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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4.13 복부인? 복총각! 4
복덕방에서 지도 한 장을 받아 들고
어젠 땅을 보러 가기로 한 날. 아침에 일어나서 울산소식 페이지를 뒤져 관심이 가는 땅들의 넓이, 가격, 공인중개사 연락처들을 수첩에 빼곡히 적어 들고 방을 나섰다. 맥도날드 런치세트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출발~
처음 보러가기로 맘 먹은 땅은 호계에 있는 43평 짜리 땅, 평당 300만원이니 1억 2천 9백만원. 처음부터 좀 빠듯하다. 일단 적어둔 연락처를 보고 전화를 걸었는데... 팔렸단다. 처음부터 뭐 이래?
다음은 역시 호계에 있는 44평 짜리 땅, 1억 3천 5백만원이면 평당 300만원 조금 더 된다. 연락처를 보고 전화를 걸어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하고 출발했는데... 자동차 출고 사무소를 지나 오토밸리로에 접어들자 문자가 온다. 주인이 안판단다. 아놔. ㅡㅅ-
호계 호수지구에 있는 50평 짜리 땅, 평당 250만원이니 1억 2천 5백만원. 북구청 옆에 차를 대놓고 전화를 걸었다. 어디냐고 하길래 북구청이라 했더니 지금 밥먹는 중이라고 조금 있다 전화를 준단다. 컬투쇼를 들으면서 4, 50분을 기다렸는데 전화가 안온다. 오늘은 재수 없는 날인가 꿍시렁거리면서 전화를 걸었다. 깜빡했단다. 미안하단다. ㅡㅅ- 어쨌거나 연암초등학교 앞에 있는 사무실에 도착. 자. 이제 시작이구나. 쉼호흡을 하고 사무실 문을 열었다.
인상 좋아보이는 아저씨가 반가이 반긴다. 호수지구 50평 땅을 보러 왔다고 하니 그런 땅은 없단다? 55평이 아니냐고 하는데 50평을 보고 왔다고 했더니 한참 수첩을 뒤적거린다. "아. 여기 있네요." 이봐요 아저씨. ㅡㅅ- 근데 지도를 보여주면서 50평보단 55평 짜리 땅이 낫단다. 50평은 서향이고 55평은 남향이라고. 보여주는 지도를 보니 내가 보기에도 55평 짜리가 나아 보인다. 5평 차이면 천 2백 5십만원. 그 돈을 더 주더라도 55평 짜리 땅을 하는 것이 맞겠다는 판단을 했다. 자. 그럼 땅보러 갑시다.
뭐라구요? 시간이 없다구? 나보고 1억이 넘는 땅을 지도만 보고 사라는 겁니까? ㅡㅅ- 혼자라도 보고 올테니 지도라도 한 장 달라고 했다. 그래서 얻은 것이 위에 있는 저 지도.
여긴가?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택지 지구라서 집터만 덩그라니 있다. 도로가 다 닦여 있는 것을 보니 완공이 머지 않은 듯.
경사가 조금 있네.
북쪽과 동쪽이 높고 남쪽과 서쪽이 낮다. 땅에 경사가 있으면 집을 짓기 전에 콘크리트 기초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공사비가 조금 더 들어간다. 그래도 경사가 심하지는 않아보여 다행.
동쪽으로는 밭이 있고 그 뒤로는 산이 있다. 저 밭은 차후에 2차 택지 개발 예정지란다(라고 다른 중개사가 나중에 얘기해줬다). 그 뒤로는 오토밸리로 2공구가 뚫릴 예정이다.
다음 보기로 마음 먹은 땅은 호계 호수지구에 있는 55평짜리 땅, 평당 250만원이니까 1억 3천 8백만원이다. 그거 혹시 이 땅 아냐?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면서 극동 스타클래스 근처에 있다는 복덕방으로 출발. 오늘 날씨가 꽤 덥다.
불길한 예감은 항상 적중하는 법. 사무소에 들어가서 커피 한 잔을 얻어마시면서 중개사가 꺼내든 지도는 다름 아닌 그 지도. ㅡㅅ- 방금 보고 온 그 땅이구나 하면서 내심 심드렁해 있는데 중개사 아저씨가 물어본다. "과도 아세요?"
과도? 과일 깎는 칼인가? ㅡㅅ-a
택지 개발을 하는 경우, 개발 구역 내에 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동의를 먼저 얻어 땅 주인들이 동의를 하면 그 사람들을 조합원으로 하여 택지 개발 조합이 구성된다. 그런데 택지 개발을 하려면 돈이 든단 말이지. 기존에 있던 집들도 철거를 해야 하고, 땅도 네모 반듯하게 구역을 나눠야 하고, 전기, 상하수도, 도시가스 라인도 끌어와야 하고, 도로도 포장해야 한다. 그 돈은 누가 대주는데? 당연히 그런 돈을 대주는 사람은 없다. 그럼 택지 개발은 무슨 돈으로 하는가?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환지다. 환지? 한자로 쓰면 換地. 바꿀 환에 땅 지. 땅을 바꾼다? 이게 무슨 양은 냄비로 엿 바꿔 먹는 소린가?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 설명을 해보자. 3만평의 땅을 택지 개발을 한다고 하자. 개발 전의 땅값은 평당 100만원이라고 하고, 개발 후에 평당 200만원에 땅을 분양한다고 하자. 그럼 땅값이 두 배로 올랐지? 그 차익을 가지고 공사를 한다. 그 차익을 갖고 공사만 하면 시행사는 뭘 남겨먹는가? 그래서 개발이 끝난 땅의 일부를 시행사에게 떼어주는 것이다. 너 그거 먹고 떨어져. 그거 팔아서 이득 보면 되잖아. 유노? 유노윤호 말고 You know?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시행사에 땅을 떼어주려고 보니 3만평 개발해서 5천평만 떼어준다고 쳐도 조합원들한테 돌아가는 땅의 면적이 줄어든다. 그런데 택지를 개발하면 땅을 필지로 나눠서 팔거나 조합원에게 준다. 요즘 택지 개발을 하면 한 필지가 최소 60평인데, 호수지구는 개발을 시작한지 오래된 곳이라 가장 작은 필지가 50평이다. 그러면 택지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 50평이 넘는 땅을 갖고 있어야 나중에 50평을 받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조합원들도 있다. 그럼 걔들은 빼고 할까?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걔들 빼고 한다고 하면 걔들은 택지 개발에 동의 안해준다. 택지 개발 지구 한가운데 쪼가리 땅을 남겨놓고 택지 개발을 할 수는 없다. 나 빼놓고 어디 되나 보자. 어차피 내가 못 먹을 밥상이면 밥상 걷어차고 말지.
그래서 개발을 하긴 해야겠고, 땅이 부족한 애들도 끼워주려다보니 과도라는 것이 생겼다. 택지 개발 끝나고 내가 받을 땅이 최소 50평인데, 내가 지금 가진 땅 넓이로 계산해보니 40평밖에 못 받는다. 그럼 나머지 10평은? 조합원 가격으로 조합에 돈을 내고 사야한다. 이걸 과도환지라고 하는데 줄여서 과도라고 한다.
중개사 아저씨가 이걸 다 설명해준건 아니고, 이 땅은 과도인데 땅 주인 지분이 46평이니까 46평을 평당 250만원에 사고, 나머지 9평은 택지 개발이 완공된 다음에 조합에 돈을 내고 사란다. 이건 뭥미? 라는 생각을 잠깐 하다가 안돌아가는 머리를 굴려보니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55평을 평당 250만원 다 주고 사려면 1억 3천 7백 5십만원을 한 번에 마련해야 한다. 46평을 먼저 산다면? 1억 천 5백만원만 있으면 일단 땅을 살 수 있다. 나머지 9평은 택지 개발이 완공되는 올해 말에 조합원가로 사면 된다. 땅 주인이 조합원가에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이 250만원이니까 틀림없이 조합원가는 그것보다 싸겠고, 250만원의 80%만 생각해도 200만원. 나중에 천 8백만원만 더 내면 된다는 소리다. 그럼 총 가격은 1억 3천 3백만원. 한 번에 사는 것보다 싸고, 돈을 두 번에 나눠 낼 수 있어 좋다. 이런 판에 못끼면 비읍시읏이지. 짧은 순간에 여기까지 생각한다고 나 힘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 필지 모두 제2종 일반주거지역이라 건폐율 60%, 용적률 200%. 쉽게 말하면 땅이 50평이면 바닥 면적 30평까지 지을 수 있고, 총 면적 100평이 될 때까지 층을 올릴 수 있다. 건평 20평 이내로 2층 집을 지으려는 나한테는 둘 다 충분하다는 뜻이다.
호수지구,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빨간 선은 필지. 위에 있는 것이 55평이고, 아래 있는 것이 50평 짜리다. 다음 지도가 업데이트가 덜 되어 길이 다 안난 것처럼 보이지만 직접 가보면 도로 공사는 끝났다. 집을 길이 있는 방향으로 짓는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55평 짜리 땅은 동남향, 50평 짜리는 서향이다. 파란 선은 어린이 놀이터. 놀이터가 가까우면 애들 놀기에 좋지만 그만큼 시끄러워질 수도 있다. 녹색 선은 아파트가 들어올 자리.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내가 좋다고 사놓은 땅이 아파트 그늘에 가려 하루 종일 빛 한 번 못 볼 수도 있기 때문에. 55평 짜리 땅은 동남향에, 가까이 놀이터가 있고, 아파트 그늘에도 가리지 않는다. 게다가 과도라 가격 부담도 덜하다.
호수지구가 어디냐 하면,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7번 국도 타고 쭈욱 오다가, 농소 방향으로 빠져서 농소 운동장을 끼고 들어가면 된다. 앞으로는 7번 국도가 있고, 뒤로는 오토밸리로 2공구(오른쪽 연하게 표시된 도로)가 신설될 예정이고, 7번 국도와 나란히 달리는 도로를 따라가면 바로 북부 순환로로 연결되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한 편이다. 농소까지는 버스도 많이 다니는 편이고, 근처에 호계역도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근처에 있고, 호계 5일장이 열리는 장터도 가깝고(매곡에 사는 후배 말에 따르면 마트보다 저렴하단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가까이에 있다. 나중에 진장동에 코스트코까지 생기면 화룡점정. 매곡에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오면서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편의시설은 계속 늘어날 듯.
이제 동동에 있는 50평 짜리 땅을 보러 가자. 평당 2백만원이니 1억이다. 전화를 했다. 안판단다. 아 네.
동동에 있는 다른 땅을 보러 가자. 52평에 1억 천이란다. 평당 2백 조금 더 된다. 전화 통화를 하고 중구청 앞에 있다는 사무실에서 보기로 했다. 차를 댈 곳이 마땅치 않아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갔더니 중개사 아저씨가 땅을 본 다음 다른 곳을 들러야 된다면서 자기 차를 따라오란다. 오늘 날이 참 덥구만.
오래된 동네라 길이 구불구불하고 경사가 심하다.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집을 구할 때 동동하고 서동은 피하라고 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계획 없이 땅 생긴대로 집을 지어가며 생긴 동네라 좁고 구불구불하고 경사가 심한 길 투성이다. 보러 간 땅은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관 근처.
이런 동네다. ㅡㅅ-
흐미. 답 안나오네.
땅 자체는 네모 반듯한 편이지만 서향이다. 그리고 쌓여 있는 저 흙들을 깎아내야 한다. 52평이라지만 이런 땅을 1억 천 주고 사느니 아까 호수지구 50평 짜리 땅을 사겠다. 천 5백만원 차이에 별도 토목 공사도 필요 없고, 깔끔하게 길까지 나 있으니깐.
복덕방 아저씨는 볼 일이 있어 먼저 가시고. 다음 땅은 남외동에 있는 57평 짜리. 8천 5백 5십? 남외동이면 푸르지오 있는 그 동네 아님? 근데 가격이 8천 5백 5십 밖에 안해? 가격이 싼 것도 그렇고 끝에 붙은 50만원도 그렇고 예감이 좋지 않다.
일단 전화를 했다. 땅을 보고 싶다니 사무소가 태화동이란다. 뭐 그리 멀어. 자그마한 집을 지으려고 한다고 했더니 땅이 삼각형이란다. 어쩐지 값이 많이 싸더라. 땅 보실 생각이 있으면 여기까지 온다길래 그럴 것 없이 지번만 알려달라고 했다. 오늘 처음 땅보러 다니기 시작했는데 몇 군데 다니다보니 이젠 관록이 붙었다. ㅡㅅ-
알려준 주소대로 네비에 찍었더니... 어라? 바로 옆이네? 동동이랑 남외동이 붙어 있는 거였어?
푸르지오가 있는 남외동을 생각하면 안된다. ㅡㅅ-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여기도 구불구불하고 경사가 심한 동네다. 그리고 자연과 아주 가깝다. 바로 옆이 밭이다. ㄷㄷㄷ
개갈안나.
땅이 삼각형인 것도 그렇고, 이것도 치우려면 골치 아플 듯. 이 오묘한 기분을 충청도 사투리로 표현하면... 개갈안나.
마지막으로 성안동에 있는 48평 짜리 땅을 보러 갈 차례. 1억 천. 동동이나 남외동 같으면 어쩌지 싶긴 한데 경찰청 뒤라니 그렇진 않을 것 같다. 전화를 넣어보니... 땅 주인이 안판단다. 깔끔한 마무리. ㅡㅅ- 땅 본다고 고생했으니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좀 쉬자. 벌써 여섯 시가 다 됐구만. 슬슬 방으로 돌아가볼까?
오늘 본 땅 중에는 호계 호수지구 55평 땅이 가장 마음에 드는데. 일단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여태 땅사서 집 짓겠다는 얘기를 드려본 적이 없어서 혹시 반대하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의외로 그러라고 하시네. ㅎㅎ 땅 값은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으니 이리저리 잘 알아보고 사라고 하신다. 그래서 오늘 본 땅 중에 55평 땅이 마음에 든다고 말씀드렸다. 땅부터 사놓고 집은 천천히 지을 생각이라고 말씀드리고 이런저런 얘기도 좀 하고.
이리저리 고민을 하다가 오늘 출근해서 부동산에 전화를 했다. 호수지구 55평 땅은 두 군데 부동산에 모두 매물로 나와있지만 나중에 간 곳에서 거래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직접 차에 태워 땅보러 가서 차근차근 설명도 잘 해주고. 처음 간 곳에선 그 땅이 과도란 얘기도 안했는데 알면서 안한건지 아님 몰라서 안한건지. 믿음이 안가서. ㅎㅎ
근데 땅 주인이 땅값을 10만원 올려 평당 260을 받겠다고 전화를 했단다. ㅡㅅ- 바로 옆 땅이 270에 팔리는 것을 보고 그랬다는데. 또 모르지. 땅값 더 받아주기로 하고 복비를 더 받기로 했는지. 46평이니 460만원 더 줘야 한다는건데. 그러면 1억 천 9백 6십. 끝에 60은 깔끔하게 떼고 1억 천 9백에 하기로 하고 계약금을 걸었다. 계약은 다음 주 월요일에.
드디어 내 집 마련에 한 발 더 가까워진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