 시간이 심심하지 않고 즐거웠어.

 

아무렇지도 않게 풀을 뜯는 말을 어디서 또 볼 수 있단 말인가?

 

광령초등학교

끝이 머지 않았다.

 

그리고 도착

더 이상의 코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후기를 쓰는 지금은 17, 18, 18-1, 19코스가 생겼지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한다.

 

축배를 들지 않을 수 없지?

버스를 기다리며 시원한 캔맥주 한 캔을 마셨다.

 

삼대 국수회관

저녁은 당연히 그 동안 먹어보고 싶었지만 못 먹어본 고기국수를 먹으러. 진석이 형이 동네 단골이라며 알려준 서귀포 고기 국수집을 찾지 못해 고기국수를 먹어 볼 기회가 없었다. 오늘 못 먹으면 언제 먹을까? 제주도에서 고기국수로 유명한 삼대 국수회관을 찾았다.

 

이거 완전 대박인데?

역시 명불허전!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면이라고 하면 사족을 못 쓰는 나지만 이건 정말 꼭 먹어봐야 한다능.

국수를 배불리 먹고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낼 수는 없다며 셋이서 의기투합. 술잔을 기울이며 제주도에서의 3주를 마감하는 마지막 밤은 깊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