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이식 성공

이거슨 무엇인고?

세 달쯤 전에 퇴근해서 컴퓨터를 켰더니 전원은 들어오는데 화면도 들어오지 않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3일 전이 아니라 세 달 전 ㄷㄷㄷ). 하드를 태워먹어서 복구한지 고작 열흘... 일단 전원을 내렸다. 메인보드 아니면 파워 문제인 것 같은데... 하드를 태워먹은 것 때문에 파워에 심증이 갔다. 그래 이건 100% 파워 문제야.

나는 컴퓨터 부품 중에서 케이스와 파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좁은 케이스는 조립할 때 짜증을 유발하며 내부 환기에도 좋지 않다. 파워는 심장과 같다. 허접한 파워를 쓰다가 파워가 날아가면 다른 부품들을 같이 끌고 저승으로 갈 수도 있다. 가만 있자. 지금 쓰는 Hiper 4K530은 허접한 파워는 아니지만 5년 3개월을 썼으니 수명이 다할 때도 되었다. 파워에 신경 끈지 오래 됐는데... 뭘 고르나?

 

양주냐? 쎄무로 된 주머니에 들어있다니.

전에 쓰던 Hiper 4K530은 모듈러 타입이었다. 쓸데 없는 케이블은 꽂지 않아도 되니까 정리하기도 쉽고 내부 환기에도 좋다. 일단 모듈러 타입으로 하기로 하고... 이리저리 뒤적거리다가 Seasonic에서 나온 X-400을 보게 되었다. 읭? 모듈러에다 팬리스라고? 베어본 시스템에 들어가는 저용량 파워도 아닌데 팬이 없다고? 이거이거 구미가 당기는구만? Hiper 4K530은 팬이 두 개 였지만 상당히 조용한 편이었다. 물론 시스템 내부 온도가 올라가면 회전수가 빨라지면서 위잉- 소리가 나긴 했지만 말야.

 

진짜 팬이 없다.

조용하면 좋지. 그래서 가격이 얼마야? 얼마면 돼? 뜨헉... 거의 18만원 돈이라고라? 이럴 때 필요한 건 무엇?

물론 중고장터지! ㅋㅋㅋㅋㅋㅋㅋ 바로 중고장터 검색 시작. 며칠 전에 팔렸다. ㅡㅅ- 조금 더 기다려볼까?

 

(세 달이 지나갔다.)

 

그 동안 중고 매물은 전혀 나오지 않았고, 대학원 졸업 논문에 회사 프로젝트까지 모두 끝났다. 물론 블로그는 올 스톱이었고 난 넷북으로 연명해야만 했다. 사람이 무서운 것이 그 느려터진 넷북도 쓰다보니 적응이 되더라. 더 기다려봐야 중고 매물은 나오지 않을 것 같고 컴퓨터는 오랜 동안 전원 공급이 끊겨 뇌사에 이르렀다. 새해가 됐는데 이래선 안되지. 바로 쇼핑을 시작하여 최저가 매물에 쿠폰 및 카드 할인까지 받아 16만원 조금 더 주고 물건을 주문했다. 이 얼마 만의 택배란 말인가? (이봐. ㅡㅅ-)

3일 동안 대전에 출장을 다녀왔더니 물건이 도착해 있었다. 바로 포장을 뜯고 심장 이식 수술(?)을 시작. 케이블이 좀 희한하게 되어 있어 모든 커넥터에 케이블을 연결해야 했다. 수술은 잘 끝난 것 같은데 환자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다? 아뿔싸! 파워 문제가 아니라 메인 보드 문제였구나. ㅡㅅ- 혹시나 하여 CMOS를 리셋했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게 깨어난다. 내 돈. ㅜㅜ

눈물을 닦으며 뇌사로 기억 상실이 오지 않았는지 점검해보았으나 멀쩡. 근데 이거 참 조용하구만. 팬이 없으니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케이스에 귀를 대면 케이스 팬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CMOS 설정을 바꾸면서 메인보드 전압을 확인해보았는데 소수점 아래 셋 째 자리 정도에서 1, 2 정도 바뀔 뿐. 칼전압이네. 역시 돈 값을 하는구나. ㅎㅎ

 

그 동안 고생한 4K530은 예비군에 편입되어 곳간 속으로. ㅋㅋㅋㅋㅋㅋㅋ

전에 쓰던 4K530은 2006년 7월에 8만 9천원을 주고 샀다. 530와트 용량의 파워였는데 80+ 인증 같은 것은 없던 시절이라 평균 효율은 76%였다. 100와트의 교류를 직류로 바꾸면 24%의 에너지가 열로 낭비된다. 물론 열도 많이 나고 열을 식혀줄 팬도 필요하다.

X-400은 80+ 골드 인증을 받았다. 20%와 100% 부하에서 87%, 50% 부하에서 90%의 효율을 보여준다. 100와트의 교류를 직류로 바꾸면 10~13%의 에너지만 열로 낭비된다. 당연히 열도 덜 나고 팬도 필요 없다. 지금까지는 기숙사에 살아서 전기세 걱정은 안했는데 이제 집을 지어 나가면 전기세도 아껴야 하니 잘 됐다(이렇게라도 위안을 삼아야. ㅜㅜ).

하는 김에 문제가 있던 HDTV 카드 설정도 다 잡아줬고. 이젠 블로그에 글만 쓰면 되나?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