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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30 올레 11코스 (모슬포-무릉) 4

올레 11코스 (모슬포-무릉)

올레 11코스, 18km ⓒ제주올레

오늘은 숙소를 옮겨야 한다. 서귀포 근처 코스들을 민중각에서 돌기 위해 4박 5일간 예약을 했었는데 다행히 예정대로 코스들을 마쳤고, 이제 제주도의 서쪽을 돌아봐야 하기 때문에 숙소를 서쪽에 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그런데 미리 봐둔 숙소는 따로 없었고, 재민이가 있다는 산야 게스트하우스에 묵기로 했다. 올레 옮김이 서비스를 이용해서 배낭을 산야 게스트하우스로 부치고, 서일주 버스를 타고 모슬포항에 내렸다. 원래는 마라도랑 가파도에 가기로 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파도가 심해서 배가 안뜬단다. ㅡㅅ- 일단 모슬포항에 한 번 가보고, 배가 뜨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에 11코스를 걷기로 결정. 마침 11코스가 변경되는 바람에 지도는 그 때 올레 안내소에서 받은 것으로. 땀에 젖어 그런지 누렇게 바랬다. ㅋㅋㅋㅋㅋㅋㅋ

 

아침은 근처 식당에서 회덮밥으로

식당 아주머니는 매우 싹싹한 성격이셨다. 밑반찬도 푸짐했고 음식 솜씨도 좋았고. ㅎㅎ 원래 제주도 출신이 아니라 타지에서 오셨다고 하던데 어딘지는 생각이 안나고. 식당 이름도 생각이 안난다. ㅡㅅ-;

 

모슬포항에도 벽화가 많다.

 

하늘이 파랬으면 더 좋았겠지만

 

벽화들을 좀 더 구경해주고

 

멋쟁이 빨간 자전거도 담아 주고

 

날씨가 썩 좋지는 않다.

 

오래된 듯한 건물

 

바람도 파도도 장난이 아니네. ㄷㄷㄷ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ㅎㅎ

모슬포항을 벗어나 바닷가를 따라 길은 계속 이어졌다.

 

사람들이 쌓아둔 돌탑도 보고

 

그리곤 도로로...

 

대정여고 지나고 모슬봉 올라가는 길

 

하늘이 맑았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지금으로도 충분히 좋아유. ㅎㅎ

 

요런 호젓한 길을 지나서

 

 

누군가의 묘지가 있는 전망 좋은 곳에서 모슬포를 바라보면서 잠깐 쉬어갑니다.

 

요런 귤인지 낑깡인지 모를 것도 먹으면서. ㅎㅎ

바람도 불고 비도 적당히 날려줘서 그렇게 덥지는 않네.

 

저게 산방산인가?

오늘 묵을 산야 게스트하우스는 저 언저리 어디쯤 있겠구만.

 

바람이 참 많이도 분다.

 

모슬봉 찍고 내려가는 길

막상 모슬봉 정상에는 철망으로 둘러싸인 군사시설 같은 것이 있어서 코스는 그 둘레를 돌아 내려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어쩐지...

묘가 정말 많다 했더니 우리가 지나온 곳이 공원묘지구나. 매점인 줄 알고 헐레벌떡 뛰어간 건물엔 저런 썰렁한 공고 하나만 붙어 있고 매점 같은건 없었다. ㅜㅜ

 

언제 걸어도 기분 좋은 요런 길을 지나

 

모슬봉을 완전히 내려오니 언뜻 언뜻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

이제 날씨 좀 개는거야?

 

보성농로를 지나 정난주 마리아 성지를 향해

 

벌써 모슬봉이 저만치 보이는 곳까지 왔는데

근데 정난주 마리아 성지는 어딘거야? 지도상으로는 한 2km만 걸으면 된다고 하는데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그리곤 거짓말 같이 날이 개어버렸다. ㅎㅎ

이거 이러면 더워질텐데. ㅋㅋㅋㅋㅋ

 

너무나도 멋진 하늘

 

재민아, 이 길 끝에는 정난주 마리아 성지가 있을까?

거의 다온거 같은데예.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

 

바닷가에 왔어유~

비닐을 덮어둔 것 뿐이지만 언뜻 보면 바닷물에 햇빛이 반사된 것처럼 보이는 비닐 바닷가랍니돠. ㅎㅎ

 

가만. 저기가 정난주 마리아 성지인가?

그런거 같네예 행님.

 

정난주 마리아 성지에 도착

날이 더워서 그런지 2km가 너무 긴 것 같았다. 화장실에 들어가 좀 씻고, 중간 도장도 찍고, 물을 마시면서 좀 쉬었다.

 

고놈들 참 맛있... 잘 생겼다. 으흠-

다시 출발. 때는 점심시간을 넘겼는데 도무지 뭘 먹을만한 곳이 없다. 그 흔한(?) 가게도 하나 없고.

 

뭔 동네에 점방도 하나 없냐고? 어? 어? 어? (정찬우 버전)

갑자기 라면 하나 먹고 싶거나 담배가 떨어지면 차끌고 나가는건가. ㅡㅅ-

 

으헥- 으헥- 으헤헥-

그렇게 배고픔과 목마름에 시달리다가 신평 사거리에서 발견한 매점. 이쯤에서 다시 복습 들어갑니다. 올레길을 걷다가 매점이 보이면 어떻게 하라고 그랬죠?

 

1. 무조건 들어가서 시원한 맥주를 마셔줍니다.

 

2. 맥주를 마시면서 주린 배를 채워주는 것도 잊으면 안됩니다.

자. 이제 여러분은 올레길에서 살아남기 위한 모든 것을 배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먹었으니 이제 게워내야지?

배두드리면서 걷다가 나타난 신평 곶자왈. 곶자왈은 정말 빽빽한 숲이다. 어떤 곳은 대낮에도 빛이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

 

요런 터널도 지나주고

 

이런 수풀이 우거진 길도 지나주고

 

뭐. 간단히 이런 정도?

요런 곳은 대낮이라도 여자 혼자 지나가려면 무서울 듯. 연인들은 이런 곳을 잘 활용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

 

길 잃어버리기 딱 좋겠죠?

누가 흘린 처자가 있었음 주워오는건데 없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평 곶자왈을 지나, 바로 나오는 무릉 곶자왈

 

바닥은 거의 바위인데 이끼와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신평 곶자왈이 그냥 커피라면 무릉 곶자왈은 T.O.P야. ㅋㅋㅋㅋㅋ 신평 곶자왈은 조금 깊은 숲이라는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무릉 곶자왈은 정말 내가 어딘가 다른 곳에 와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도 없고 새소리만 들리는 이 곳에서 우리 둘은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앉아 한참을 쉬었다.

 

요런 돌탑도 있고. 누가 쌓았는지 꽤나 스릴을 즐기는 성격임에 틀림없다.

 

요런 깜찍한 대문도 있네. 근처에 목장이 있나?

 

돌에 달라붙어 자라는 이끼들. 만지면 보들보들할 것 같다.

 

종점인 무릉2리 생태학교에 도착

여기 오면 별을 보며 잘 수 있다고 해서 여기서 며칠 묵으면서 주변 코스들을 돌아보려 했는데 예약이 늦었는지 자리가 없다고 하여 패스한 곳이다. 종점 도장을 찍으러 갔다가 민중각에서 방을 같이 썼던 분을 만나 잠깐 반갑게 인사를 하고.

 

여기도 호젓하니 괜찮을 것 같긴 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다.

근데 여기 도착하긴 했는데 모슬포항까지 어떻게 가지? 버스타는 곳이 있나?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여기 사모님이 나타나셨다. 버스를 타려면 요 모퉁이를 돌아서 요래요래 가면 되는데 버스 시간이 아마 10분 남았을거라고. 그 버스가 지나가면 한 두 시간 기다려야 할거라고. 아 예. 그렇군요. 10분 남았다구요. 예. 예. 예?! 10분요?!

앞뒤 안보고 뛰기 시작. 버스 정류장까진 거리가 제법 있었는데 우다다 뛰기 시작해서 보건소 옆에 있는 정류장에 도착하고 보니 10분 깔랑깔랑한 듯? 아가씨 두 명이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여기가 모슬포항 가는 버스 타는 곳 맞나요?"

"잘 모르겠어요."

"예? 어디 가시는데요?"

"모슬포항이요."

얘들 뭐야. 여기가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버스를 기다린다고? 여기서 타는지 건너서 타는지는 알고 있어야 할거 아냐? ㅡㅅ- 아직 버스는 안지나갔다고 하길래 바로 옆에 있는 보건소에 들어가서 물었다.

"모슬포항 가는 버스 타려면 여기서 타야 해요? 아님 건너서 타야 되나요?"

"건너서 타셔야 해요."

그래서 건너편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저기 모슬포항 가시려면 여기서 타셔야 한다는데요."

"아. 네."

근데 안건너오고 뭐하냐? 걍 거기 앉아 있네? 그리곤 잠시 후 버스가 오더니 둘은 그 버스를 타고 가버렸다. 읭? 그 버스를 타고 갔다고? 이거 뭐야? 마침 지나가는 아저씨한테 여쭤봤다.

"어르신 말씀 좀 묻겠습니다. 모슬포항 가는 버스는 여기서 타는게 맞나요?"

"아닌데? 방금 저 버스 저거 타야 되는데?"

 

뭣이?!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임? 버스타는 곳을 잘못 알려준 보건소 아줌마도 웃기지만, 거기서 그대로 버스를 타고 간 걔들은 또 뭐임? 우리도 모슬포항 간다는걸 알고 있었으면 우릴 불렀어야 하는거 아님?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면 그냥 거기가 타는 곳이 맞다고 하던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시츄에이션을 겪고 보니 머엉- 다음 버스는 두 시간 뒤에 있다는 시간표를 보니 또 머엉-

뜬금없이 여자 셋한테 농락 당해서 어쩔까 생각하고 있는 우리 앞에 아까 곶자왈을 지나면서 잠깐 만났던 가족이 등장. 여기가 모슬포항 가는 버스 타는 곳이 맞냐고 물어보시길래 타는 곳은 맞는데 버스가 방금 지나가서 두 시간 기다리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어쩔까 고민하시는 듯. 재민이랑 나는 두 시간 기다리는 것은 뻘짓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지나가는 차를 잡아 타고 가기로 했다. 지나다니는 차도 참 없었지만 간혹 지나가는 차도 우릴 무시하고 그냥 쌩- 하고 지나갔다. 하긴 우리 몰골이. ㅋㅋㅋㅋㅋㅋㅋ 한 10분 그러고 있다가 지나가는 트럭을 향해 손을 흔들었더니 마침 모슬포 가시는 길이라고 타라고 하시네. 역시 히치는 트럭이 짱이야! 아저씨는 제주도분인데 자긴 맨날 다니는 곳을 사람들이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것이 잘 이해가 안간다고 하시면서 차라리 관광지를 돌지 그러냐고. ㅎㅎ 친절하게 대정읍내에 내려주고 가셨다. 덕분에 어이없고 황당하던 기분도 풀렸고.

 

헐? 이거슨?

올레 안내소에서 11코스 종료 도장을 찍다가 눈에 띈 봉고 트럭. 그것은 올레 옮김이 트럭이었다. 숙소를 옮기면서 몇 번 이용하긴 했지만 트럭을 보는 것은 처음. 시동도 꺼져 있고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있었던걸 보면 오늘 일은 마치셨나보다. 아님 저녁 먹으러 가셨나? 그러고 보니 우리도 배가 고프다. 재민아 뭐 물래?

 

내일은 배가 뜨려나?

 

제주도 어딜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한치

 

이 사진 왠지 맘에 든다. 파란색도 있고, 붉은 색도 있고, 녹색도 있고. ㅎㅎ

식당을 몇 군데 돌아다녀 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 아침에 갔던 그 식당에 다시 가기로 했다.

 

저녁 메뉴는 고등어 조림

집에선 누가 생선 가시를 발라 밥 위에 얹어줘야만 먹는다는 재민이도 고등어 조림은 맛있나보다. ㅎㅎ 노곤한 기분에 소주 한 잔 들이키면서 먹어주는 고등어 조림의 맛이란 정말이지. 캬- 이 맛이야! ㅋㅋㅋㅋㅋㅋㅋ

 

어두일미!

맛있는 음식에 소주 한 잔 기울이면서 밥까지 든든히 먹어주고 나니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 홍마트 앞에서 산야 게스트하우스 사장님한테 픽업해달라고 전화를 하곤 맥주하고 이것저것 좀 장을 봐서 숙소로 ㄱㄱ 산야 게스트하우스는 펜션도 겸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게스트하우스엔 우리 밖에 없었다. 시원하게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맥주 한 캔씩 하면서 내일은 배가 떠야할텐데 하는 얘길 하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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