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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02 1박 2일, 해남편 2

1박 2일, 해남편

1박 2일 내내 예술이었던 해남의 하늘

대학원 면접을 본 다음 날, 1박 2일로 해남에 다녀왔다. 기분이 엉망이라 술이나 한 잔 하고 내내 뻗어자고 싶었는데 내 차를 몰고 가기로 한 터라 안 갈 수가 없었다. 평소엔 안그랬는데 그 날 따라 술먹자는 전화가 왜 그리 오는지.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모두 거절하고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뒤척거리다가 고작 2시간을 겨우 자고 4시에 일어나 씻고 사람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에 차를 몰고 나갔다.

11명이 1박 2일 동안 먹을 것을 싣고 나니 차가 꽉 찼다. 5시에 동구를 출발해서 7시 반에 문산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기 때문에 부지런히 달렸다. 남목 고개를 넘어가는데 비가 오기 시작. 비가 조금 온다는 얘긴 들었는데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니 비가 무섭게 오기 시작했다. 이거 제 시간에 휴게소에 도착할 수 있을까? 해가 뜨기 전인데 비까지 오니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속도를 줄이고 바짝 신경을 쓰고 달렸다. 그래도 김해를 지나니 비가 그치기 시작하고 해도 뜨기 시작해서 한결 나았다. 예정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문산 휴게소에 도착해서 돌솥 비빔밥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문산 휴게소에서 일행들을 모두 만나 해남 두륜산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삼호에서 온 일행들까지 모두 모여 산에서 먹을 것들을 나누어 배낭에 지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가져갈까 하다가 짐이 많아서 두고 가기로 했다.

 

두륜봉에서 내려다 본 해남의 모습, 카메라 가져올 걸. ㅡㅅ-

흐리던 하늘이 개기 시작하고 바람이 솔솔 불어와서 산을 오르기가 편했다. 중간에 쉬는 시간을 포함해서도 두 시간이 채 안걸렸던 것 같다. 마지막 바위들을 올라 앞이 탁 트이는 곳에 올라선 순간,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됐다. 산 꼭대기에 가면 바다가 환히 바라 보인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벼가 노랗게 익은 구불구불한 논두렁들 하며, 파란 하늘에 뭉게 구름까지. 시원한 바다 바람에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젠장젠장젠장젠장. 카메라 가져올 걸. ㅡㅅ-

두륜봉 꼭대기에 마침 널찍한 곳이 있어 점심을 먹었다. 준비해 온 문어와 김밥, 막걸리를 꺼내는데 삼호에서 온 일행들이 배낭에서 뭘 꺼내기 시작하네? 전어? 컵라면? 우왕- 컵라면을 먹기 위해 보온병에 뜨거운 물까지. +ㅅ+ 바다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썰렁하게 느껴지는 참에 산꼭대기에서 컵라면을 먹게 될 줄은 누구도 몰랐다. 물론 가을 전어도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신선하고 맛있었지만. ㅎㅎ

 

폰카가 즈질이라 너무 안습이구나. ㅡㅅ-

두륜산은 두륜봉이 가장 높은 봉우리가 아니었다. 가련봉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능선을 타고 내려가야 했다. 두륜봉과 가련봉 사이에 그리 넓지는 않은 공터가 있었는데 억새밭이 장관이었다. 잠깐 경치를 감상하고, 내려갈 분들은 그대로 하산, 나머지 우리는 가련봉으로 향했다.

가련봉은 온통 바위산이었다. 중간 중간에 밧줄과 손잡이, 발판이 설치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지만 경사가 급경사라. ㅋㅋ 중간에 한 번 쉬어주고, 그대로 치고 올라가기 시작해서 가장 먼저 정상을 밟았다. 꼭대기 바위에 올라 앉아 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으니 신선이 따로 없구나. 그 순간에는 대학원 면접 생각도 잊고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눈 아래 경치를 감상했다.

산을 내려와서 숙소인 주작산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1박 2일에 나왔던 유선관은 1박 2일에 방영된 후로 예약이 폭주해서 방이 없었다. 모처럼 한옥에서 잘 수 있었는데 조금 아쉽긴 했지만, 주작산 자연휴양림도 나쁘지 않았다. 시설도 깔끔하게 잘 되어 있었고, 공기가 깨끗해서 별도 많이 보였다. 구름이 많아서 나중엔 볼 수 없었지만. ㅎㅎ 삼호에서 몇 분이 낙지, 대하, 인동주를 들고 오셨다. 준비해 간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들러리삼아(?) 술을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풀고 잠이 들었다.

 

순천만, 날씨가 너무 좋았다.

피곤하긴 피곤했나보다. 사방에서 코를 골고 방바닥이 너무 뜨거웠는데도 눕자마자 잠이 들어서 아침까지 잘 잤다. 남들은 거의 못잤다는데 중간에 몇 번 깨긴 했지만 곧바로 다시 잠들었으니 이 정도면 잘 잔거 아닌가? ㅋㅋ 어제 남은 낙지랑 대하를 넣고 럭셔리 라면을 끓여 아침을 해결했다. 남은 밥까지 있으니 금상첨화!

배를 두드리며 아침을 먹고, 숙소도 정리하고, 삼호 사람들과 아쉬운 이별을 고했다. 이거 올 때마다 거하게 얻어먹으니 너무 미안한데 다음에 울산에 오시면 대접 한 번 할께요. ㅎㅎ 우리는 순천만으로 고고싱~

 

부드럽게 돌아가는 물돌이, 반짝이는 물결

아침볕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달리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구불구불한 시골길이 끝나고 고속도로 같이 잘 닦인 국도에 차를 올려 1시간 반 정도 달려 순천만에 도착했다.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지만 2시까지 부산에 가셔야 하는 분이 있어서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밖에 없었다. 전망대까지는 못 가고, 산책로만 둘러보기로 했다.

 

박이 주렁주렁 달린 터널을 지나다가 TV에서 본 사람 모양 박이 있길래 담아봤다. 살짝 기분 나쁘기도 하네.

낮엔 별로 볼게 없을 것 같았는데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넓게 펼쳐진 갈대밭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것 같았다. 딱히 찍을 만한 것이 있지는 않았지만,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대로 그림이 될 것 같은. 오늘은 카메라를 챙겼다.

 

찍을 땐 몰랐는데 맘에 드는 사진, 왜냐고 물으면? 글쎄?

날씨도 좋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보이는 대로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 LCD 화면이 모니터에서 보는 것과는 좀 다른갑다. 찍을 땐 괜찮아 보였는데 다시 보니 별로 건진게 없다.

 

날씨가 좋지 않았다면 그저 그랬을 사진(그럼 그저 그렇지 않다는거냐? ㅡㅅ-)

사람은 많았지만 여유롭고 한가한 분위기가 좋았다. 심심한 것과는 조금 다른.

 

광각으로도 담기 힘든 물굽이. 하얀 구름만 보시라능.

이젠 더 쓸 말도 없고. 사진이나 보시라능. ㅡㅅ-

 

우포늪 생각난다. 근데 전에 갔을 땐 배가 있는지도 몰랐다. ㅡㅅ- 

 

하늘 빛이 참... 광각 렌즈라 주변부 광량 저하 때문인지 따로 뽀샵질을 하지 않아도 하늘 빛이 기가 막히게 나온다.

 

좋아? ㅎㅎ

 

이런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오늘은 좀 있다 가봐야 하니 나중에 와서 찍어주마.

 

초가지붕이 얹혀 있는 요상한 배도 있고. 이래뵈도 수심 1-2m라 잘못 빠졌다간 큰일난다는. ㅡㅅ-

 

광각 렌즈는 너무 넓어서 부담스러울 때가 많지만 그래도 정말 매력적인 렌즈임에는 틀림 없다.

 

저 끝에 가지런히 서있는 나무들이 보이시나요?

 

잘 안보이는 분들을 위해 고성능 20배 발줌으로 바짝 땡겨봤다. 슬슬 단풍이 들려나.

 

벼도 노랗게 익었다. 색감이 너무 곱구나.

 

바로 앞에 있던 강아지가 셔터 누르는 사이에 벌써 저만큼이나. ㅎㄷㄷ

사실은 몇 발짝 안갔다는. 바로 앞에 있어도 저만치 떨어져보이는 광각렌즈의 신통력. 이제 오던 길을 돌아서 주차장으로.

 

갈대가 하늘하늘~ 파란하늘~ (응?)

 

보기엔 근사하지만 막상 타보면 시끄러울 듯

 

쪼그리고 앉아서 아래에서 위로 담은 샷.

 

주차장 돌아가는 길에. 아무리 보고 있어도 싫증날 것 같지 않은 하늘이구나.

 

시간 관계상 배는 못타보고 주차장으로 ㄱㄱ

 

억새로 짠 것 같은 깔개가 깔려있는데... 진위 여부는 확인 불가. ㅡㅅ-

 

기차도 시간 관계상 패스. ㅡㅅ-

 

꽃게가 복어를 집게로 꽉 물었는데. 터져야 되는거 아닌가?

 

페달 밟으면 옷 다버릴 듯. 아무 생각없이 안장에 올라 밟을 뻔했다. ㅎㄷㄷ

넓은 곳을 한 시간 만에 보려니 조금 아쉬움이 남았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이하 밥먹고 돌아오는 길엔 별다른 일 없었으므로 생략. 구경 잘하고 잘먹고 왔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개운치 않구나. ㅡ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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