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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18 담은 어떻게?

담은 어떻게?

내 땅은 3면을 다른 땅과 공유하고 있다.

집은 땅에 맞게 짓는다고 치고 그러면 담은 어떻게 하지?

 

담 : 집의 둘레나 일정한 공간을 둘러막기 위하여 흙, 돌, 벽돌 따위로 쌓아 올린 것.

울타리 : 풀이나 나무 따위를 얽거나 엮어서 담 대신에 경계를 지어 막는 물건.


내가 짓고 싶은 담은 아무래도 울타리로 표현을 해야할 것 같다. 근데 그건 내 생각이고, 네이버 지식인에 담장으로 검색해보니 온통 옆집이랑 담 때문에 싸운 얘기 뿐이다. ㅡㅅ- 이웃끼리 담 때문에 싸우는 일이 정말 많구나.

 

인천 자유공원 올라가는 길

자유공원을 가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 지형이 어떤지 알 거다. 이 뒤로 10여미터 높이 차이가 있고 거기엔 단독 주택 같은 것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거의 달동네 수준.

 

집을 짓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담의 모양도 다 다르다.

담은 집의 둘레나 일정한 공간을 둘러 막기 위해서 쌓은 것이라고 하는데. 이게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집이 아마 먼저 생겼을 것이다. 집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는 없을 것 같다. 비를 피하고, 추위를 막고, 옛날에는 들짐승들로부터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집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데 담은? 가끔 다큐멘터리를 보면 아마존 원주민이라던지 몽골의 유목민족들을 보면 집은 있어도 담은 없다. 몽골 유목민족들은 옮겨다니면서 치는 텐트가 집이니까 담이 있으려면 좀 이상하기도 하겠지만.

그런데 그런걸 떠나서도 영화에 나오는 미국 주택들을 보면 담이라는 것이 없다. 물론 으리으리한 저택들에는 담이 있지만서도 일반인들이 사는 주택에는 담이 없다. 정원도 시원하게 뚫려 있다. 왜 그런 차이가 있을까? 미국은 땅이 넓어서?

 

보이는 담보다 보이지 않는 담이 사람을 더 아프게 하는 경우가 많다.

어렸을 때 살던 연립주택 한 켠에 놀이터가 있었다. 처음에는 미끄럼틀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공터에는 연립주택 쪽을 빼고 3면이 담이었고, 한 면은 단독주택, 한 면은 다른 연립주택, 다른 한 면은 콘크리트 포장된 길이었다. 그 공터에서 항상 이런저런 놀이들을 하면서 놀았다. 테니스 공 같은 걸로 야구도 하고 그랬는데 그 땐 그걸 짬뽕이라고 불렀다. 투수랑 포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타자가 테니스 공을 위로 던진뒤 팔을 휘둘러 방망이질을 대신 하는 뭐 그런 놀이였다.

그런걸 하다보면 공이 담 너머로 넘어가는 경우가 꽤 있었고 어린 아이들이 휘둘러봐야 유리가 깨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른 집 유리창에 맞으면 그 집 주인이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소리를 지르고, 우린 도망가기 바빴다. 어쨌든 넘어간 공은 주워와야 하는 법. 그 담은 꽤 높았지만 여러 번 넘다보니 나중엔 요령이 생겨 쉽게 넘을 수 있었다.

단독주택에 살던 할아버지는 꽤 무서운 분이었는데 아이들이 자기 집 담을 밥 먹듯 넘어 다니니까 짜증이 나셨는지 나중에 담 위에 깨진 병을 시멘트로 발라두어서, 그 뒤로는 공이 넘어가도 가지러 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애들 입장에서는 공이 어디서 솟아나는 것도 아니고 그 공이 없으면 놀 수가 없으니까 위험하지만 깨진 병을 피해 공을 주으러 가기도 했었다. 그 담이 어찌나 원망스럽던지. 내 나름대로는 어린 마음에 어렴풋이 담이라는 것을 그닥 좋게 보진 못했던 것 같다.

좀 더 나이를 먹게 되면서 세상엔 보이는 담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이는 담은 돌아가거나 넘어가면 되지만 보이지 않는 담은 그러기 쉽지 않았다. 그런 담을 넘지 못해 좌절하고, 나도 모르게 그런 담을 쌓게 되고... 한 번 쌓은 담은 쉽게 허물 수가 없었다. 세상을 살려면 할 수 없다고 그럴 듯한 핑계를 대면서 한 편으로는 그런 담이 없어지면 나 자신이 상처를 입을 것만 같은 마음에 겁이 났던게지. 지금은 아니라는 건 아니지만 말야.

 

이러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일단은 담 없이 살아봐야겠다. 그러면 동네 사람들이랑도 더 친해지기 쉬울 것 같고. 아니다 싶으면 담은 나중에 해도 되잖아? 옆 집 사람이 담이 있어야겠다 하면 측백나무 같은 걸 심어서 경계를 나누자 얘기 해보고, 안된다고 하면 자기 땅에 자기 돈으로 세우라고 하면 그만이고. 남의 담을 허물려면 내 담부터 허물어야 말이 되니깐.

이러다 옆에 원룸이라도 들어오면 대략 난감.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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