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병에 이슬이 맺히면 하자인가?

이게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요즘 카페에 결로와 관련하여 많은 글이 올라온다. 벽이나 창문에 결로가 생긴다는 사진과 글이 올라오는데, 결로는 무조건 하자인가? 그렇다면 냉장고에서 꺼낸 시원한 콜라병에 이슬이 맺히면 그것도 하자인가?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볼까 한다. ㅎㅎ

 

1. 일단 하자에 대하여 얘기해 보자.

네이버 사전에서 하자라고 치면 이렇게 나온다.

하자(瑕疵) 

[명사]
1. 옥의 얼룩진 흔적이라는 뜻으로, ‘3’을 이르는 말.

2. 법률 또는 당사자가 예기한 상태나 성질이 결여되어 있는 일.

[유의어] 결점, 1, 3.

말이 좀 어렵다. 좀 쉽게 말하면 그럴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으면 하자라는 뜻이다. 그런가? 벽에 이슬이 맺히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이슬이 맺히면 하자다. 그런데 창문은? 창문에 이슬이 맺히지 않아야 하는데 이슬이 맺히면 하자다. 하자라는 말의 뜻에 따르면 이건 명백한 하자다. 그런데 잠깐... 창문에는 이슬이 맺히지 않아야 하나? 이거 애매합니다잉~

 

2. 이슬은 어떻게 맺힐까?

복잡한 과학 이론까지는 몰라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온도차가 심한 곳에 이슬이 맺히는 것을 살면서 많이 경험했으니까. 여름에 냉장고에서 시원한 콜라를 꺼내면 잠시 후 이슬이 맺힌다. 안경을 쓰고 뜨거운 라면을 먹으면 안경에 김이 서린다. 표현은 다르지만 이것도 이슬이다. 온도차가 심하면 왜 이슬이 맺힐까?

온도차만 심하면 이슬이 맺히나? 수분도 있어야 한다. 공기 중에 있던 수분이 맺혀서 물방울이 되는 것이 이슬이니까. ㅎㅎ

 

해수면 높이에서의 이슬점 그래프

그래프가 조금 복잡해보이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가로축은 기온, 세로축은 공기중 최대 수분함량(질량비)이다. 대충만 살펴봐도 30도 기온에서는 공기 100g에 3g 정도까지 수분을 품을 수 있고, 5도에서는 공기 100g에 0.8g 정도까지만 수분을 품을 수 있다. 이것보다 수분이 많다면 공기 중에 있을 수 없고 어딘가에 물방울로 맺혀야 한다.

기온이 30도인 무더운 날에 냉장고에서 시원한 콜라병을 꺼내 놓았다고 생각해볼까? 콜라병 온도는 5도라고 생각해 보자. 당연히 콜라병 주변의 공기 온도도 5도 가까이로 떨어진다(실제로는 콜라병 온도도 올라가니까 5도까진 안떨어지겠지만 거기까지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니까 그냥 5도라고 치자. ㅎㅎ). 2.2g의 수분이 콜라병에 이슬로 맺힌다.

온도차가 커질수록 이슬이 맺히는 양이 많아지고, 공기중 습도가 높을수록 쉽게 이슬이 맺힌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이슬이 맺히는지 알았으니까 어떻게 하면 이슬이 맺히지 않게끔 하는지도 알 수 있겠지? 온도차를 줄이거나 공기중 습도를 줄이면 된다. 난방을 줄이거나(집 안팎의 온도차를 줄이거나), 환기를 해주면(집 안팎의 온도차도 줄고, 공기중 습도도 줄어든다.) 된다.

 

3. 벽에 이슬이 맺히면 하자인가?

가운데 벽이 있다고 하자.

벽이 단열이 잘 되어 있다면? 벽 양쪽의 온도 차이는 크지만 전달이 되지 않으므로 실내의 온도가 떨어질 일이 없고, 결로가 생기지 않는다. 즉, 실내 쪽의 벽 표면과 실내 공기의 온도 차이는 없다.

벽이 단열이 잘 되어 있지 않다면? 바깥의 찬 기온이 벽을 통해 전달되어 실내 쪽의 벽 표면이 차가워지겠지? 실내 쪽의 벽 표면과 실내 공기의 온도 차이가 발생하여 결로가 생긴다. 이건 하자다.

 

4. 창문에 이슬이 맺히면 하자인가?

가운데 유리 한 겹짜리 창이 있다고 하자.

이건 단열이 아주 좋지 않은 벽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깥의 찬 기온이 유리를 통해 전달되어 실내 쪽의 유리 표면이 차가워지겠지? 실내 쪽의 유리 표면과 실내 공기의 온도 차이가 발생하여 결로가 생긴다. 콜라병에 이슬이 맺히는 것과 똑같다. 하지만 이것은 하자가 아니다. 단열을 생각하지 않고 창을 잘못 골랐을 뿐이다. 그럼 창은 뭐하러 달았냐고? 비는 안 들이치잖아. ㅎㅎ 창의 역할이 단열 뿐인 것은 아니니까.

 

가운데 유리 두 겹짜리 창이 있다고 할까?

이건 단열 면에서 좀 낫긴 하지만 단열이 잘 된 벽에 비할 바는 못된다. 두 장의 유리 사이에 열전도율이 낮은 불활성 기체를 채우긴 하지만 어쨌거나 열이 아예 전달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실내 쪽의 유리 표면과 실내 공기의 온도 차이가 발생하여 결로가 생긴다. 다만 온도 차이가 덜 하므로 결로는 조금 덜 생기겠지. 이것도 하자가 아니다.

 

5. 다시 하자에 대하여 얘기해 볼까?

창문에 이슬이 맺히지 않아야 하는데 이슬이 맺혔으니 하자인가? 만약에 그런 창문이 있어 그것을 구입하여 설치했는데 이슬이 맺힌다면 그건 하자다. 하지만 창문은 본질적으로 단열이 잘 된 벽과 같을 수는 없는데 거기에 이슬이 맺힌다고 하자라고 할 순 없다. 이슬이 맺히지 말아야 하는 것과 이슬이 맺히지 않았으면 하는 것과는 다른 거니까. ㅎㅎ

결국은 정해진 예산 안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큰 금액을 투자해서라도 결로가 덜하길 바라면 삼중 유리창을 해야 하고, 적당한 금액에서 어느 정도 결로를 감수할 수 있으면 이중 유리창을 하면 된다.

 

6. 결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면

진짜 문제는 결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 때문에 어떤 문제가 있느냐다. 너무 심해서 물이 줄줄 흐르면 벽지도 버리고, 곰팡이도 생기고, 어디 틈새로 흘러 들어가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단열재가 젖거나 골조가 썩을 수도 있고. 많은 분들이 신경쓰는 것이 아마 이런 문제일거라 생각하지만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거기에 대한 대비책도 아니고 어떻게 해야 할까는 나도 잘 모르니까. ㅎㅎ 단지 창에서 결로가 생기는 것이 하자는 아니라는 것 뿐.

다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필요 이상으로 난방을 하지 않고, 가끔씩 환기를 시켜주면 좋겠지. 뭐 돈이 많으면 아주 좋은 창을 사도 상관없다.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